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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 터키] 터키 상남자들. 그리고 축구

작성일20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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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 터키 ’ 를 타이핑하면 내 머릿속 사전에는 무엇이 검색될까 경건한 음악과 이슬람 사원, 여성들의 히잡(hijab;이슬람식 머릿수건), 거리엔 기도하는 사람들. 여기에 연관 검색어를 조금 더 살펴보자면, 쫀득쫀득 터키 아이스크림, 이젠 한국에서도 흔한 케밥, 그리고 ‘형제의 나라’라는 수식어이다. 이렇듯 터키는 왠지 정적이며, 정이 많을 것이라는 검색 결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허나, 터키에서의 일주일은 이런 나의 생각을 조금 바꾸어 놓았다. 그들도 한국인처럼 정이 많고 붙임성이 뛰어난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차분하고 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터키 남자들을 만나면서180도 바뀌게 되었다. 그들은 남자 중의 남자, 바로 상남자들이었다!




  내가 본 터키남자들의 첫 번째 키워드는 ‘ 털 ’ 이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이 털이 많은 편이지만, 터키인들이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털이 많이도 너~ 무 많았다. 구레나룻에서 시작한 털은 턱은 물론이고, 손등에도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몸에도 장난 아닌 야성이 자라고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심지어 우리가 만났었던 중학생 남자아이도 울버린(영화캐릭터) 같은 매력을 보여줬으니, 성인들이야 무슨 말이 필요하랴.


  두 번째 키워드는 ‘ 스피드 ’ 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행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빨간불인 도로를 건너고, 그들 사이로 말도 안 되는 속력으로 쏜살같이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이었다.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말이다.



 

  도로를 관찰하면 할수록 도대체 터키인들의 자동차 평균 속도는 얼마나 될까 정말 궁금해지기까지 하였다. 길이 좁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들의 가속페달은 멈추지 않았다. 오스만 튀르크 전사 기질이 남아서 그런 것인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조금만 길이 뚫려도 스피드를 즐기려는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스피드를 사랑하는 상남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마지막 키워드는 상남자들의 놀이, ‘ 축구 ’ 이다. 축구 하면 삼바 축구로 유명한 브라질이나, 유럽 축구를 떠올리기 쉽지만, 터키가 의외의 복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 터키 축구가 유명해 ‘ 이런 의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이스탄불이 유럽의 스포츠 수도로 지정 될 만큼 터키인들의 열기는 뜨겁다. 터키 국민들은 대부분 자신이 응원하는 축구팀이 있고,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에 벌 때처럼 몰려든다. 


그럼 우리에겐 조금 생소하지만, 터키 상남자들의 가슴에 시동을 걸어주는 축구를 통해 그들을 느껴보자.




  터키 리그는 ‘ 수페르 리그(터키어: Sper Lig) ‘라 불리며, 18개의 팀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팀은 이스탄불을 연고로 하는‘ 갈라타사라이SK ’와 ‘ 페네르바체SK ’이다. 이 두 팀은 터키리그에서 각각 18회씩 우승을 거머쥐었고, UEFA대륙컵 출전 티켓을 따내는 등 실력이 대단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갈라타사라이SK는 이스탄불 유럽지구를 기반으로 하고, 페네르바체SK는 이스탄불 아시아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팀으로, 두 팀의 더비경기(Derby Match :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함)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은 홍염과 화염으로 뒤덮이고, 경찰관과 소방관이 무더기로 배치 된다는 사실이다. 과연 오스만 튀르크 병사들의 피 튀기는 혈전이 이 경기에 비교가 될까



  이렇게 축구에 열광하는 터키 상남자들에게 2013년은 한층 불타오르는 해가 될 것이다. 그것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 보았을 3명의 선수가 터키리그로 이적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선수로는 네덜란드 출신의 ‘디르크 카윗’이 있다. 6년간의 리버풀FC 생활을 끝내고 페네르바체SK로 이적한 그는 멋지게 경기를 소화해 내며, 페네르바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두 번째 선수로는 레알마드리드와 인터밀란이라는 굵직한 팀을 거쳐 올해 초 갈라타사라이SK로 이적한 ‘베슬리 스네이더’, 마지막 선수로는 첼시FC에서 2004년부터 8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드록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디디에 드록바’까지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한 것이다.


