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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남자라면? 치마죠!

작성일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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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Myanmar

&ldquo그날의 창피함을 잊을 수가 없어요.&rdquo 서상배(26세, KOICA봉사단원)씨가 처음으로 미얀마 전통 하의인 론지를 입었을 때를 회상한다. &ldquo연구실의 미얀마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라 문화 존중 차원에서 론지를 입었죠. 하지만 익숙지가 않아 그만 치마 끝을 밟고 넘어지고 말았어요.&rdquo 그래도 이 경우는 다행이다. 안에 속옷을 입었으니 말이다. 전통대로라면 론지 안에는 아무 것도 입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01 남자 론지인 &lsquo뻐소&rsquo를 입은 미얀마 남자들

 


02 여심을 사로잡는 천 시장

 


 03 초록색 론지를 입는 중고생들

 

04 남녀 모두 화려한 론지를 입는 결혼식. 하지만 남자가 군인일 경우 군복을 입는다.


05 미얀마에서 빨간 론지를 입은 학생을 만난다면 바로 간호대 학생들이다
 

론지, 미얀마 역사와 함께 해 온 지혜의 산물
이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에 오는 외국인들은 한번쯤 론지를 입어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녀노소 모두가 발목까지 오는 이 긴 치마를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론지는 역사 시대부터 있었던 의복으로 각종 고문헌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45도를 웃도는 이 끔찍한 더위에 어떻게 다리를 다 덮는 긴 치마를 입고 다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론지에 깃든 미얀마 선조들의 지혜를 이해하게 됐다. 밖으로 노출되는 부분이 없는 덕에 따가운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열대 지방의 무시무시한 모기와 벌레에 물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남녀의 론지가 같아 보이지만 그 명칭과 입는 법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여성의 것은 &lsquo타메잉&rsquo이라고 부르며 천을 허리에 감아 두른 후 죄어 왼쪽이나 오른쪽 허리춤에 남는 부분을 집어넣는다. 남자 론지는 &lsquo뻐소&rsquo로 양쪽에서 팽팽하게 당겨 배 중앙 부분에서 매듭을 짓는다. 가끔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허리춤을 휘휘 풀어 론지를 고쳐 입는 사람들을 보고 민망함 반, 신기함 반으로 웃곤 했다. 별도의 조임끈이나 고무줄로 고정시키지 않은 채로 입고도 축구를 하고 짐을 나르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실제로 미얀마 사람들에게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그들은 &lsquo전혀!&rsquo라고 단호히 답하며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에게 론지는 특별한 의상이 아닌, 평생을 함께 하는 일상복이라는 사실이 그제야 와 닿았다. 
 
일상복에서 교복까지,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의상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통 의상은 민족 고유의 행사 때나 잠시 입는 옷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론지는 늘 미얀마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함께 한다. 다만 때와 장소에 따라 조금 더 격식을 차려 갖춰 입는가하면, 그 모양을 달리하기도 한다.


가장 화려한 론지를 볼 수 있는 곳은 결혼식장이다. 이때 신부와 친척들은 주로 물결 모양의 실크 론지를 입는데, 이 무늬는 미얀마 대표 강인 &lsquo에야와디&rsquo의 흐르는 물에서 착안된 것이라고 한다. 결혼식에 오는 하객들의 론지를 보면, 론지를 일상복으로 애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단정한 예복으로 여김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급 호텔의 직원, 관공서의 공무원 역시 예외 없이 론지를 착용한다.


미얀마의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다. 하지만 한국과 같이 디자인이 같은 옷을 맞추어 입는 것이 아니라 하의인 론지의 색깔만을 통일한다. 이때 대학별로 지정한 론지 색깔이 다르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내가 있는 만달레이외대 학생들은 파란색 론지를 입는다. 반면 간호대학생들은 지역을 불문하고 빨간색 론지를 입고 다닌다.


