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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내몽골 기행, 美天을 바라보다-2부

작성일20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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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B.G.F Story]

 

 

┍자연 속에 살아 숨 쉬는 몽골

 

배설물 얘기가 나온 김에 잠깐 더 소개를 해본다. 실제로 화로에 배설물을 넣고 불을 지펴 음식을 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사귄 우르르그(20)라는 친구는 “가을이나 겨울에 이것(배설물)을 이용해 불을 지펴 사용한다. 지금은 가스로 이용하지만 추운 가을이나 겨울이 오면 이 방법이 더 유용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처음에 불을 지필 때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우르르그의 도움을 받았지만 금방 익힐 수가 있었다. 화로에 잘 마른 배설물을 모아놓고 그 안에 작은 불씨를 넣고 조금만 기다리면 불이 옮겨 붙는다. 나는 마치 옛날 우리나라의 화로를 보는 것만 같았다. 장작을 모아 불을 지피던 그 옛 풍경이 이곳에 옮겨와 있었다. 그 안의 화로의 모습이 예뻐서 몇 시간이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우르르그는 그런 나의 모습이 이상하게 여겨지면서도 재밌었는지 내 곁에 계속 있어주었다.

버릴 것이 없었다. 천지에 널려 있는 배설물조차 좋은 연료였으니 말이다. 오직 쓰레기라곤 내가 먹고 남은 패트병과 물티슈정도였다. 건조한 지역이라 특별히 목욕이 별로 필요 없었다. 그러니 물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샤워도 안 하고 찜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분명 더운 날씨였지만 땀이 나지 않았다. 굳이 샤워나 목욕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해야 할까 나만 그런게 아니라 내몽골에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오히려 강한 햇볕 때문에 긴팔을 입고 얼굴과 머리를 수건으로 칭칭 감아야 했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 보니 검게 그을린 내 피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초원의 울림, 별의 왕자가 연주하는 마두금

 

그들은 우리에게 마두금 연주를 들려주었다. 마두금은 몽골의 전통악기로 우리나라의 해금과 닮아 있다. 대신 울림통이 더 커서 멀리까지 소리가 울려퍼진다고 한다. 그 소리 또한 해금과는 달랐다. 그리고 대의 위쪽에는 말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마두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악기는 몽골의 전설이 담겨 있다. 별의 왕자가 세상에 내려와 한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다. 이 여자는 해가 뜰 때면 이 왕자가 하늘나라로 올라가 버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별의 왕자가 타고 다니는 말의 날개를 잘라 없애 버렸다. 왕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하늘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말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왕자는 슬픔에 울음을 터트렸고 지평선에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말의 갈기털은 예리한 현으로 변하고 말의 몸통은 나무로 변하며 지금의 마두금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 마두금은 말의 울음와 흡사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연주자는 깐주르(19)와 울란바토르(18)였다. 두 명의 젊은 연주자가 활을 들어 현을 건드리자 어두운 밤하늘에 초원이 생겨났다. 그리고 마치 천 마리의 말들이 그곳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울림통에서 퍼져나가는 소리는 마치 별의 왕자가 하늘나라를 그리워하며 내는 울음과 같았다. 현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미는 방법으로 연주하는 이 마두금은 몽골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거친 자연 속에서 순응하며 인내하는, 그리고 광활한 평야를 누비며 다니는 그 소리였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넓은 하늘과 초원을 그 악기에 담아내고 있었다.

 

이 연주로 나는 깐주르, 울란바토르와 친해지게 됐다. 말이 통하지 않아 바디 랭귀지를 써가며 대화를 해야 했지만 얼기설기 표현해가며 너희들 연주에 감동했다는 말을 전했다. 나중에는 그들 게르로 찾아가 땅바닥에 한자를 써가며 대화를 했는데 울란바토르는 내 볼을 건드려가며 “크아이. 크아이”를 연발했다. 크아이는 귀엽다라는 뜻인데 18살 아이가 25살인 나에게 귀엽다며 볼을 만진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런 울란바토르가 더 귀여웠다.

 

 

┍땅에 피를 흘리지 않고 양을 잡다

 

몽골인는 양을 잡을 때 땅에 피를 흘리지 않는다. 땅의 신 에튀겐에게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종교적인 이유가 있다. 또한 피 냄새를 차단함으로써 야생 짐승들이 찾아와 가축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직 그 전통은 그대로였다.

 

 

양 잡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최대한 양에게 고통을 적게 주면서 죽이기 때문에 요령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축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양의 다리를 잡아 배가 하늘을 향하도록 눕힌다. 그리고 목 아래 부분에 5센티미터 정도를 자르며 그 안으로 손을 넣어 심장동맥을 움켜잡아 즉사시킨다. 신기하게도 양은 비명소리도 지르지 않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징그러웠던 것은 아직 신경이 살아 있어 양의 가죽을 벗기고 배를 가르는 데 큰 눈방울을 껌뻑이는 모습이었다.

 

양을 즉사시키고 나면 가축을 벗겨 깔개로 사용한다. 그래서 피가 땅에 스미지 못하도록 막는다. 배를 갈라 피가 고이면 그것을 국자로 퍼서 양동이에 따로 담는다. 양 잡을 때는 듀슘치(13)라는 아이도 참여했다. 이 아이는 이상히도 말을 무서워하고 싫어했다. 듀슘치 친구인 망닝가(10)는 말을 좋아하고 혼자 안장도 없이 말을 타고 놀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듀슘치는 양 잡는 데는 어린 나이이지만 일가견이 있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가죽을 벗겨내고 양고기를 토막내는 것에 서슴지 않았다. 내심 양을 잡는 데 어린 아이가 같이 해도 되나 싶었지만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듀슘치는 그 뒤에도 삶은 양고기를 잘만 먹었다. 그 자리에 깐주르도 같이 했었는데, 옆에서 나에게 자세히 양 잡는 법을 설명해주었다. 관절을 꺾을 때는 내 팔을 잡고 어디를 자르는 것이라고 흉내를 내줬는데, 친절에 고맙기도 했지만 내 팔로 설명을 하니 그리 달갑진 않았다.

 

 

┍내몽골에서 자연의 지혜를 배우다

 

유목민 체험을 하며 가장 친했던 친구는 깐주르였다. 마두금을 연주하는 그의 눈에는 자연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한글을 가르쳐줄 때면 진지하게 들으며 내 발음을 유심히 듣고 따라하곤 했었다. 말수가 적어서 많은 말을 나누진 못했지만 마음으로 그의 심중을 읽을 수 있었다. 한번은 밤하늘을 쳐다보며 감상에 젖어 있을 때 슬그머니 그가 내 옆에 와있었다. 뭐하는 중이냐고 묻는 그의 말에 하늘이 아름다워 구경하고 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중국어를 도통 모르는 나는 수첩을 꺼내 두 글자를 썼다. ‘美天’ 그는 그 글자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같은 곳을 쳐다보았다. 내몽골의 밤하늘은 이 두 글자가 표현하는 그대로였다. 아름다운 하늘. 더 이상의 말이 필요했을까

 

 

솔직히 내몽골에 뭐가 있냐는 물음에 답할 길은 넓고 푸른 초원과 맑은 하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풀과 흙과 천지에 깔려 있는 배설물들. 하얀 게르…. 하지만 그 이상이 그곳에 있다. 아름답다는 말 그 이상의 표현이 있다면 그것이 이곳을 표현하는 단어가 될 것이다. 깐주르에게 써준 ‘美天’. 그 이상의 별들이 그곳에 있기에 나와 깐주르는 하늘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끝]

 

[사진제공: 영현대 글로벌 기자단 6기 오단비, 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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