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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카 라인, 그리고 나스카의 여자

작성일20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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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사진=이우영)

 

  코흘리개 시절, 책이나 잡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나스카 라인(Lineas de Nazca). 많은 아이들이 땅 위에 그려진 거대한 원숭이, 고래, 외계인 등의 그림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그 아이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이 곳은 마추픽추(Machu Picchu)와 함께 페루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Nazca 문양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내, 사진=이우영)

 

  나스카 라인은 이름 그대로 나스카(Nazca)라는 페루의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이 척박하고 황량한 도시지만, 시내 곳곳에서 나스카 문명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식당이나 거리에서 나스카 문양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나스카 라인은 이 도시의 전부이자 상징이다.

 

(Maria Reiche 공항의 경비행기. 사진=이우영)

 

  나스카 라인을 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전망대 그리고 경비행기이다. 전망대에서는 '손'과 '나무' 문양의 나스카 라인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지만, 10여가지가 훨씬 넘는 거대한 문양들을 더욱 뚜렷하게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경비행기를 타곤 한다.

 

  나스카 시내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마리아 레이헤(Maria Reiche) 공항이 있다. 수많은 경비행기들이 나스카 라인 위를 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서로 가까이 위치한 문양들을 보기 위해 잦은 경로 변경이 필요한데, 때문에 대부분 7인승 이하의 경비행기들만이 운행되고 있다.

 

(벌새 문양의 나스카 라인. 사진=이우영)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오르면 어느 순간 척박하고 검은 땅이 펼쳐진다. 그리고 비행기가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숨은그림찾기가 시작된다. '고래'부터 '콘도르(Condor)' 그리고 나무까지, 다양한 문양들이 눈 앞에 나타난다. 날씨에 따라 잘 안 보이기도 하고 잦은 회전으로 견디기 힘들 수도 있지만, 하늘에서 만나는 나스카 라인은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그럼, 도대체 나스카 라인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 외계인이 지구에 전달하는 메시지라는 얘기도 있고, 천체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종교달력이라는 유력한 가설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거대하고 정교한 나스카 라인은 현대 과학으로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원숭이 문양의 나스카 라인. 사진=이우영)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 나스카 라인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학계에서는 잉카 시대 이전에 나스카 라인이 만들어졌다고 추측하고 있는데다, 기원 전에 그려졌을 거라는 학설 역시 그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다. 비밀은 바로 강수량과 땅이다. 건조한 사막 지역인 나스카는 일년 내내 강수량이 50mm도 되지 않고, 검은 자갈로 덮여있는 척박한 땅은 나스카 라인이 계속 유지되는데 완벽한 조건인 것이다.

 

(나스카 라인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그리고 전망대. 사진=이우영)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완벽한 조건으로 유지되고 있는 나스카 라인이 페루 정부의 무능 또는 무지 때문에 파괴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나스카를 통하는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정부는 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나스카 문양과 선들 위에다 길을 놓아버렸다. 문화재적 가치보다는 편의와 예산을 더 중요시했던 것이다.

 

  이렇게 페루 정부는 나스카 유적에 상처를 입혔지만, 다행히 그 누구보다 나스카를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나스카 라인뿐만 아니라 문명 역시 끊임없이 연구했으며,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부는 고속도로를 짓지만, 이 '나스카의 여자'는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고속도로 길가에 전망대를 지었다. ('나무'와 '손' 문양은 고속도로 길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아졌는데, 전망대는 문화재 파괴를 조장할 수 있는 문양으로의 접근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나스카의 여자, Maria Reiche. 사진=이우영)

 

  '나스카의 여자'.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레이헤(Maria Reiche). 페루 사람이 아니라 특이하게도 독일 사람이다. 우연히 인연이 닿아 페루를 방문하게 된 마리아는 또 다시 방문하게 된 리마(Lima)에서 독일어와 영어 선생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페루의 국립박물관에서 번역 일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이 곳에서 수학과 천문학을 접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녀는 운명처럼 나스카에서 끊임없는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Maria Reiche 거리와 동상. 사진=이우영)

 

  작고 어두운 분위기의 도시 나스카에도 마리아 레이헤를 위한 거리와 동상은 존재한다. 그만큼, 그녀의 업적을 현지인들조차 존경하며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녀는 나스카 라인과 가까운 곳에 아예 집을 지어, 조금의 시간이라도 나스카 라인과 더 함께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 '나스카 라인은 달력의 일종으로 동물 문양은 별자리를 의미하고, 수많은 기하학적인 선들은 태양이나 행성 그리고 별의 이동을 표시한다.'라는 이론이 아직까지도 가장 유력한 학설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는 바로 마리아 레이헤의 주장이다.

 

(Maria Reiche가 사용했던 줄자 등의 도구. 사진=이우영)

 

  이론만 제시한 것이 아니다. 마리아는 나스카 라인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지금이야 아무리 거대한 나스카 문양일지라도 위성 사진 하나면 정확히 분석할 수 있지만, 당시 마리아는 줄자 하나 들고 나스카 문양의 크기를 측정했다. 지금도 마리아의 집에서 볼 수 있는 작고 낡은 폭스바겐 한 대와 나스카 라인을 그려놓은 수많은 종이들은 그녀의 열정을 증명해주고 있다.

 

(마리아 레이헤가 실제로 사용했던 방. 사진=이우영)

 

  실제 그녀가 사용했던 방이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모자를 비롯해 연구에 필요한 물건들 밖에 없다. 독일에서 사랑받으며 여자로써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나스카와 떼어낼 수 없는 사랑을 했나보다.

 

(나스카 라인 주위에 있는 마리아의 집과 묘. 사진=이우영)

 

  나스카에 일생을 바친 그녀는 결국 나스카에서 잠들었다. 나스카에 관련된 학설과,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질 수 있었던 건, 페루 정부보다 그녀의 힘이 더욱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조국도 아니지만, 바라는 것 없이 우리 지구의 문화재를 위해 일생을 바쳤던 그녀는 우리 마음 속에 나스카 라인보다 더욱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놓았다. 보여지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보여지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우리가 나스카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마리아 레이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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