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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화성인의 한 여름밤의 꿈

작성일201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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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세상은 넓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이 넓은 세상에 각자의 살아가는 모습 또한 각양각색! 오늘 우리는 그 중, '봉사'에 중독된 사람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독특한 부분을 감추거나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특기처럼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요즘 시대는 그야 말로 개성시대! 봉사에 홀릭된 사람들, 특이하고 독특하지만 매력이 넘쳐 일명 '화성인'으로 분류하는 트렌드처럼, 경기도 '화성'에서 '봉사'에 중독된 화성인을 만나보자!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며칠 전부터 시골의 한 작은 마을에 정체불명의 언어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봉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9개국의 화성인들이 경기도 ‘화성시’ 온석 2동 마을회관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달 19일부터 국제문화교류캠프인 ‘Global H Camp’가 경기도 화성시 온석동에서 시작됐다.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위해 사단법인 더나은세상과 함께 지난해부터 ‘Global Happy together Camp’를 개최했다. 한국을 알고 싶어 멕시코, 베트남, 인도, 이탈리아, 미국, 폴란드,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8개국에서 온 청년 10명과 기술연구소 직원의 자녀 10명으로 구성된 ‘Global H Camp’가 화성시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렇게 모인 20명의 화성인들은 10일 동안 온석 2동 마을회관에 머물면서 저소득층 가정의 주거 환경 개선을 돕고, 지역아동센터 아동과 함께 다양한 문화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대학생 지구인들은 방학을 맞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늦잠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성인들은 아침 8시부터 일어나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집수리 장소로 이동했다. 한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낙후된 주택이 이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인들은 새로 도배를 하기 위해 지붕에서 빗물이 새 눅눅하게 젖은 벽지와 장판을 뜯어냈다. 여자들이 뽀얗게 먼지가 쌓인 집 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 사이, 남자들은 오래되어 녹슨 가구들은 정리했다. 방안에서 가구를 꺼내 깨끗이 정리하고, 찬장에 수북이 쌓인 식기들을 전부 마당으로 가져와 비눗물에 담가 뽀독뽀독 씻었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찌든 때가 든 그릇들을 물에 담그자 깨끗한 물이 금세 뿌옇게 변했다. 먹물처럼 변한 물을 버리고 몇 번이고 헹궈내서야 새 그릇처럼 반짝 빛났다. 고무장갑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화성인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맨손으로 설거지했다. 무거운 가구를 나르느라 땀을 비 오듯 흘리는 남자들은 웃통까지 벗어가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푸세식 화장실을 없애고 집 안에 화장실을 만들기 위한 정화조 공사까지 도왔다. 인부들이 한사코 말리는 데도 무거운 벽돌을 옮겨 수레에 실었다.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일한 화성인들은 꿀맛 같은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봉사에 전념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아 불만이 가득할 만 한데도, 봉사 중독 화성인들은 역시 화성인답게 불평 한마디 없이 웃는 얼굴로 서로를 도왔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오래된 가구를 옮기다가 다쳤음에도 끝까지 남아 부상투혼을 펼친 샨카(Shankar)는 인도에서 온 31살 청년이다. 자신의 나라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현대자동차 해피무브 글로벌 봉사단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는 샨카는 16살 때부터 한국에 오는 것을 꿈꿨다고 한다. 샨카는 ‘Global H Camp’에 참가해 평생의 꿈을 이룸과 동시에 한국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다시 베풀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음 지었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캠프 리더가 샨카의 부상을 살피는 동안, 화성인들은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하는 화성인들이 대견했는지 집 주인 아주머니가 커다란 수박을 사오셨다. 화성인들은 각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얼음물보다 차가운 수박을 나눠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하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가만히 있을 화성인들이 아니다. 수박을 하나씩 들고 노래를 부르며 리듬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수박을 마이크 삼아 노래를 흥얼거리던 화성인들은 전 세계를 강타한 ‘마카레나’와 ‘강남스타일’의 춤을 추며 집수리의 고단함을 달랬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이들 중 가장 멋진 춤을 선사한 화성인은 바로 다니엘(Daniel)이다. 멕시코 청년 다니엘은 한국의 유행어인 ‘살아있네~’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정도로 한국에 푹 빠져있다. 한국 문화를 알고, 한국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국으로 왔다는 다니엘은 ‘Global H Camp’가 끝나고 한국을 여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는 21살의 꿈 많은 대학생 다니엘은 외국인 친구들과 만나 뜻 깊은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한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형, 누나들이 춤추고 노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는 희원이는 ‘Global H Camp’의 귀여운 막내다. 조용한 성격의 희원이는 남양 연구소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이번 캠프에 참가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빨리 친해지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사회복지학과를 전공 중인 희원이는 이번 캠프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어 뿌듯해했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드디어 봉사 일정이 모두 끝나고 저녁 시간이 돌아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온 만티(Manti)는 현재 금식 중이다. 다이어트 중이냐고 천만의 말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인 만티는 라마단 기간을 맞아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슬람어로 ‘더운 달’을 뜻하는 라마단은 무슬림에게 신성한 달로 여겨진다. 그래서 무슬림은 라마단 동안 해가 지기 전까지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린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힘든 수행 중인 만티를 위해 화성인들은 해가 지고 난 이후인 저녁 8시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저녁시간까지 각자 휴식을 취하는 동안, 식사를 담당하는 화성인들이 저녁을 준비한다. 9개국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있다.  

 

 오늘의 요리사는 프랑스에서 온 파비(Fabi)! 한국의 시골 마을에 오니 어릴 적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펜케이크가 생각났다는 파비는 프랑스식 펜케이크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한국의 전통 양은냄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펜케이크를 보면서 H 캠프의 글로벌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파비의 저녁을 기다리면서 한류팬인 크리스(Chris)가 멋들어진 춤판을 벌였다. 한국 최신 가요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크리스의 춤사위에 화성인들은 마을회관이 떠나가라 웃었다. 만티의 기도를 끝으로 식사시간이 다가왔다. 파비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펜케이크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화성인들은 주말에 있을 문화 캠프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외국의 문화를 접하기 힘든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문화전도사를 자청하고 나선 화성인들! 이들은 자신의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어떻게 하면 재밌고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먹음직스러운 펜케이크를 뚝딱 해치웠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집 주인인 이옥자 씨가 지병으로 입원한 남편을 돌보는 사이, 50년이 넘은 고택은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오래된 지붕은 무너져 빗물이 새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곳에는 먼지가 쌓였다. 다행히도 화성시 새마을회에서 옥자 씨의 사정을 알고, ‘Global H Camp’에 옥자 씨의 주택 보수를 신청했다.  

 

 옥자 씨도 모르게 진행된 선행에 옥자 씨는 텔레비전에만 나오던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난생 처음 보는 외국 청년들이 자신의 집을 쓸고 닦는 모습을 보며 옥자 씨는 하늘에서 천사들이 뚝 떨어진 것 같다고 기뻐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욕실에서 목욕하는 게 소원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옥자 씨의 마음을 잘 알기에 화성인들은 쉬는 시간조차 아까웠던 것이다. 

 

 저녁 시간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잠에 빠져드는 화성인들을 보며 이들이 얼마나 고단한 하루를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타국의 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빡빡한 봉사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아버지를 대신해 현대자동차의 사회 환원 사업에 앞장선 한국 청년들도 자랑스러웠다. 

 

▲ 사진 이정윤, 구본우 기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청춘'이라는 시간에 스펙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위에 있는 소외된 계층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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