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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작성일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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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South Africa

2010년 월드컵은 검은 대륙 최초로 남아공에서 개최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각 분야에서의 경제적 창출은 물론 지금도 잔존하는 흑인과 백인 간의 인종 갈등도 어느 정도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개막식과 함께 펼쳐질 화려한 축제의 이면(裏面)에는 월드컵으로 인해 남아공 사람들이 겪을 고통과 불편이 감춰져 있다.
 

01 남아공 자국팀의 친선 경기가 있던 날

 


02 케이프타운 주 경기장의 내부

 


03 ‘그린포인트’ 주 경기장 외관


04 통합 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미니버스택시

 

영화 속 강제 이주가 실제로
지난해 개봉한 영화 ‘디스트릭트9’은 1966년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흑백인종차별법) 당시 흑인 빈민층 6만여 명을 디스트릭트6라는 지역에서 강제로 쫓아낸 사업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에선 그들을 ‘외계인’으로 비유하여 충격을 주었는데, 당시의 기억을 재현이라도 하듯 월드컵을 앞두고 디스트릭트9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케이프타운의 도심과 경기장 근처에는 노숙자 혹은 걸인들이 많이 있었지만 월드컵을 앞둔 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들을 특정 지역으로 급속히 강제 이주시켰기 때문이다.


2008년 케이프타운 시(市) 당국은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Blikkiesdorp 지역에 약 3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마을을 건설했다. 불법으로 도로를 차지한 점거민과 노숙인을 위한 숙소라는 목적이었다. 건설 후 2010년 초까지 길거리의 노숙자 수는 크게 변함이 없었지만 월드컵을 한 달여 앞두고 그 수는 급속히 줄어갔다. Blikkiesdorp 지역으로 강제 이주된 주민 Sadeca (54)씨는 “정부가 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길거리의 많은 노숙인들이 이곳으로 강제 이주되고 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기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그들은 길거리에서 구걸과 노동을 하여 한 달 평균 500랜드(한화 약 8만원)을 벌고 있었지만 강제이주 구역에서는 찾을 수 있는 일자리도, 그들에게 돈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Aleman Mikelson(43, 이주 주민)씨는 “가끔 도로공사 일용직을 해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곳에 온 뒤로 시내까지 나갈 차비도 없고 구걸할 사람도 없다. 여기 있는 모두가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市)에서는 원래부터 계획된 도시 개발정책 중 하나라며 월드컵을 위한 강제이주가 아님을 밝히고 있지만 이 마을의 대다수 주민들은 “시(市)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싫어서 월드컵 개막 전에 우리를 빠르게 이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왜 우리의 축제에서 우리가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월드컵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건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아공에서 가장 널리 퍼진 대중교통인 미니버스택시(이하 미니버스)도 월드컵 기간 동안 일정지역에서 운행이 금지되면서 운전기사들의 수입이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되었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당일, FIFA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제외한 모든 외부 차량의 일부 구간의 통행을 금지하고 노선을 우회하도록 만든 것. 케이프타운에서 12년간 미니버스를 운행해온 Bayce씨는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우회노선을 만든 것은 이해하지만 가장 큰 수입원을 얻는 구간에서 운행하지 못해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새롭게 변경된 노선은 기존의 중심도로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제한구역 내에 음식점, 술집 등이 많이 위치해 있어서 그곳을 찾는 모든 손님은 일정 거리를 걸어와야만 한다. 운행 제한구역 내 주류마켓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Aurely(27)씨는 “미니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주위에 상점이 많아 모두들 비슷한 불편을 겪을 것이다. 왜 우리의 축제에서 우리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장과 가까이 위치한 쇼핑센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근로자는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면 기존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은 일찍 나서야 한다. 그들을 위한 별도의 주차공간을 마련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 주차를 하지 않으면 운행제한 구역에서부터 걸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Martha Michel(65)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월드컵 때문에 방문객이 많아지면 가게운영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근로자를 위한 배려부터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무료 티켓이 반갑지만은 않은 경기장 건설 노동자들
2008년 말, 제프 블래터 피파(FIFA)회장은 경기장을 건설한 노동자들에게 자신이 공사한 경기장에서 월드컵을 볼 수 있도록 무료 티켓을 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약속대로 지난 5월 초 두 장의 무료 티켓이 건설노동자들에게 배부됐다. 비록 피파(FIFA)가 판매하는 티켓 중 최하등석이었지만 자신이 땀 흘려 쌓아올린 경기장에서 월드컵을 볼 수 있는 값진 선물을 얻게 된 것이다. 그들은 무료 티켓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공사 막바지 마무리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오는 소수의 건설 노동자들에게 조심스레 물었지만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Adenaam(35)씨는 “나는 두 딸과 한 명의 아들 그리고 아내가 있는데 어떻게 혼자서 갈 수 있나. 가능하다면 팔고 싶다. 그 돈으로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고, 동료 Jerriea(39)씨 역시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는 노동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들에게는 월드컵의 한 경기를 즐기는 것보다 한 가족을 부양할 돈이 더욱 시급한 것이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흑인 계층의 경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약 80%의 흑인주민 중 14%(2009년 남아공인종관계연구소 통계)의 중산계층을 제외한 이들은 여전히 여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의 고통과 불편은 뒤로한 채 개막된 월드컵. 이쯤에서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mini interview]

Shahied 49, 미니버스택시 운전사

 

Q. 이번 월드컵 기간에 많은 관광객이 오면 수입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닌가요 1990년부터 올해까지 20년째 미니버스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2003년 크리켓 월드컵이 열린다고 했을 때 모두들 수입이 늘 것을 기대했지만 평소와 다름없었어요. 크리켓 경기를 보러 온 백인들이 그 당시 흑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니버스를 이용할 리 없었죠. 이번 월드컵 때도 수입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피파(FIFA)의 공식 허가증 없이는 미니버스가 경기장 근처나 공항에 갈 수 없으니 승객을 싣는 데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외국인에게 생소한 미니버스 대신 일반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Q. 운행구역에 제한을 두었는데, 불편한 점이 많나요
제한구역을 왕래하는 승객들이 하루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승객들이 대체된 노선까지 오려면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데,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제한구역으로 걸어 다니면 피해는 그대로 우리에게 오겠죠. 게다가 그 곳 도로사정도 좋지 못해서 운전하기 더욱 힘들어집니다. 결국 양쪽 모두에게 불편할 뿐이죠.


Q. 경기 당일만 구역제한을 두는데 케이프타운에서는 총 8일밖에 열리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짧은 기간인 것 같은데요 운전자 대부분이 하루 종일 일해서 총 600랜드(한화 약 10만원)정도 버는데 기름 값과 안내조수 비용 등을 빼면 절반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기 차량이 아니면 또 다시 회사에 일정금액을 납부해야 하죠. 저 같은 경우 제 차를 운행하지만 결국 하루 벌면 우리가족 2~3일 생활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데도 8일이 우리에게 짧은 기간일까요


Q. 월드컵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길거리 분위기는 어떤 것 같나요
리포터도 잘 알다시피 몇몇 차들만 국기를 걸고 다닐 뿐 거리는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외국인들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많은 남아공 사람들이 월드컵을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결국은 돈과 삶의 여유의 문제입니다. 다수의 부유한 백인들은 럭비와 크리켓을 더 좋아하는데 월드컵 기간 중에 중요한 럭비경기가 있는 날 과연 축구 경기를 보러갈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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