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예약부도를 근절합시다

작성일2016.05.31

이미지 갯수image 6

작성자 : 김태우

한국 소비사회의 악, 예약부도



 대학생 이 씨(26세)는 지난달 태블릿 PC를 판매하기 위해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 판매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구매 희망자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이 씨는 영어 학원 강의를 포기하며 구매자와 시간을 조율했다. 그러나 약속 당일 구매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 씨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예약을 하고도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노쇼(No-show), 즉 예약부도라고 한다. 예약 부도는 이렇듯 음식점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다방면에 녹아있다. 이 씨는 구매자와의 약속을 위해 영어 학원 수강비와 교통비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구매자의 노쇼로 인한 피해는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가 없었다. 개인에게도 적잖은 손해를 입히는 예약부도. 예약으로 운영되는 레스토랑, 헤어샵, 병원 등 실제 업계의 피해는 더 크지 않을까?
 

예약 부도 시 타격이 큰 외식 업계
예약 부도 시 타격이 큰 외식 업계

5대 서비스 업종, 예약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액 年 4조 5천억 원
조선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식당, 병원, 미용실, 고속버스, 소규모 공연장 5개 서비스 업종의 예약부도율은 평균 15%에 달하며 이에 따른 손해는 연 4조 5천억 원에 이른다. 이 중 피해가 가장 큰 식당의 경우 손실액의 규모가 1조 8,000억 원 수준이다. 이에 노쇼 방지 캠페인에 참여한 이연복 셰프는 “고객이 예약한 그 순간부터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고객이 오지 않으신다면…” 이라며 예약부도로 인한 어려움을 언급했다. 예약한 손님을 위해 미리 준비한 음식과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예약부도가 초래하는 피해는 1조 8천억 원의 손실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예약부도에 대한 손해는 고스란히 착한 소비자의 몫


설날과 추석 같은 연휴가 다가오면 기차표를 구하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출발 당일 취소되거나 발권되지 않아 자동 취소되는 기차표는 전체의 약 70%. 소수의 소비자가 여러 시간대의 기차표를 예매한 뒤 출발 당일에 편한 시간대만 골라 이용하는 탓이다. 이와 같은 소비행태는 예약부도의 또 다른 대표 사례이며 ‘오버부킹(overbooking)’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기차표가 정말 필요했던 소비자들은 당일 취소된 표를 구하기 위해 또 한 번의 ‘전 국민 수강신청’을 치르거나 끝내 표를 구하지 못하는 피해를 본다.

예약부도로 인한 착한 소비자의 손해는 일부 병원에서도 나타난다. 진료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환자들의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병원은 노쇼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예약 가능 인원보다 약 20%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한다. 소비자의 ‘노쇼’가 업주들의 ‘오버부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진료시간이 연기되는 문제는 오히려 예약한 환자들이 제시간을 지킬 때 나타난다. 결국, 예약부도의 가장 큰 피해는 착한 소비자들의 몫인 것이다.
 

대학생도 예약부도로부터 떳떳할까?


도서관 예약 프로그램을 사용 중인 대학생
도서관 예약 프로그램을 사용 중인 대학생

깨어있는 지성인이어야 할 대학생. 우리는 과연 예약부도로부터 떳떳할까?
기사를 읽으며 ‘난 예약 같은 건 잘 안 하니까,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 근데 손해가 크긴 크네’고 생각하며 관조적 태도를 보이진 않은가? 안타깝게도 대학생 역시 예약부도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H 대학교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학기 초와 학기 말만 되면 학생들의 예약부도로 골머리를 앓는다. 소수의 인원이 예약해놓고 오지 않는 경우는 물론, 다수의 예약부도로 큰 피해를 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개강총회를 하겠다며 닭볶음탕 60인분을 예약한 뒤 겨우 40명만 참석한 탓에 미리 손질해 둔 20인분의 닭은 버려야 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대학생들끼리의 예약부도도 빈번
토익 학원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면 ‘디포짓(deposit)’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디포짓은 스터디 참여유도를 위한 보증금 제도로 불참자는 해당 벌금을 자신의 보증금에서 깎아나간다. 그리고 스터디가 끝날 때쯤 공부 참여자는 자신의 벌금을 제한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이러한 제도는 노쇼족으로부터 성실한 공부 멤버가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고 등장했다.

대학생들의 노쇼 행태는 팀별 과제에서 만나는 ‘프리라이더’에게서도 발견된다. ‘프리라이더’는 과제에 아무런 이바지를 하지 않은 채 성실하게 과제를 수행한 다른 팀원들의 덕을 얻으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대학생 신조어이다. 모두가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것 역시 상호 간의 약속을 전제하는 만큼 프리라이더의 배려 없는 행동은 대학생간의 노쇼 행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뿐만 아니라 도서관 자리를 잡아놓고 나타나지 않거나, 수강 의사가 분명하지 않으면서도 수강신청을 해두는 사례 모두 노쇼에 해당한다. 무심코 저질렀던 예약부도 이제는 정말 자리가 필요하거나, 수강 의사가 분명한 학생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예약부도 방지하려는 방법, 위약금이 최선?


열람실 자리를 맡아두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 용인 소재의 H대학교
열람실 자리를 맡아두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 용인 소재의 H대학교

토익학원의 ‘디포짓’ 사례와 같이 보증금 형태로 예약부도를 방지하려는 시도는 사회에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그 효과는 꽤 좋다. 한 관광지의 조사에 따르면 위약금 제도 도입 후 예약부도율이 22%에서 2.5%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예약부도,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해결


[출처] '화순적벽' 시범 개방 한 달간, 조선일보 2015/12/04 기사
[출처] '화순적벽' 시범 개방 한 달간, 조선일보 2015/12/04 기사

그러나 여전히 위약금 제도가 최선이라고 보긴 어렵다. “위약금 내고 말지.” 식의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은 정말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여전히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위약금은 식당처럼 재료 준비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업종의 손해를 일부 줄여줄 뿐이라서 예약부도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답이 되지 못한다.

결국 예약부도의 근본적인 해결은 소비자의 행동변화에 있다. 예약 역시 하나의 약속임을 되새겨 불필요한 예약은 잡지 않고, 예약할 땐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또한,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경우 사전에 공급자에게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
올바른 예약 문화가 자리할 경우, 소비자와 업주 모두 더 큰 효익을 누릴 수 있다. 소비자는 바로 자신이 예약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서비스 제공자는 수요를 예측하여 불필요한 공급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노쇼는 노! 예약부도근절캠페인에 참여 중인 영현대 글로벌 대학생 기자단
노쇼는 노! 예약부도근절캠페인에 참여 중인 영현대 글로벌 대학생 기자단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효익이 있는 예약 문화를 지켜나가기 위한 지금. 우리의 올바른 예약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영현대기자단12기 김태우 | 홍익대학교
영현대기자단12기 박예은 | 고려대학교
영현대기자단12기 소수민 | 서울대학교
영현대기자단11기 윤제필 | 한양대학교
영현대기자단12기 이지은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현대기자단12기 이현성 | 한국외국어대학교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