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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나오는 술집이 있다?

작성일201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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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여행객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은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 문화유적 No! 짧은 시간에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느끼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반듯한 광장, 웅장한 성당, 그리고 비슷비슷한 박물관에 질린 당신!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산티아고에서 가장 오래된 바르(bar),  라 피오헤라(la Piojera)에서 진짜 산티아고를 만나보자.

이투성이 바(bar), 라 피오헤라(la Piojera)

▲“서민들의 궁전(El palacio popular)”, 라 피오헤라의 외관. 지하철역 칼 이 칸토(Cal y Canto)를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진짜 칠레노(chileno, 칠레인)와 산티기노(santiguino, 산티아고 사람들)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찾아온 바, 라 피오헤라. 산티아고 중앙 시장인 메르카도 센트랄(Mercado Central) 인근 골목인 아이야우일루(Aillavil)골목에 위치해 있다. 해가 점점 저물기 시작하는 금요일 오후 6시 경. 불금(!)을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라 피오헤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갓 직장에서 퇴근한 아저씨부터 허름한 옷차림의 여행객 등 옷차림을 보자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피오헤라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En la Pioja, somos todos iguales)”는 말이 있을 정도니 그야말로 만인의 사랑을 받는 바임이 틀림없다.


▲라 피오헤라라는 이름의 유래를 만들어낸 대통령 알레산드리 팔마 (Alessandri Palma) . (출처:위키피디아)

그런데 이름이 영 심상치 않다. 아무리 산티아고 대표 서민 주점이라곤 하지만 상호가 ‘이투성이’라니 “좀 너무 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까지 든다. 모든 음식점의 생명은 청결이 아니던가! 그런데 버젓이 이투성이라는 간판을 들고 장사를 하니 고발 전문인 우리나라 모 TV 프로그램의 담당자가 기절 초풍할법하다. 이름은 1922년, 그 당시 다른 이름으로 불리던 피오헤라를 방문한 알레산드리 팔마 대통령이 “그래서 이 이투성이 인 곳에 나를 데려왔단 말이야(¿Y a esta “piojera” me trajeron)“라며 투정()을 부린 것에서 유래한다. 그를 제외하고도 ‘적어도’ 4명의 대통령이 더 다녀갔다니 허름하긴 해도 특별한 피오헤라의 분위기에 취한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피오헤라, 너를~ 보여줘!
▲코메도르(comedor)구역. 앉아서 편안히 식사를 즐길 수 있지만 바에서 산 음료는 반입금지! 

피오헤라의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먼저 코메도르가 나온다. 일반 식당처럼 웨이터가 있고 차분히 앉아서 아로야도(Arollado), 로모(Lomo), 카수엘라(Cazuela)등 칠레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가족들도 많이 찾는다. 음식뿐만 아니라 “100% 칠레 스타일”을 표방하는 바답게 국기 를 이용한 내부 장식이 인상적이다. 기타를 든 노래꾼이 계속 노래를 부르지만 목청 높여 이것저것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잘 안들릴 정도다. 

▲피오헤라의 진정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바 구역.

본격적인 바 구역 둘러보기도 전에 질식사()할 뻔 했다는 영현대양! 금요일 저녁답게 그 큰 바가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자리가 부족하니 그냥 서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의자 하나를 가지고 두 명이 사이좋게 나눠서 앉아있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바닥에 냅다 주저앉는 사람들도 눈에 띤다. 체면 불구하고 온몸을 던져 즐기고 있는 산티아고 사람들의 허심탄회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피오헤라에 왔으면 테레모또(terremoto)를 마셔라!
▲“콸콸콸콸~” 테레모토 나왔습니다! 재료 아끼지 않고 팍팍 넣는 것은 모든 맛집의 기본자세쯤 되겠다.

피오헤라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칠레의 전통 칵테일, 테레모토. ‘지진’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이유는 한 모금 쭉~들이키면 알아챌 것이다. 독일인 기자가 “이거 그래, 이건 지진이야!(¡Este s que es un terremoto!)”라고 어눌한 스페인어로 외친 것에서 유래한다는 이 칵테일의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플라스틱 컵에 파인애플 맛 아이스크림을 넣는다. 그리고 사정없이 화이트 와인을 부어준다. 얼마나 부어대는지 컵에 담기는 와인보다 바닥에 흘리는 양이 더 많아 보일 정도. 

▲색도 곱고 맛도 좋은 3가지 종류의 테레모토.

마지막으로 주문에 따라 페르넷(fernet), 그라나디나(granadina), 멘타(menta) 더할 수 있다. 각각 커피색, 붉은색, 초록색을 내는데 색 뿐만 아니라 맛도 다르다. 페르넷은 고소함, 그라나디나는 달콤함, 멘타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으니 기호에 따라 골라보자. 잠깐! 그냥 마시면 섭섭하지~ 꼭 빨대를 통해 즐겨야 테레모토의 진가를 알 수 있다나 뭐라나 달콤한 아이스크림 뒤에 숨겨진 강렬한 알코올의 기운! “아이고 어지러워~ 지진 났나봐!”

▲다진 고기, 야채, 삶은 계란으로 맛을 낸 엠파나다 데 피노.

한창 마시고 떠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출출해 지기 마련. 이럴 때는 칠레식 만두라고 할 수 있는 엠파나다 데 비노가 적격이다. 두툼한 밀가루 반죽 안에 숨겨진 고기와 각종 야채, 씨까지 통째로 들어간 올리브 등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배고픔이 싹~! 1천페소(우리 돈 2천 300원 정도)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니까 

좀 허름하면 어때! 볼수록 매력있는 피오헤라
▲테레모토 한잔에 이야기 꽃 한아름. 테레모토만 있으면 피오헤라를 찾은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사진: Luisa Pinheiro)

술이 스며들어 끈적끈적한 테이블, 더러운 바닥, 벽에 널려있는 낙서와 상상을 초월하는 화장실……. 사실 피오헤라는 멋지고 안전한 장소만 가려는 관광객들을 위한 곳은 아니다. 여기 저기 술 취한 사람들이 많은지라 싸움이 나기도 하고 주말이면 테레모토 한잔을 주문하기 위해 20분 넘게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년 피오헤라를 찾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매주 주말마다 찾지! 넌 어디서 왔어”라며 목청 높여 영현대양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산티아고 토박이 아저씨, “난 볼리비아에서 왔는데 정말 최고야”라며 바닥에 앉아 거침없이 테레모토를 들이키는 청년을 보며 영현대양처럼 조금은 허술하지만 볼수록 매력 있는 피오헤라를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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