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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손길, 필리핀의 뜨거운 교육열을 달구다

작성일20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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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교육열 하면 떠오르는 국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실제로 몇몇 외국 교육학자들은 한국의 교육열을 한국 고유의 교육 문화로 여겨 교육열(kyoyungyol) 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기술하기도 한다. 헬리콥터 맘,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출혈적 지출인 동시에 사회의 발전 동력이라는 이중적 평가가 내려질 정도로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열이 비단 한국에서만 뜨거운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 즉 대만, 중국, 일본의 교육열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미 사교육이라는 형식으로 높은 교육열이 발현되고 있으며 동남 아시아, 특히 필리핀에서는 이미 4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높은 교육열 현상이 유지 되고 있다.


-  책가방을 메고 아이들을 학교까지 배웅해주는 부모. 헬리콥터 맘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렇다면 교육열 현상은 어떠한 조건하에 가장 활발할까 교육열 현상은 제도화된 교육 체계 내에서 가장 활발히 일어난다고 한다. 학력에 따라 매겨지는 사회적 지위와 그에 따라 보상되는 권위와 이익이 확연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적인 제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손이 더욱 번창할 수 있도록 더욱 교육에 힘을 쏟게 된다. 이것이 교육열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필리핀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현대 교육제도인 초등-중등-대학의 시스템을 정립한 국가였다. 400년간의 식민 지배를 통해 스페인의 카톨릭 학교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어 고, 역설적으로 18~19세기에는 아시아 최초 비()문해율(문맹률) 10%를 달성할 정도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곧 필리핀의 높은 교육열을 반증한다. 겉으로만 드러났던 필리핀의 교육열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고, 학부모, 학생, 선생님을 직접 만나보기 위해 필리핀 따가이 따이 타이스 학교(TISE School)를 방문했다.

 

한국인의 손으로 세운 타이스 학교(TISE School),

 

- 2007년도 개교한 따가이 따이 타이스 학교 전경

 

타이스 학교는 한국 교육계에서 종사 했던 교사 및 교수가 모여 한국의 교육 철학과 교육 제도를 필리핀에 알리고, 또 부족한 필리핀 학교 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필리핀 따가이 따이에 2007년 설립한 정규 국제학교다.

2007년 개교 당시는 총 정원은 57명으로 크지 않은 규모로 시작했다. 하지만 끊임 없는 투자와 한국-필리핀 접목식 교과 과정이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현재 정원 200여명의 중급 학교로 거듭났다. 이 학교의 커리큘럼은 유치원 3학년, 초등 6학년, 고등 6학년의 국제 교육 표준에 맞춰져 있으며, 각 학년당 한 반으로 구성되어있다.

또 모든 교과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어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친숙함을 높인다는 큰 장점이 있다. 과목은 영어, 수학, 과학, 체육, 사회와 영어 심화 수업인 IEP(Intensive English Program)로 구성 되어 있으며 한국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인 방과후 활동이 반영되어있다.


- 타이스 학교의 수학시간, 발표 수업이 주를 이룬다.

방과후 활동은 음악, 체육, 과학 실험, 컴퓨터, 보건, 외국어 수업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존의 필리핀 학교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다채로운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에서 각종 교재 및 교구들을 들여왔다.

타이스 학교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초,,고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국제 학생을 위한 기숙사가 있고, 기존의 필리핀 어학원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퇴폐 업소가 주변에 없어 공부하기 좋은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한국 학생을 위한 영어 심화 수업도 방과 후에 개설하여 학생 모두에게 정식 선생님을 1:1 튜터로 붙여준다.

타이스 학교의 이사장인 임재홍 씨는 필리핀 사회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주변의 학교 환경 보다 뛰어난 시설과 교육환경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현재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국가의 학부모들이 차별화 된 교육 과정을 보고 타이스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때문인지 교내에서 쉽게 외국인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타이스의 한 반은 1~3명의 한국 학생들과,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에서 온 학생들, 그리고 필리핀 학생들로 구성되어 약 2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수학하고 있다.


