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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사랑한다면 캐나다는 불편한 사회

작성일201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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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슈퍼마켓에서 술을 살 수 없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시원한 맥주 한 잔 쇠고랑을 찰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 토론토가 위치한 캐나다 온타리오 주(州)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Canada

 


01 토론토 Yonge&Bloor에 위치한 LCBO 스토어


02 맛과 향에 따라 진열돼 있는 각종 와인들


03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캐나다인들. LLBO 레스토랑에 한해 제한된 구역에서만 야외 음주가 가능하다. 


04 한국 참 소주. 여기서는 '양주'라 비싸다. 6.35CAD(한화 약 7000원)


05 LCBO에서 근무하고 있는 Randy씨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에서는 정부가 판매하는 술만 ‘합법적’으로 사 마실 수 있다. 온타리오 주 정부는 ‘LCBO (Liquor Control Board of Ontario)'라는 정부 직영 술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주류제조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맥주판매점 ‘비어 스토어’는 주 전역에 436개, 정부 소유 LCBO 판매점(주로 양주 전문)은 598개, 교외지역 판매 대행점은 196개, 포도주양조장 운영 숍은 395개로, 정부 소유의 판매점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레스토랑과 펍(호프집)의 경우 LLBO(Liquor Licensing Board of Ontario)라는 표시가 있는 곳에서만 술을 마실 수 있다. LLBO는 술을 판매할 수 있는 하나의 자격증으로 온타리오 정부가 심사를 거쳐 세금을 받고 레스토랑에 판매한다. LLBO는 오후 3시부터 새벽 2시까지만 술을 팔 수 있다. 또한 흡연은 실외에서만, 음주는 실내에서만 허용된다. 야외 음주는 특별 허가가 없는 한 무조건 금지이며 레스토랑이나 펍의 경우 일정 구역 내에서 야외 음주가 허용된다.

술 유통권 사실상 국가가 독점
캐나다는 애주가들에게 가장 불편한 사회 중 한 곳으로 꼽힐 정도로 술에 대한 접근이 까다롭다. 캐나다의 식료품점과 마트에서는 술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대신 지정된 스토어(토론토가 속한 온타리오 주 등에서는 LCBO)에서만 술을 팔며, 스토어 상당수는 주정부에서 운영한다.
주정부 스토어는 평일에는 오후 7시까지만 영업하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에는 일요일에도 영업을 개시한다.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는 스토어가 항상 북적이는데, 주말을 대비해 미리 술을 장만해 두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술 유통을 사실상 국가가 독점하다 보니 문제점도 적지 않다. 독점의 가장 큰 폐해는 가격이다. 캐나다의 술값은 미국에 비해 현저히 비싸다. 심지어 몬태나 주나 아이다호 주 등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국 일부 주에서는 캐나다 맥주를 캐나다에서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 높은 술값의 원인 중의 하나는 세금이다. LCBO에서 술을 산 뒤 영수증을 받아보면, 5%의 GST가 자동으로 포함된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세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대학내일 505호 ‘알면 돈 버는 캐나다의 세금제도’ 기사 참고) 이로 인해 온타리오 주는 매년 15%이상의 막대한 주 예산을 LCBO를 통해 벌어들인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에서 술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주(州)는 독특한 문화권이 형성돼 있는 퀘백 주다. 그러나 그나마도 밤 11시까지로 술 판매 시간은 한정돼 있다.

빡빡하다 못해 살벌한 음주문화, 왜
캐나다 정부가 술 판매 채널과 영업시간 등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는 범죄 예방과 청소년 음주 방지 등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토론토의 유력지인 토론토 스타지가 웹사이트를 통해 여론 조사를 한 결과,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맥주와 와인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65%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에 재학 중인 Brian(22, 경영학)씨는 “범죄예방은 핑계에 불과하다. 슈퍼마켓에서도 술을 판매하고 있는 퀘백 주와 토론토 온타리오 주의 범죄 발생률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세금 확충을 위해 LCBO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온타리오 주 정부는 지난 2005년 LCBO 민영화를 비롯한 슈퍼마켓, 편의점 등의 주류 판매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LCBO노조와 주류회사들의 반대로 실패한 전례가 있다. LCBO는 연 매출 30억 달러를 기록, 10억 달러 상당을 주정부 금고에 부어 넣고 있으나 캐나다 연방정부측은 “LCBO가 더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이를 거부했다.(Toronto Star지 인용)
음주운전반대어머니모임(MADD) 앤드류 모리는 “음주가 시민들의 건강 및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며 LCBO민영화를 반대했고, LCBO 앤디 브랜트 회장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법도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를 위한 개선은 필요하다”며 LCBO민영화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뒀다. 최근 정부 여당에서 LCBO민영화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했으나 야당 측은 “자유당이 주류법 전면 개편을 들고 나온 배경은 LCBO를 팔아 현재 적자 재정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토론토 대학의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는 것도 권리’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Gillan(26, 토론토대 경영대학원)씨는 “술을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것도 사람의 권리다. 이렇게 제한을 둘 거면 차라리 마약처럼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어떤가”라며 정부의 법 개정을 촉구했다. Laura(21, 세네카대 항공학)씨는 “정부가 단순히 세금확충을 위해 이런 제한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LCBO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청원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술에 대한 접근이 까다롭긴 하지만, 술은 캐나다인들의 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며 아이스하키 보는 일을 사랑하는 캐나다인들이기에, LCBO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mini interview

마리아
(32, LCBO 마케팅 팀)

Q  LCBO는 온타리오 주 정부 소속입니다. 그렇다면 LCBO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공무원인가요
A  아닙니다.(웃음) 저도 제가 공무원이었으면 좋겠네요. 직원들은 파트타임, 계약직, 정규직 등 다양한데 주 정부가 운영하다보니 역시 정규직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Q  LCBO 노조의 반대로 지난 2005년 민영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하는데
A  많은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하시는데,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어요. 정부에서 직원들의 사후대책을 보장한다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막무가내로 민영화를 한다고 했으니 반대 외에는 방법이 없었답니다.
Q  한국은 거리에서 술을 마실 수 있고 음주 시간제한 같은 건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LCBO직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와, 진짜인가요 거긴 천국이겠군요. 저도 주말이나 행사가 있을 때에는 한정적으로 음주를 허용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처럼 되는 것은 약간 우려가 되네요. 음주운전이나 우발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니까요.
Q  LCBO가 재활용 프로그램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A  공병 회수율이 96%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어요. LCBO는 주류 판매 스토어일 뿐만 아니라 최대 규모의 재활용 체인망이라고 할 수도 있죠.
Q  레스토랑에서 술을 마시면 주류세를 따로 냅니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펍에서 술 마신 것은 한두 번에 불과하답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A  제가 확실하게 대답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주류세, 담배와 관련한 세금이 온타리오 주 정부의 예산에 막대한 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정부가 주류세를 제외하고도 살림을 꾸릴 정도의 돈이 있다면 폐지하겠죠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세금 없이는 무료 건강보험(Health Care System)도 연금도 보장받지 못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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