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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권하는 사회

작성일201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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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홍차의 나라 영국에는 아침에 마시기 좋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라는 홍차가 따로 있고,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여유롭게 홍차를 마실 수 있는 “티 타임”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영국 못지 않게 홍차를 사랑하고 즐기는 나라가 있다. 그 곳은 바로 카자흐스탄! 손님이 왔을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할 일이 없을 때도 매 순간 홍차를 마시며 권하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홍차 사랑을 빗대어 한 현지인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할머니는 단 하루라도 홍차를 안 마시면 손이 덜덜 떨린대.”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홍차에 매료되게 만들었을까 홍차와 깊고 향긋한 사랑에 빠진 카자흐스탄인들의 홍차 문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홍차는 녹차와는 달리 색이 붉다. 그래서 홍차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렇지만 홍차의 찻잎은 검정색이기 때문에 러시아어권에서는 홍차를 검은 차라는 뜻의 “쵸르늬 차이(чёрный чай)”라고 부른다. 영미권에서 홍차를 “블랙 티”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홍차는 녹차와는 달리 오래 발효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맛이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차만 단독으로 마시기도 하지만, 우유나 설탕, 레몬을 첨가해 마시거나 간단한 과자 등과 함께 먹는 경우도 많다. 이 곳에서는 흔히 “밀크 티”라고 알려진 “차이 스 말라꼼(чай с молоком)”을 주로 마신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집에 2~3가지 종류의 홍차를 구비해두고 수시로 마신다.

 

 

 


특히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홍차를 물처럼 마신다. 기름기가 많은 카자흐스탄 음식을 먹을 때 홍차를 함께 마시면 그 느끼함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카자흐스탄 음식점뿐만 아니라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홍차가 준비되어 있으며, 종업원은 자연스럽게 홍차를 마실 것인지 물어보고,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테이블에 차주전자와 찻잔이 놓여져 있다. 이렇듯 따뜻한 차와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사 시간은 길어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행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찻잔이 비었을 경우 잔을 채워주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서로 사이 좋게 차를 따라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30분이면 모든 식사가 끝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이 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은 홍차 소비량이 매우 높은 곳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종류와 브랜드의 홍차들을 손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영국과 러시아 브랜드의 차들이 대부분이고, 카자흐스탄 브랜드의 차들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찻잎만 들어간 홍차 외에 향이 첨가된 홍차들의 종류들도 매우 많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예쁜 틴케이스나 오르골에 담겨있는 차들도 있어서, 케이스 때문에 홍차를 사모으게 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반면에 커피는 비싼 편이고 코코아 등의 기타 차는 큰 마트에 가야지만 살 수 있다.

 



  


2007년 집계된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세계 차 수입량 및 수입액 순위에서 9위를 차지하였다. 카자흐스탄의 인구가 약1700만밖에 되지 않음에도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을 고려해보면 과연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얼마나 차를 즐겨 마시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이렇게 차를 많이 마시게 된 것은 소련 시절 러시아의 영향도 적지 않다.  실제로 러시아는 아직까지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차를 소비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로는 카자흐스탄 민족, 즉 유목민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들 수 있다. 유목 생활을 하면 정착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여가 시간에 다같이 둘러 앉아 오랜 시간 동안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과거 유목민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거처를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옮겨 간 곳에서 이웃들과 문제없이 살기 위해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예의가 바르고 개방적이며 대접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거친 초원 속에 살기 때문에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어서 낯선 이가 방문하더라도 반가운 마음에 후하게 대접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이 지금까지 전해져 카자흐스탄 고유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과연 카자흐스탄의 홍차와 홍차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현지인과 한국인 유학생 각각 1명씩을 대상으로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아엘리따(현지인, 20세) : 요즘 대학생들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하지만, 저와 제 친구들은 아직도 커피보다 홍차를 더 좋아해요. 저는 특히 홍차의 향이 좋아요. 카자흐스탄 음식들은 기름기가 많은 편인데, 이 때 홍차를 마시면 덜 느끼하고 몸에도 좋아요. 아 그리고 밥을 먹고 나서 단 것들을 후식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에도 홍차를 함께 마시면 훨씬 맛이 좋아져요. 이렇게 하다 보면 하루에 4잔 정도의 홍차를 마시게 돼요.
그리고 카자흐스탄에서는 손님이 왔을 때 홍차를 대접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에요. 사실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홍차는 건강에 좋기도 하고 홍차를 마시다 보면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친해지기 좋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신지혜(한국인, 22세) : 저는 원래 차 종류는 자주 마시지 않았어요. 홍차에는 관심이 없었고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여기에 와서는 음식점에서 물을 주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홍차를 시켜 먹기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어요. 지금은 생수를 마시면 너무 심심하게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홍차를 찾게 되요. 하루에 2잔 정도는 꼭 마시는 것 같아요. 커피랑은 다르게 몸에도 나쁘지 않고 뒷맛도 깔끔해서 한국에 가서도 마실 것 같아요. 이 곳에서는 어디를 방문하더라도 찻잔이 빌 틈이 없도록 계속해서 홍차를 따라 주는데, 책에서 읽기로는 이러한 전통이 다 유목민 사회와 관련이 있다고 해요. 커피가 사회 모습을 반영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보니 홍차 문화에도 이런 것들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살아가는 요즘,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차 권하는 사회는 어쩌면 우리에게 이상하게 또는 사치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바쁜 와중에도 서로 사이 좋게 차를 나눠 마시며 정을 쌓아가는 이 모습이 오히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건강에도 좋고 인간관계 향상에도 좋은 홍차! 오늘은 커피 대신 홍차를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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