-영어가 부족한 한국 학생들에게 1:1 튜터를 붙여서 심화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타이스 학교의 미치도록 즐거운 수업! 그리고 뜨거운 교육열!

필리핀은 마닐라와 세부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택시가 없다. 대신 택시를 대신하는 아주 효율적이고 신기한 교통수단이 있다. 바로 트라이시클이다. 오토바이에 오른쪽 옆으로 승차하는 곳을 달아서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이 신기한 교통수단이 아침마다 타이스 학교에 바닷물 처럼 밀려온다. 부모들이 트라이시클을 타고 학교 앞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교육열로 유명한 헬리콥터 맘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강렬한 교육열로 무장한 이 트라이시클 맘이 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같다.

 


- 트라이시클을 타고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학부모들, 트라이시클 맘이라 불릴 만 하다

 

수업시간, 학생들의 표정이 예상 외로 매우 밝다. 대부분의 한국 학교와는 다르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영어시간, 앞에 나와서 읽을 사람이 있냐고 묻자마자 5명의 학생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한 사람씩 배역을 정해서 목소리 연기를 하는데 발음과 몸동작, 시선이 모두 그럴싸했다. 영어 선생님인 William 씨는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자신이 먼저 연기를 보여주었다.

수업에서 직접 발표에 참여했던 루이즈(Louise)(15) 학생을 만나보았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과학과 영어라고 대답했다. 왜 그 과목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재미있고 성적이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꿈이 요리사나 법률가가 되고 싶으며, 집이 가난해서 자신이 많은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 타이스 학교에서만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부모님께서 믿고 계시다고 하는 그 선하고 예쁜 눈망울에서 딸바보 부모님의 기대를 한 것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반 급우인 독일에서 온 자넷(Janet)(15)과 한국에서 온 이가원(15) 학생,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반의 김영서(18) 학생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자넷 학생은 이곳 타이스 학교의 분위기와 교과 과정이 좋다는 다른 학부모의 추천으로 입학하게 되었다고 했다. 깨끗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부모님을 만족시켰다고 하면서 수줍게 웃었다. 자신의 꿈이 스튜어디스라고 하자 옆에 있던 이가원 학생이 자기 꿈도 같다며 앞에서 서로 경쟁하듯 티격태격 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가원 학생과 김영서 학생은 방학을 이용하여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법위주의 영어 수업에서 탈피하여 말하기와 듣기, 쓰기 등 실질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면서 점수도 크게 올랐다고 좋아했다. 이제는 부모님들이 보내주기 전에 자신들이 방학 때마다 스스로 이곳에 와서 즐거운 학교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William 영어교사, 오른쪽 위 루이스(15), 
오른쪽 아래 순서대로 김영서(18), Janet(15), 이가원(15) 

  수업이 끝난 후 몇몇의 학생들이 농구장에 모였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져서 앞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가자 더욱 멋지게 폼을 지으며 농구 골대로 슛을 했다. 이어 사진 찍자는 말에 하나같이 즐거운 얼굴로 달려와 모였다. 신이 난 나머지 기자도 함께 농구 시합을 했다. 함께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덧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방과 후 농구 게임을 즐기는 타이스 학교 학생들

   하교 시간에도 부모들의 교육열을 여전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한 부모는 담임선생님과 함께 꼼꼼히 교실을 점검하였다. 그리고는 학생에 대해서 오랫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직접 들어가 잠깐 같이 이야기 해도 되냐고 묻자 학부모가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다. 어째서 비싼 사립학교에 다니는지,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은지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하자 부모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이들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가 다 알 수 있지요. 그래서 더욱 좋은 학교를 찾으려고 애를 쓰게 되요. 경제적으로 어렵지요. 하지만 아이들 세대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우리 부모가 더욱 노력해야 되지 않겠어요 저는 그래서 항상 타이스 학교에 만족합니다. 필리핀의 일반 학교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아이들 관리가 철저해요. 이 점이 제가 조금 비싸지만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필리핀 학부모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마치 우리나라 학부모의 말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세계 어디나 똑같다. 필리핀의 교육열도 우리나라 못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담임 선생님에게 상담을 온 학부모, 한국의 학교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뜨거운 필리핀의 교육열,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정부의 교육 투자

