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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고 싶으면 광고하라

작성일201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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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Germany

 

‘독일인은 차갑고 무뚝뚝하다’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음 직하다. 실제로 이웃 나라 프랑스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독일인들은 비사교적인 것이 사실이다. 독일인들은 퇴근 후엔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야외활동을 할 때도 대부분 가족 단위로 움직인다. 주위 사람을 일컫는 호칭도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 지인<동료<친구<애인<배우자 순이라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의 거리 척도가 확실한 독일인들은 어떻게 연애할까 거리를 활보하는 저 많은 연인들은 어떻게 만난 것일까

 

 

01 대학 수업과 자유시간의 구분이 확실한 독일 대학생들


02 인터뷰이 소냐(프랑크푸르트대학 성악)씨


03 인터뷰이 알리체(프랑크푸르트대학 사회학)씨


04 인터뷰이 라스(프랑크푸르트대학 경영학)씨


 

05 게시판에 붙어있는 다양한 광고들

 

 

흥미롭게도 독일에는 소개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대신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신문에 광고를 낸다. 자신의 신상정보와 관심분야, 원하는 이상형을 공개해 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해서 만나는 것이다. 이른바 콘탁트 안짜이게 (Kontaktanzeige-연락광고)는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부터 생긴 것으로,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독일인들의 관계적 특성을 잘 나타낸다. 이러한 광고는 한국의 경우와는 다르게 대체로 건전한 관계를 지향하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통해서 파트너를 만난다. 독일 대학생 남녀를 만나 콘탁트 안짜이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외로운 사람들의 유일한 소통 수단
요즘 독일 대학생들은 신문광고보다는 인터넷에 프로필을 올리는 방법을 이용하는 편이야. 여기 광고를 낸 사람들은 보통 40대 이상이지. 나이 든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면 할 일이 별로 없어. 특히 파트너와 헤어지고 외롭게 지내는 사람들은 말동무가 필요하지. 게다가 이런 매체를 통해서 자신을 먼저 소개하면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고도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그렇지만 여기 ‘아름답고, 섹시하며 지적인 데다가 수입까지 좋은 슈퍼모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구가 보여 나는 이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관계를 만드는 데 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자신을 이런 식으로 포장하는 거지.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극적인 방식보다는 직접 상대방을 만나는 게 좋긴 하지만, 길거리에서 무턱대고 당신이 마음에 든다며 말을 걸 수는 없잖아 그런 방식은 독일에서 통하지 않거든. 그래서 이렇게 신문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소통할 방법을 찾는 것 같아. 물론 여기서 진지한 관계로 발전할 상대를 찾을 수도 있지만, 오직 성적인 것에만 목적이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 -라스(프랑크푸르트대학 경영학)

 

소중한 관계일수록 스스로 만들어야
소개팅 어떻게 내 연인을 찾는 데 친구로부터 소개를 받을 수 있지 그게 더 위험한 게 아닐까. 나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고, 동시에 내가 원하는 사람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이렇게 광고를 내는 것은 꽤 효율적인 것 같아. 기본적으로 '내 인간관계는 내가 만든다'는 생각인 거지. 어떤 신문에는 ‘그가 그를 찾습니다’ 나 ‘그녀가 그녀를 찾습니다’ 라는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독일에서는 뭐든 뒤로 숨기고 쉬쉬하면 더 나쁘게 생각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어.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나도 어떤 친구를 인터넷을 통해서 만났는데, 내 취미를 써 놓은 내용을 보고 연락이 왔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 여기선 왁자지껄한 모임이 흔치 않아서 이렇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오히려 첫인상으로 결정 나는 형식적인 관계보다는 겉모습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각자 다른 것일 테니, 신문 광고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겠지. -소냐(프랑크푸르트대학 성악)

 

독일인들의 소통부족이 만든 슬픈 결과
이탈리아에도 이런 광고가 있긴 하지만, 어린 세대들이 펜팔친구 찾는 수단으로 주로 쓰곤 해. 지금까지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느낀 건데,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인사를 한다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독일 대학생을 보기 힘든 것 같아. 이탈리아 대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다 같이 술을 마시러 가는 게 일반적이거든. 항상 왁자지껄한 캠퍼스에 있다보니 독일은 너무 조용하게 느껴져. 그리고 독일 대학생들은 대부분 처음에 만났을 때 굉장히 친절하고 예의바르지만, 개인적으로 가까워지기는 힘든 것 같아. 다들 바쁘게 캠퍼스를 오가느라 같이 앉아서 밥 한번 먹기 어렵더라. 나도 왜 그런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게 독일인들의 대표적 성향인 것 같아.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고 싶으면 광고까지 내야하다니, 엄청 슬프지 않니-알리체(프랑크푸르트대학 사회학)

 

재미있는 것은 독일인들 스스로도 소통이 부족한 사회적 특징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헬가 도너만(프랑크푸르트 대학교 국제부 교수)씨는 “독일인들은 대체로 특정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며 "특히 독일 대학생들은 대학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 대학 수업과 자유시간의 구분이 아주 확실하기 때문에 대화의 기회도 적다"고 말했다.
콘탁트 안짜이게는 이러한 공백을 채워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직접 대면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하더라도,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독일인들의 소통 의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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