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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병원이 무섭지 않아요

작성일201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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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Taipei

지갑 속 학생증과 주민등록증. 한국 대학생들에게 대표적인 신분증이다. 대만에는 이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분증이 있다. 바로 의료보험제도를 대표하는 ‘건강보험 IC카드’다. 의료보험의 천국이라 불리는 대만. 국민들이 늘 지니고 다니는 이 카드처럼 의료보험제도는 대만인들의 삶 속에 지극히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01 보험 관련 책자들


02 한 병원의 내부


03 도심 거리의 안과 간판 


04 어린이를 위한 시설까지 겸비한 한 병원 외관
 

대만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다. 그리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지불하려는데, 병원까지 동행한 대만 친구가 진료비 청구서를 보고는 그 액수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만 국민은 이 정도의 진료로 그만큼의 진료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료비의 10%만 납부하세요
대만의 의료보험제도는 ‘전민건강보험’이라는 명칭으로, 대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제약을 받지 않고, 의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95년 3월 1일부터 시행됐다. 대만 전 국민뿐 아니라 거류증을 소지한 외국인(4개월 이상 체류 시)까지도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무료로 건강보험 IC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소득에 따라 차등 책정되는데, 평균 수입의 일반 국민의 경우, 한화로 약 12000원(NT$300) 정도만 매달 지불하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2000원으로 보상 받을 수 있는 전민건강보험의 혜택 범위는 놀라울 만큼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진료비는 10%만 개인이 부담한다. 각종 암이나 에이즈(AIDS) 등의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이 본인부담금까지도 면제해준다.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증 질환의 종류가 100여 개가 넘는다는 사실도 놀랍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의료보험 면제 대상으로 두고 있는 치과 진료도 대만에서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대만에서는 모든 보험 가입 대상자에게 연간 2회의 스케일링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데, 그 비용은 불과 한화 약 4000원(NT$100)이다.
또 다른 놀라운 혜택 중 하나는, 이민이나 유학 등의 이유로 대만 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국민들도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고 매년 건강검진을 받으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어디에서 머무르며 진료를 받아도, 진료비의 90%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뜻이다.

필요한 시기에 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센스
이러한 의료보험의 혜택에 대해 대만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받아 온 혜택이라, 전민건강보험 없이 살아가는 걸 생각해 본 적 없어요’라는 장짜젠(밍쩐대학, 국제경영학 2학년)씨는 병원 진료가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보험제도이기에 더욱 우수하고 뜻 깊은 제도라고 말한다. “엄마를 위한, 아니 여자를 위한 제도인 것 같아요.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생각하면 든든해요.” 쿠오샤오샨(밍쩐대학, 국제경영학 2학년)씨도 이와 같은 생각이다. “갓 태어난 아이의 경우에도 맞아야 하는 예방 접종 주사가 한두 종류가 아니잖아요. 이런 예방 접종에 대해서도 전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굳이 심한 질병에 걸리지 않아도, 우리 일생에서 필요한 시기에 적당한 혜택을 보장하는 거죠. 참 센스 있는 제도 같아요.”

의료업=서비스업,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대만의 행정원 위생서(보건부)가 2009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민건강보험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만족도는 82.9%였다. 의료보험이라는 사회보장제도를 시행 중인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높은 수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만의 의료 제도가 이토록 높은 만족을 주는 것은 제도적 우수성 때문만이 아니다. 대만의 병원은 완벽하게 환자 중심으로 돌아간다. 가장 간단한 예로 병원의 진료 시간을 들 수 있다. 대만의 병원은 개인병원을 포함해 대부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진료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처럼 병원에 가기 위해 학교를 조퇴하거나 회사에 휴가를 낼 필요가 없다.
그뿐 아니라, 대만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라는 직업이 몸이 아픈 환자를 대하는 서비스 업종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직업에 대해 갖는 마음가짐이 다르기에, 환자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만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면 대만 의료업 종사자들이 얼마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려로 환자를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4월 1일, 대만의 행정원 위생서는 노인 인구의 증가와 신약 개발이라는 목적으로 건강 보험료율을 0.61% 인상했다. 전민건강보험이 제도화된 이래로, 보험료 인상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대만 국민들은 그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이들이 받는 혜택에 비하면 가벼운 혹은 당연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의료보험제도에는 늘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세계 최고의 의료보험제도, 의료보험의 교과서 등. 인간의 삶에서 최우선의 가치가 돼야 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심적, 물적으로 심혈을 기울인 덕에 얻은 수식어들이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 너무나 당연한 듯 보이지만 많은 나라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대만의 의료보험제도는 더욱 빛난다.


mini interview

순천팡 의사
천팡 산부인과 원장


대만의 전민건강보험은 단연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이렇게 저렴하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죠. 몸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대만에서는 당연하게 보장합니다. 얼마나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돈이 없어도 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 지정병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느 개인병원에서도 이러한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제도가 정말 생활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물론 관련업계 종사자로서 적자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보험제도에 대해 약간의 우려는 있습니다. 의료보험의 처음 시작은 정치와 크게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전민건강보험의 도입배경에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라는 원초적인 목적도 없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더욱 민주적인 제도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만 정치에서는 국민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가능해요. 이러한 까닭에 보험료를 올리고 싶어 하는 대만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이 입법되기는 여전히 힘들죠.
사실 대만에서는 의사가 최고의 직업은 아니에요. 이 나라에서의 IT산업 종사자만큼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한 직업도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정말 좋아해서 의사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기에 국민들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야시장이나 고궁박물관, 잘 보존된 자연환경은 대만을 대표하는 관광지죠. 이러한 관광지 못지않게, 의료보험제도 또한 대만을 대표하는 자랑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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