  2013년 이스탄불 더비경기 열기는 슈퍼헤비급이 될 것임에 틀림없고, 앞으로 터키 리그는 수많은 이슈를 불러 일으키며, 전 세계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 분명하다.



  B.G.F 터키팀은 상남자들의 뜨거운 축구 열기를 느껴보기 위해 직접 축구장으로 향했다. 이스탄불 더비경기를 관람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명문팀 페네르바체SK와 카라뷔크스포르 경기를 관람 할 수 있었다. 경기 당일 굉장히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경기장을 찾았고, 낯선 우리들을 월드스타라도 되는 듯 환대해주었다. (페네르바체SK 홈구장이었고, 우리는 페네르바체 응원도구를 준비해 갔었다.) 



  ‘ 아 이것이 터키 축구구나! ’ 생각하며, 함께 사진 찍고 어깨동무하며 연신 페네르바체SK를 외쳐댔다. 언어의 장벽 속에서도 축구 하나로 똘똘 뭉쳐진 우리는 그들의 열정과 축구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훈훈하게 끝날 줄 알았던 축구경기는 약체로 평가되던 카라뷔크스포르 팀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상남자들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페네르바체 상남자들은 조금 전 따뜻한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손을 뻗는 특유의 몸짓과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을 상대팀에게 날리며 격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반응이라도 한 듯 선수들은 더욱 격하게 태클하고, 공격하며 경기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20여분이 지났을까 시작엔 여유롭게 승리할 줄만 알았던 페네르바체SK는 또 한 골 내주며, 점수 차이는 0 : 2로 벌어졌고, 경기장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져 갔다. 그런데 갑자기 피어 오르는 뿌연 연기는 무엇인가! 상대팀의 자축인지 페네르바체팀의 발악인지, 홍염이 피어 올라 경기장으로 날아 들었다. 터키로 오기 전 인터넷 기사로만 접하던 광경을 실제로 보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 됐지만, 이날은 다행이 큰 사건 없이 지나 갔다.




  그러나 계속해서 페네르바체 팀은 수세에 몰리고, 설상가상으로 한 골을 더 내어주어 0 : 3이라는 믿을 수 없는 스코어가 되었다. 그러자 페네르바체 상남자들은 분을 이기지 못했는지, 서로 격한 몸싸움을 보이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절명적인 상황을 표출했고, 상대팀을 향한 야유 또한 거세어졌다. 더불어 혹시 모를 난동 대비해 안전요원 병력까지 경기장으로 더 투입되니, 축구 관람을 갔던 우리 BGF팀까지 괜히 위축되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 해 경기가 끝나기 10분전에 짐을 꾸렸다. 다행히 페네르바체가 1골을 만회하여, 1 : 3이 되었지만, 이방인 때문에 부정 타 졌다고 페네르바체 상남자들의 성난 불똥이 우리에게 튈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2011년에는 난동으로 인해 '성인남성 축구 관람금지'라는 징계를 받아 세계최초로 여성과 어린이들만 관전한 역사적 경기가 있을 만큼, 난동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시작 전 월드스타 같은 환대를 받았으나, 나갈 때는 죄인 같은 마음으로 퇴장해 안타까웠지만, 다음날 신문을 보니 이 경기를 통해 페네르바체SK 감독까지 퇴출 당하였다고 하니, 일찍 자리를 옮긴 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몇 가지 키워드로 알아본 터키 남자들은 야성적인 외모와 불같은 성격, 더불어 축구에 열광하는 정말 상남자였다. 내 머릿속 사전에는 터키가 차분하고 정적이었지만, 이제는 과감히 수정하여 터키 상남자에 대해 추가해야겠다. 그리고 혹시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축구장을 들러 터키 상남자들을 직접 느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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