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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탁!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비엔나 사람들

작성일201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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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비엔나의 겨울은 혹독했다. 살을 에는 날씨에 가벼운 손 동상을 입은 후 나는 핸드크림과 장갑 없이는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았다. 언제나 우중충한 잿빛 구름이 끼어있던 탓에 일어나도 아침인지 대낮인지 구분할 수 없던 시간들이었다.
어느덧 차고 매섭기만 하던 계절이 가고 유럽 여행하기 가장 좋은 5월이 찾아왔다. 바야흐로 비엔나에 봄이 온 것이다.

Austria


01 오후 3시 사람들로 붐비는 잔디밭


02 공원에서 놀이를 즐기는 시민들


03 우리도 소풍왔어요! 오스트리아, 태국, 한국, 일본, 중국인의 모임

 

04 노천카페
 

거리는 기지개를 편다
겨우내 문을 닫았던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기 시작하고 카페들도 질세라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는다. 햇볕이 그리 강하지 않아도 비엔나 시민들은 호들갑스레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다. 비엔나 오후의 거리는 오히려 저녁 시간대보다 훨씬 붐빈다. 저녁에 상점 문을 일찍 닫는 탓에 쇼핑을 서두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햇살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특히 관광명소 앞이나 도나우 강 주변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거리의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모차르트처럼 하얀 가발에 그 시대 모자와 옷까지 갖춰 입은 이들이 클래식 콘서트 티켓을 팔러 돌아다니기도 한다. 카페의 실내는 휑해도 야외 좌석은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만석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슬슬 ‘피크닉 가자’라는 말이 나온다. 처음에는 ‘피크닉’이란 말에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싸가야 하나’ 싶었으나 특별할 것 없다. 비엔나 시내 곳곳에 있는 널찍한 정원이나 숲, 하다못해 동네 잔디밭에 놀러가서 벌러덩 누워 따사로운 봄볕을 즐기면 그만이다.
 
햇살이 억수로 쏟아지던 부르크 가든
비엔나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부르크 가든과 폭스 가든은 이곳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피크닉 장소로 한낮이 되면 풀밭 가득 사람들로 넘쳐난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햇살을 즐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맥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강아지와 뛰어놀기도 한다. 가방 하나 덜렁 베고 세상모르게 잠을 청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치는 이들도 있다. 맨손으로 큰 나무를 타고 나무 사이에 줄을 매달아 외줄타기를 하기도 한다. 저글링을 하고 곤봉을 휘두르고 아크로바틱을 하는 등 알 수 없는 묘기 개발에 한창인 사람들도 있다. 웃통을 훌러덩 벗은 채 태닝을 즐기는 광경은 더 이상 놀랄 거리도 아니다. 뜨거운 봄볕에 그을릴까 손으로, 모자로, 스카프로 연방 얼굴을 가리는 사람은 십중팔구 非오스트리아인이다.
이런 소동이 비단 주말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이다. 오후 3시에 대체 학교 안가고 일 안하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한 명씩 붙잡고 호구조사하고 싶을 지경이다. 부모님은 중국인이지만 오스트리아에서 나고 자란 데이비드(비엔나 상경대, 국제경영 대학원생)씨는 이 궁금증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오스트리아인은 일부 아시아인들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아요. 그래서 주로 3시쯤 사람들을 만나 커피를 마시거나 햇살을 즐기는 거죠. 오스트리아에서는 근로자는 하루에 정확히 8시간씩 일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7시 정도에 일을 시작한 사람은 오후 3시면 퇴근할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당신도 이미 느꼈겠지만 이곳은 대학교 출석이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겨울의 오스트리아인과 봄의 오스트리아인은 확연히 다르다.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중무장한 채 잰걸음을 걷던 그들, 봄이 되니 가벼운 옷차림에 덩달아 표정까지 화사해진다.
성격이 날씨에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날씨와 성격은 무관하지 않은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한 이들은 날씨와 성격과의 연관성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카트린(비엔나 상경대, 경영학 4학년)씨는 “여름과 겨울에 사람들의 행동이 판이하게 다르듯이, 어떤 기후의 지역에서 왔느냐에 따라서도 사람들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변 친구들을 봐도 그렇다”며 “스페인, 이탈리아 등 따뜻한 남부에서 온 유럽인들은 오픈 마인드이고 외향적이다. 말도 많고 제스처도 크고 목소리도 크다. 때때로 그들이 길 한복판에서 큰소리로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반면 북부 유럽의 사람들은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고 이성적인 편이다. 무언가를 그들 스스로 해내기 좋아하고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찍이 인류학자 호프스테드는 네 가지 기준을 정해 국가 간의 문화적 차이를 분석해 비교 문화적 모형을 만들었다. 놀랍게도 호프스테드의 비교 문화적 모형에 따른 결과가 이들의 주장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스페인의 위험 회피도가 덴마크의 위험 회피도보다 4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위험 회피도가 높은 사회의 사람들은 불확실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감정적이나 위험 회피도가 낮은 사회의 사람들은 냉담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스페인 사람들의 감정적인 성향과 덴마크 사람들의 무뚝뚝한 성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인은 북부 유럽적 성격과 남부 유럽적 성격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롤러코스터 같은 날씨 속에서 살아가는 비엔나 사람들
이곳 사람들은 언제든 두르고 벗을 수 있도록 스카프를 들고 다닌다. 비엔나의 날씨는 일기예보를 미리 보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성격도 종잡을 수 없다. 친구들 모임에서는 시종일관 유쾌한 그들이지만 낯선 이에게 선뜻 말을 건네지 않고 선을 긋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 때문인지 그들은 웬만해서는 친구라는 의미의 ‘Freund’를 쓰지 않는다. 대신 동료라는 의미의 ‘Kollege’를 더 자주 쓴다.
겨울은 지독하게 춥고 여름은 지독하게 덥고 롤러코스터 같은 날씨의 비엔나이거늘 카트린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 없이 비를 즐기고 날씨가 맑으면 햇살을 즐긴다”고 말했다. 그녀에게서는 비엔나 사람들의 삶의 질과 여유가 느껴졌다.

날씨가 쨍하면 어떻고 궂으면 어떠랴, 도심 곳곳이 아름다운 초목과 꽃,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이곳, 비엔나는 날씨와는 별개로 그네들의 행복을 배가시키는 특별한 도시임이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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