본문바로가기

세상의 끝에서 미래를 여는 사람들

작성일2013.09.24

이미지 갯수image 10

작성자 : 기자단
지난해 12월 11일,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거대한 해빙을 제치고 남극해에 들어섰다. 아라온호가 닻을 내린 곳은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새로운 전초기지가 될 남극 테라노바베이. 1만 5000여 톤의 화물을 싣고 아라온호의 뒤를 따르던 화물선 수오미그라흐트(Suomigracht)호도 한 달여의 긴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곽임구 현장소장 : “남극에 도착한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수주에서 착공까지 2년이 넘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피를 말렸죠. 매일매일이 전쟁이었어요. 저를 포함해 직원들 모두 떠나는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남극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싶어서요.”

남극 제2기지 건설공사는 준비 과정부터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2010년 11월 수주와 함께 2년 여의 시간 동안 현장 직원들은 실시설계, 업체선정, 제작, 현지 조사 등 주말과 휴일을 반납한 채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남극이라는 특수한 환경은 직원들 모두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에, 어느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었다. ‘ 불확실성’이라는 최대 적을 이겨 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전 조사와 검토가 이어졌다.

곽임구 현장소장 : “선뜻 공사 보험을 들어주는 보험사가 없을 정도로 남극과학기지 건설은 위험천만입니다. 아주 작은 오차도 큰 재정적 손실과 생명의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심정으로 작업을 해 왔습니다.”

임성락 차장 : “구조물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6∼8월에 거쳐 미리 본관동을 가조립해 봤어요. 쉽게 설명하자면 1차 조립해 본 자재를 현지에서 다시 설치하는 겁니다. 게다가 남극은 문명이 닿지 않는 곳이기에 모든 것을 다 가져가야 했어요. 한국에서 크레인, 불도저, 굴삭기, 지게차 등 공사용 장비뿐만 아니라, 남극 현지에서 전기와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까지 모두 준비해 갔어요.”

화물선에는 공사에 필요한 각종 자재뿐만 아니라 미리 제작한 숙소, 식당, 화장실 등으로 활용될 70개의 리빙 컨테이너가 함께 실렸다. 또한 126명의 직원 및 근로자들이 4개월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 음식, 비상용품, 화장지 등의 물품도 준비됐다.

김양수 과장 : “뱃멀미가 가시기도 전에 고생이 시작됐죠.(웃음) 공사 예정지에서 1.2km 떨어진 곳에 화물선을 세워두고 각종 자재와 장비를 실어 날랐어요. 특히, 남극에는 기존 항만 시설이 없기 때문에 배를 바로 부두에 댈 수 없어서 하역작업이 힘들어요. 외부에서는 하역과 운송작업을 기한 내 끝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현대건설이 누굽니까. 우리는 주야로 작업조를 짜서 3주만에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공사 과정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가장 무거웠던 100톤 크레인을 해빙 위에 올리는 순간을 꼽는다.

곽임구 현장소장 : “해빙이 2m 두께 정도 됐는데, 그 화물을 얼음 위에 올리는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행여나 얼음이 깨지기라도 하면 모든 공사가 물거품이 되는 거니까요. 장비를 다시 구해 올 수도 없고….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요.(웃음)”
     
남극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준비 과정을 거쳤음에도 돌발 상황은 나타나기 마련. 사전 조사 때 봐 둔 부두공사 자리의 수심이 얕아 위치를 옮기는 일도 생겼다.

임성락 차장 : “매일매일이 다사다난했죠. 한국이라면 별것도 아닌 일이 남극에서는 정말 큰일이었어요. 작은 자재, 공구 하나라도 없으면 여기선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까요. 우리 현장 인근에 있는 이탈리아 기지나 화물선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곳은 서로가 한계 상황이라는 것을 아니까 상부상조하는 게 불문율이에요. 특히 이탈리아 기지는 저희에게 매일 날씨 정보를 제공해 줘 공사를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철수하면서 감사의 뜻으로 소주와 와인을 주고받았습니다.(웃음)”

남극에 도착한 후 한 달간은 한국보다 따뜻한 겨울을 나는 듯했다. 작업도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내 무시무시한 블리자드가 현장을 덮쳤다.

