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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雲日記(월운일기)] 월운리의 월동준비 대작전!

작성일20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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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몸이 시간을 기억하고 기다렸는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눈이 떠졌다. 고향에 내려가는 기분이 이러할까. 피곤한 줄도 모르고 서랍에서 장갑과 작업복을 챙겼다. 어느새 가을로 접어든 하늘은 저만치 더 높게 솟아있었다. 이른 아침은 제법 쌀쌀해서 긴 옷을 챙길까 하다가도 땀을 흘릴 것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반팔 티셔츠로 손이 갔다.

 

 

 

 현대자동차 본사 앞은 이미 많은 봉사자들로 북적거렸다. 현대자동차는 전국적으로 70개 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실천하고 있는데 월운리도 그 중 하나이다.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월운리와는 2005년부터 자매결연 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일손을 돕고 있었다.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해본다는 신입사원부터 이미 4번 이상 다녀온 임직원까지 부서와 나이에 관계없이 월운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을 회관 앞은 파란 조끼를 입은 임직원 봉사자들과 동네 주민들로 모처럼 생기를 찾은 듯 했다. 회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어린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어, 아저씨들 또 왔다.”라고 하며 쑥스러워하며 길을 지나갔다. 학생이 적어 대여섯 명만이 운동장에 나와 있는 모습을 보고 와서인지 젊은 일손이 얼마나 부족한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토시와 장갑, 삽과 낫을 든 현대차 임직원들의 얼굴은 수확을 앞둔 농부처럼 밝았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그들의 얼굴에서 설렘과 동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았다. 삼삼오오 조를 나누어 마을 곳곳을 도와주기 위해 흩어졌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운전하시는 경운기 뒤에 앉았다. 아스팔트를 달리는 승용차에서 논두렁을 지나는 경운기를 탄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5분여를 엉덩방아를 찍으며 들어가니 고추밭이 펼쳐졌다. 허리를 펴지 못하시는 할아버님을 대신하여 밭 중간 중간 세워져 있는 지지대를 차례로 뽑아나갔다. 봄에 고추를 심은 뒤 넘어가지 않게 붙들어놓기 위해 세워둔 막대들이었다. 꽤나 깊숙이 박혀있는 지지대들을 뽑는 일들은 쉽지 않았다. 할아버님은 “봄에도 고추가 잘 자라게 박아 주었는데 이렇게 또 찾아와 도와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며 두 손을 꼭 붙잡으며 말씀하셨다.

 

 

 

  멀리서 낫을 들고 무언가를 내리찍는 여자를 보았다. 순간 움찔하여 조심스레 다가가니 인삼밭이었다. 처음엔 낫을 드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손에 익었는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인삼은 뛰어난 품질로 특산물로 인정받을 만큼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인삼밭에서는 지붕처럼 덮어놓은 비닐을 제거하고 볏짚을 깔며 겨울맞이에 한창이었다. 볏짚을 까는 이유는 흙의 거름도 되고 잡초도 덜 나게 하며 가뭄이 오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에 어색 할만도 하지만 직원들 모두 내 일이라 생각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월운리에서의 점심은 그 어느 곳보다 푸짐하다. 저마다 흩어져 일손을 거두던 직원들이 하나 둘 회관 앞으로 돌아왔다. “임직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면 힘든 일들을 할 장성이 없어 밭을 얼마나 쉬게 해야 할지 몰랐을 텐데……. 이렇게 직접 와서 도와주시니 점심만큼은 정성을 다해 대접하고 싶다.”는 이장님의 말씀처럼 정성 가득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특히 직접 재배한 인삼으로 담근 인삼막걸리는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씹히는 맛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숯불 돼지구이와 보쌈, 김치전, 인삼튀김, 비빔밥은 임직원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친목을 다지는 족구 경기가 있었다. 누가 승리를 하느냐는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함께 땀을 흘리며 어려운 일들을 도와드리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는 의미가 더 컸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며 친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날 족구경기를 통해 마을 주민들과 임직원들은 더욱더 거리감 없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

 

 

 

 노란 빛깔이 아름다운 은행나무 뒤로 펼쳐진 메밀밭은 한 편의 수채화였다. 메밀밭에서는 메밀을 거둬들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메밀밭으로 봉사활동을 온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메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메밀차를 마시고 메밀묵, 메밀국수를 먹으면서도 정작 메밀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도시에서는 메밀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하지 않고, 생각해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직접 일손도 거들고 몰랐던 사실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 그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마을 중간 중간에서 볏짚을 묶는 파란 조끼들을 볼 수 있었다. 볏짚은 벼의 낟알을 떨어낸 줄기인데, 일정량을 한데 모은 후 끈으로 묶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묶은 후 세워두고 잘 보관하다가 인삼밭에 깔아 놓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볏짚을 헐겁게 묶는 바람에 세우는 과정에서 많은 볏짚들이 빠지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손도 능숙해졌다. 묶기 위해 모은 볏짚을 두 발로 고정하고 묶는 어눌한 모습에서 끈을 먼저 깐 후 간단하게 묶을 정도로 요령이 생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루 만에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많은 양의 볏짚이 깔린 논바닥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수없이 많은 볏짚 뭉치들이 세워져 있었다. 또 다른 장관이었다.

 

 

 

 트럭과 경운기를 타고 삼삼오오 다시 회관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고되지만 웃으며 장갑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모습에서 못내 아쉬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봉사활동을 온 임직원들은 도시에서와는 또 다른 색다른 체험과 봉사의 아름다움을, 마을 주민들에게는 그리운 사람의 따뜻함과 부족한 일손을 느낄 수 있는 서로에게 값진 시간이었다. 아침에 본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회관을 지나다가 다시 마주쳤다. “아저씨, 이제 가면 언제와요 다음주 다음 주엔 오죠” “응, 또 올 거야. 금방 올 거야.” 수업을 마치고 피곤할 법도 한데 주민들과 함께 꼬마 친구들도 끝까지 손을 흔들어 준다. 월운리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이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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