부모를 직접 인터뷰 한 후, 필리핀의 뜨거운 교육열에 대해서 어느정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교육열을 해결하기 위한 필리핀의 교육 시설의 현재는 어떠할까

유감스럽게도 필리핀의 교육시설은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다. 예를 들자면 타이스 학교는 분명 한국인이 세운 국제학교이지만 70% 이상이 필리핀 학생이다. 우리나라의 국제학교가 상당수 국제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대부분의 사립 학교는 반드시 필리핀 학생들을 대다수 입학시켜야 한다. 부족한 공립학교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필리핀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면, 그 해당 사립학교는(국제학교 포함) 필리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또 현재 필리핀 정부는 사립학교 설립을 장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필리핀 내에서 중등 사립학교의 비율은 약 38%에 이르며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 38%의 비율은 필리핀의 교육 과정상 매우 중요하다. 필리핀은 공식적으로 허가 받은 학교의 졸업생만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며, 그 허가 받은 학교의 대다수가 바로 사립학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리핀의 중등 교육 시설은 사립학교의 의존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하여 타이스 학교의 Maria Rosario S. Romeo(이하 Rose) 교장을 인터뷰 하였다.


- 타이스 학교의 Maria Rosario S. Romeo 교장 

-       정부가 사립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필리핀의 높은 교육열로 해방 후 60~70년대부터 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교육 시설이 부실한 관계로 필리핀 교육부는 FAPE(Fund for Assistance to Private Education)라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게 된다. , 부족한 공교육을 대신해 사교육 및 사립학교 설립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리핀 내 많은 부호들과 해외의 많은 외국인들이 사립학교 및 국제학교를 설립하게 되었으며, 그 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필리핀 학생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       학생에게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나 

필리핀에서는 매우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계적으로 교육비를 지원하며, 초등학생에게는 5000페소(한화 12만원), , 고등학생에게는 10000페소(한화 약 24만원)이 지급된다. 또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또한 수업당 250페소(한화 약 6천원)가 추가로 지급된다.

-       보조금 지급 기준이 어떻게 되는가

이 보조금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일단 사립학교가 정부에 의해 허가가 나야 한다. 또 이 프로그램이 오직 가난하고 수업을 받을 수 없는 필리핀 학생들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매우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따라서 오로지 정말 살기 어려운 필리핀 학생들만 이러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       그렇다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지 않은가 사립학교라 당연히 학비가 비쌀 텐데 왜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입학하려고 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현재 필리핀에서는 사립학교의 시설과 교육의 질이 공립학교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이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부모들은 질 좋은 교육을 더욱 더 열망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들이 사립학교나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이야 말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항상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공교육을 정상화 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미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질적인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난다. 필리핀의 경제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높은 교육열의 학부모들에게는 큰 선택권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리핀 정부와 학교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  밝게 웃고 있는 학생들. 이 학생들이 더욱 좋은 교육 환경에서 교육 받길 기원한다.

  1시간여 동안의 인터뷰 후 필리핀의 교육열에 대해서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사실 Rose 교장과의 대화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도 경종을 울린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교육열이 더욱 뜨거워 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교육이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또 그 사교육비 증가는 부모에게 더 큰 짐을 지울 수 있으며, 결국 돈이 없는 학생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고, 그것이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수십, 수백 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필리핀의 교육열과 그 교육열을 채워주지 못하는 공교육의 현실을 보면서, 최근 사교육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대한민국의 현실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열과 교육제도에 대한 더욱더 사려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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