이제혁 과장 : “한번 눈이 오면 많은 곳은 거의 2m 넘게 쌓이고, 사람이 날아갈 정도로 눈보라가 치니 방도가 없죠. 눈이 온 다음 날은 하루 종일 눈을 치우고, 장비를 재점검해야 하고, 그렇게 일을 할 만하면 또 눈이 오고….(웃음) 한번은 저희 난방을 책임지고 있는 발전기가 얼어서 모두가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다행히 여분으로 발전기를 하나 더 준비해 가서 문제는 없었지만요.”

공사가 중반에 오르며 체감온도는 영하 30℃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눈바람에 가벼운 타박상부터 동상, 감기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제혁 과장 : “저는 중심선 와이어에 얼굴이 걸리는 바람에 큰일날 뻔했어요. 지금은 영광의 상처로 남았습니다.(웃음) 임 차장님은 귀국길에 배가 심하게 요동치는 바람에 꼬리뼈가 금이 갈 정도로 크게 다치셨어요. 모두 자질구레한 부상은 달고 살았어요. 기본적으로 모두들 5kg 이상은 빠졌어요. 혹시나 다이어트 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남극 현장을 적극 추천합니다!(웃음)”

한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는 현장이기에 각종 문의와 자료 요청이 이어졌고, 발주처와의 협의도 끊임없이 계속됐다.

김한솔 과장 : “가장 힘들었던 건, 현장에 계신 분들이랑 연락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죠. 이메일이나 전화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현장을 바로바로 눈으로 확인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아니니 저희도 답답했죠. 가끔 위성전화로 현장 돌아가는 상황 설명을 듣긴 했지만, 보지 못하니까 상황 판단이 빨리 되지 않더라고요.”

김준호 차장 :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서 남극으로 보내기로 했는데, 비행기 통관 기준에 걸려 못 보낼 뻔하기도 했습니다. 겨우 항공사 측에 양해를 구해서 현장에 전달할 수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TV 속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아델리 펭귄, 도둑갈매기와 동고동락한 90일. 그 시간 동안 남극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문 직원들은 과연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임성락 차장 : “특별한 여가 생활이랄 게 없었죠. 밤에 식당에서 틀어 주는 영화를 보는 게 유일한 취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작업이 계속되니까 심심하다고 느낄 여력도 없이 곯아떨어졌죠.(웃음)”

신종환 안전과장 : “처음엔 신기하던 펭귄도 날이 갈수록 시들해지더군요.(웃음) 게다가 갇힌 공간에서 24시간 직원들과 지내다 보니, 별거 아닌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이 더러 생겼어요. 그러한 시기를 겪으며 더욱 끈끈한 전우애를 쌓았죠.”

 
하지만 그 무엇보다 직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단절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

곽임구 현장소장 : “저희가 남극으로 출발한 시기가 11월이었습니다. 위성전화로 한 달에 한 번 한국으로 전화할 수 있을까 말까 했어요. 크리스마스이브나 명절날에도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해 그리움만 커져 갔죠. 그래도 함께 간 동료들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현장 직원들의 노고 덕분일까. 공사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혹독해지는 날씨 속에서도 현장은 제 모습을 찾아갔다. 그리고 지난 3월 11일, 본관동·발전동·정비동 등 주요 시설물의 외형을 갖춘 상태에서 한국으로 뱃머리를 돌릴 수 있었다.

김한솔 과장 : “현대건설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 세종기지도 건설해 봤으면서 무슨 도전이냐고 되묻더라고요. 하지만 장보고기지와 세종기지는 위도가 12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부산과 사할린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당연히 현장이 처한 환경도 전혀 다르지요. 우리나라 극지연구에 한 획을 긋는 남극기지를 우리의 손으로 짓는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곽임구 현장소장 : “직원들이 그간 너무 잘 해줬습니다. 한번 경험해 봤으니까 다음 2단계 공사는 더욱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1단계 공사에서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서 오는 11월경 시작될 2단계 공사에 더욱 완벽을 기해야겠지요. 현대건설의 이름이 남극에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임직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웃음)”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