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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치아빠스(Chiapas)에서 커피향 가득히

작성일20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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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돌이켜보면 난 참 기가 막히게도 타이밍을 잘 맞췄다. 치아빠스(Chiapas)주의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를 여행하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그 날도 난 어김없이 절묘하게도 타이밍을 맞췄다. 지독하게 뜨거운 햇볕에 우기 때 아니면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다던 이 곳에서 그날따라 살을 아리는 바람이 불면서 때 아닌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도 우비도 없었다비를 맞으며 걷기엔...나는 허약하고 쿨하지 못하다어쩔 수 없이 바로 보이는 카페로 곧장 들어갔다커피를 마시면서 몸이 좀 녹으니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길을 따라 쭉 늘어선 카페와 안개와 함께 자욱이 깔린 커피 냄새.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더 멀리만 나아갈 생각에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 처음 커피를 마셨더라, 커피 맛이 원래 이랬었나. 쓴 맛에 돈 버린다고 생각했었고 한 때는 순진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커피 못 마신다던 적도 있었고 그러다 단 맛에 지쳐 커피를 마시게 되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거나 어른이 되는 맛과 같이 다가왔다. 그날, 절묘한 타이밍 덕에 온종일 커피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멕시코 사람들이 무슨 말을 쓰는 지는 멕시코 커피가 유명한 줄은 안다. 치아빠스 지역에 마야 문명이 숨쉬고 있다는 것은 몰라도 커피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치아빠스 커피가 일품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제쳐두고 커피만으로 유명한 것이 어쩐지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멕시코 커피가 유명하다는 뜻일 터!

 

멕시코는 현재 세계 커피 생산량 4위인 국가로 커피 존(Coffee zone)에 속하는 남부의 오아하까(Oaxaca), 베라크루즈(Veracruz), 치아빠스(Chiapas)주에서 약 30만 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커피를 생산한다. 멕시코 커피는 멕시칸혹은 멕시칸 아라비카라고 하며 이중에서 멕시코 남부의 1700m를 넘는 화산 고지대에서 재배된 양질의 커피에 알투라(Altura;고지대)라고 부른다.

 

이렇게나 많은 커피를 생산해내니 돌연변이가 생겨났다. 유난히 큰 원두로 코끼리 생두,  마라고지페(Maragogype)라고 불리며 이 품종 중에서 멕시코의 리퀴담바MS가 가장 유명하다. 크다고 밍숭맹숭 할 것만 같지만 목넘김이 부드러워 고급 커피로 취급하며 돌연변이로 나올까 말까한 원두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사진=vivirmexico.com

 

멕시코 내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바로 치아빠스 지역으로 이곳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타파출라(Tapachula)는 고지대를 일컫는 Altura와 커피 중 으뜸, 최고 등급에만 붙는 SHG(Strictly High Grown)이 더해져 ‘Chiapas Altura SHG’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치아빠스주 남동부의 작은 도시)‘Yik cafe’는 타파출라를 취급하는 카페로 멕시코에서 가장 신선하고 질 좋은 커피라고 칭송 받고 있다. ‘화이트와인처럼 쌉쌀하기도 한 것이 달달하다.’ 도저히 이해 못할 맛이다. 신맛에 단맛이 더해져 풍미를 돋운다는 이곳의 커피는 그리 진하지 않은 커피 향에 대추차를 마시고 난 후에 남는 듯한 훗훗함과 쌉쌀함이 남아 달콤한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먹으며 마시기에 참 좋다.

 

도시를 벗어날 때까지 끊이질 않는 커피 향은 과연 여기가 멕시코 커피의 메카구나!’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로고가 세련된 신인류의 한 켠이라 여기며 미국을 동경하고 차츰 변질되어가는 멕시코 젊은 이들의 모습이 무색하게 이 곳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하나도 없다. 이 곳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찾으면 모두 의아해하며 맛있는 커피를 두고 왜 거길 찾느냐고들 한다.

 

사진=vivirmexico.com

 

질보다는 양이라고 하여 최저가에 저질의 커피를 다량으로 팔기에 급급했던 멕시코에서 농장주의 노력으로 품질 개량이 이루어져 점차 커피의 질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고지대의 격조 높은 커피라 하여 각광 받던 멕시코 커피 산업은 멕시코가 미국과 NAFTA를 체결한 이후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본 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많은 멕시코의 젊은 이들이 미국화되어 진정한 전통과 맛이 살아 있는 전문점이 아닌 로고만 살아 있는 전문점에 앉아 있는 것에 마음만 웅웅거릴 뿐이다.

 

1920년대 종로에는 멕시코라는 다방이 있었다고 한다. ‘멕시코가 어드메요, 커피가 무엇이랴.’ 했던 시절에 멕시코라는 다방이라니, 이 또한 그냥 지나갈 뻔한 새롭고 재미난 사실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이렇게 컸단 말인가.

 

+치아빠스에서는 멕시코 커피의 참 맛을 볼 수 있다. 멕시코 시티에서는 커피와 함께 그윽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멕시코 시티 꼬요아깐(Coyoakan)지역의 하로초(Jarocho) 커피를 마시러 가보자. 베라크루즈산 커피를 취급하는 이곳의 커피 또한 여유를 즐기기엔 딱이다. 카페 옆 츄러스(Churro)와 함께 먹으면 황홀한 기분에 눈물이 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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