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내 룸메이트 안젤라를 소개합니다

작성일2010.06.17

이미지 갯수image 8

작성자 : 기자단

AMERICA

170cm를 훌쩍 넘는 키 덕분에 처음엔 언닌 줄 알았다. 그녀의 팔과 다리에 그려진 문신이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잠꼬대까지 영어로 하는 이 토종미국인과 어떻게 1년을 사나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지내고보니 그녀 없이 어떻게 1년을 살 수 있었을까, 아찔하다. 내 루미(roomie), 안젤라(아칸소 대학교 경제학, 2학년)를 소개한다. 
 

01 크리스마스에 그녀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35를 선물했다

 


02 내 룸메이트 안젤라
 

03 그녀의 필수품, 고데기와 헤어스프레이

 

04 그녀의 공간은 언제나 물건들로 북적북적하다

 


05 서랍 속 가득 찬 그녀의 신발들

 


06 기숙사 방 한켠엔 냉장고와 전자렌지를 비롯한 가전기기가 가득하다

 

07 이스터를 맞아 재주 좋은 그녀가 꾸민 방문

 


08  20년새 미국 음식 사이즈는 2배가 돼버렸다

 

하루에 3번, 옷 갈아입기
9시 30분 수업인 안젤라가 헐레벌떡 일어나 추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학교에 간다. 한국이었다면 출입을 금지 당했을 수도 있다. 내가 다녔던 한국대학엔 츄리닝, 슬리퍼 차림의 학생은 출입할 수 없다는 안내가 붙기도 했었으니까. 그러나 이곳에선 모두들 ‘이보다 더 편할 순 없다’는 복장으로 등교를 한다. 학교가 끝나면 안젤라는 서둘러 아르바이트 식당의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용돈은 스스로가 벌고 있다. 웨이트리스 일을 하는 그녀의 시급은 우리 돈 1만2천 원 정도. 음식 값의 15~20%를 받는 팁까지 합산한다면 아르바이트 수익은 꽤 짭짤하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은 밤 10시쯤. 그러나 누군가의 말처럼 고기를 많이 먹고 자라 무한체력인 것일까. 그녀는 앞뒤가 훤히 파인 홀터넥 드레스로 갈아입고 서둘러 파티장소로 향한다. 파티가 끝나는 시각은 새벽 3시. 어떤 날은 날을 꼬박 새기도 한다. 
 
딸 부잣집 그녀
안젤라는 우리로 치면 ‘최진사집 셋째딸’이다. 위로 언니가 2명 아래로 여동생이 한 명 있다. 미국에서 형제 자매이야기를 듣는 건 ‘아, 이래서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는 거구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다. 나는 한국에서 형제자매가 3명 이상 되는 친구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미국 친구들의 경우 2명에서 4명 정도의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동생 한 명 있는 나로서는 막내 동생과 싸우고 둘째언니한테 하소연하는 그녀가 어찌나 부럽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 아빠를 좀 더 열심히 조를 걸 그랬다. 
 
선물로 돈을 받다

겨울방학이었다. 나는 뉴욕으로, 룸메이트는 고향인 캔자스시티로 떠나게 됐다. 보통 미국친구들은 비행기보다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안젤라 역시 다음날 새벽 5시에 기숙사를 떠났다.
잠결에 그녀를 배웅하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내 머리맡에 편지봉투가 있다. 열어보니 35달러, 약 4만 원쯤 되는 돈과 크리스마스카드가 들어있다. 기분이 묘했다. 선물로 돈이라니. 이것이 호의인지, 동정인지 헷갈렸다. 한참 고민 끝에 다른 미국친구에게 물어보니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현금을 선물로 주고받는 일이 흔하다 했다. 너를 좋아한다는 뜻이니 걱정 말라고도 덧붙였다. 묘했던 기분이 고마움으로 확실히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선 성의 없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제 미국 친구들 사이에서는 돈을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각종 상품권도 인기 있는 선물이다.


쇼핑, 쇼핑, 그리고 또 쇼핑
미국은 풍족하다. 체감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그리 높지 않지만, 최저임금은 2배 가까이 된다. 월마트는 큰 대용량을 묶음으로만 판매한다. 실제 20년 사이 미국 식품 사이즈는 2배 이상 증가했다 한다. 저가 자체를 마케팅으로 내세운 브랜드도 많다. 풍족한 물자가 미국을 소비하게 만들었는지, 과소비가 물자를 풍족하게 했는지, 무엇이 닭이고 병아리인지는 몰르겠지만 어쨌든 미국 대학생의 소비도 엄청나다. 안젤라 역시 마찬가지. 수영복은 돌아오는 계절마다 새로 장만하고, 신발은 운동화만 10켤레, 기본 실내화만 대여섯 켤레가 넘는다. 뿐만인가, 기숙사 안에도 소파부터 냉장고, 전자레인지와 TV 등 웬만한 살림살이를 다 갖춰놓았다. 미국 내에서 ‘과소비는 결국 다른 제 3세계 국가가 써야할 자원을 뺏어 쓰는 것’이라는 자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비단 내 룸메이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미국 대학생도 똑같은 고민한다
요즘 안젤라는 한참 아버지와 투쟁 중이다. 그녀의 전공은 경제학. 그러나 그녀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한다. 처음 대학에 지원할 땐 어느 곳에도 특별한 흥미가 없어 가장 무난한 경제학을 택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 디자인을 접하게 됐고, 5일을 공부한 경제학보다, 5시간 동안 그려낸 디자인의 점수가 더 좋게 나오자 확신이 섰단다. 평소에도 그녀는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방문 알림판 속 낙서부터, 스케치북 안 진지한 연필 스케치까지 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냐고 내가 먼저 물어볼 정도.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경제학을 전공해 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하신다. 안젤라의 아버지껜 죄송하지만 몇 년 후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그녀의 명함에서 ‘디자이너’란 글귀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미국친구를 부러워했었다. 어느 한 나라에서는 목숨을 걸고 배우려는 영어가 태어나자마자 사용하는 모국어이고, 몇 백씩 들여 뾰족하게 만드는 코를 그네들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고, 죽자사자 런닝머신을 뛰어도 본래가 길쭉길쭉하게 생겼다는 그 유전자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고,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말, 미국인 친구와 1년을 함께 살아가면서 비로소 배워나간다. 그녀의 눈물도 보았고, 화도 보았고, 기쁨도 보았고, 걱정도 보았다. 나에게 진짜 미국을 가르쳐준 이는 안젤라, 바로 내 사랑스런 루미다.■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