론지의 역할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생활 곳곳에서 론지를 활용한다. 대부분의 미얀마 가정집에는 아직 목욕 시설이 없어 거리의 우물을 이용한다. 이때 여성들은 론지를 가슴 위까지 올려 매고 몸을 씻는다. 덕분에 별다른 준비가 없어도 언제, 어디서든지 몸을 가리고 목욕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닳거나 헤진 론지를 걸레로 이용하거나 햇볕이 뜨거울 때 머리에 둘러 차양용으로 사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나만의 론지, 나만의 개성
최근 서양 문물이 유입되고 생활이 현대화되며 론지 대신 바지를 입는 사람들이 늘었다. 실제로 지정된 색깔의 론지를 교복으로 입어야만 하는 위 사항은 여학생들에게만 해당된다. 남학생들은 바지를 입고 학교에 오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은 아직까지 론지를 입는 것이 보편적이다. 론지를 입는 빈도도 높고 장소도 다양하다보니 그 디자인이 아주 화려하고 다채롭다. 남성의 경우에는 어두운 무채색에 반복되는 패턴의 무늬가 들어간 것이 대부분으로 대량 생산된 기성복을 사 입는다. 하지만 여성은 &lsquo인지&rsquo라고 부르는 상의를 타메잉과 세트로 맞춰 입기 때문에 옷감에서부터 디자인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작은 마을에도 몇 개씩 있는 천 시장에 가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천을 찾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는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천을 선택한 후에는 &lsquo아쵸사인&rsquo이라고 부르는 수선집에 간다. 그리고 미리 생각해 두었던 디자인과 비치되어 있는 디자인 샘플을 참고하여 옷을 주문한다. 비용은 상의 5천짯(한화로 약 5천원), 하의 3천짯(한화로 약 3천원) 정도로 2주가 소요된다. 개인차가 크지만 보통 미얀마 여성들은 한 달에 1~2개 정도의 새 옷을 만들어 입는다. 수선집에서 만난 끼떼우(20세, 학생)씨는 &ldquo론지의 색상은 검정색이지만, 분홍색 꽃무늬가 들어가서 상의는 분홍색 천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목 부분에는 리본을 달아 달라고 주문했어요&rdquo라며 빨리 새 옷이 완성되면 좋겠다고 했다. 론지의 모양은 일자 통치마로 아주 단순하지만, 이처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천을 고르고 재단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한껏 드러낼 수 있다.


론지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 풍습에 이어 언어까지도 서로 다른 종족이 모인 미얀마. 다민족 국가이지만 론지를 입는 문화만은 같기에, 외관상 민족적 동질감도 북돋아준다. 전통 의상의 명맥을 이으면서도 개성을 드러내는 론지, 전통과 현대의 가장 모범적인 조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mini interview]

뚜랑소미양 만달레이외대 한국어학, 3학년

아버지 세대 때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론지를 입었지만, 이제 서양식 옷을 입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어떤 것이 더 편한지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처럼 론지가 편해서 주로 이것만 입는 사람도 있고, 바지를 자주 입는 남학생들도 있어요. 제 친구 중엔 론지를 입은 모습이 촌스럽다며 운동화에 청바지를 고집하는 애도 있어요. 하지만 띤쟌(신년)과 같은 명절이나 결혼식 때는 반드시 론지를 입어야만해요. 멋과 편안함에 있어서는 견해 차이가 있지만, 론지가 제일 격식 있는 예복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거예요.

제 또래 남자들은 20벌 정도의 론지를 갖고 있어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패션에 관심이 없는데다, 남자의 것은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만 구비해둬요. 하지만 제 누나의 론지는 50벌이 훨씬 넘어요. 색깔별, 무늬별로 정리해 둔 론지와 상의가 옷장을 꽉 채우는 데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새로운 론지를 만들어 입어요. 여자들에게 있어 예쁜 천을 찾아 자신만의 론지를 만드는 것은 최대 관심사이자 흥밋거리인 것 같아요. 교실에 새 론지를 입고 온 친구가 있으면 여학생들은 그 친구를 둘러싸고 어디에서 얼마 주고 샀는지 물어보기 바빠요.

재밌는 점은 지역에 따라 남자 론지에 들어간 무늬가 다르다는 점이에요. 북쪽인 꺼친 지역의 론지는 큰 무늬를 사용하는 반면, 중부지역은 작은 무늬만을 사용해요. 하지만 지역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여 입진 않고 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꺼친 론지를 입어요. 전통대로라면 남자들은 여기에 머리에 두르는 천모자인 &lsquo가웅바웅&rsquo까지 착용해야만 해요. 하지만 이제 일상생활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 되었죠. 그래도 론지를 입는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햇빛이 강한 기후, 다리를 드러내면 안 되는 불교문화가 있는 미얀마에서 론지만큼 적합한 옷은 없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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