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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브라질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작성일201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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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따스한 봄이 찾아오는 4월의 막바지. 내가 사는 이 곳은 입추를 지나 차가운 가을바람이 분다. 항상 사시사철 더울 것만 같은 나라 브라질. 내가 오기 이전에 이 나라에도 추운 겨울이 존재하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곳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지 벌써 8개월을 남짓해간다. 광속도로 지나가는 시간에 흠칫 놀라며 지난 브라질 생활을 차근차근 곱씹어 보게 된다. 

브라질에 갓 도착한 지 이틀 차, 친구의 손에 이끌려 생일파티를 방문한 곳이 바로 게이클럽이었다. 그 때가 바로 브라질에서 느낀 문화 충격의 첫 단추인 듯 하다. 그 이후 계속적으로 문화충격을 받으면서, 한국과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브라질과 문화적 간격이 멀다는 점을 몸소 실감하였다. 





브라질 2주 생활 차, 우연히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핑크색 스키니와 아프로 파마머리(자칭 비욘세머리)를 한 남자 종업원이 말을 걸어왔다. 자신의 친구가 ‘2NE1’의 열렬한 팬인데, 한국사람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신기한 마음에 얼른 이 친구들을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저 멀리서 둥둥 떠오는 아프로 파마머리 친구 옆에 멀끔한 외모의 남정네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내 친구들을 보자마자, 하이톤의 괴성을 지르며 거리에서 2NE1의 노래와 춤을 부르기 시작했다. 조금 당황했지만, 나를 더욱 당황하게 했던 점은 이 친구가 나와 함께 나갔던 한국인 남정네에게 자꾸 여성스런 손길을 보내는 것이었다. 대화할 때, 나를 보는 둥 마는둥 하며 그 한국인 남정네에게만 불꽃같은 눈길을 쏘고 있었다. 아 그러한 것이었다. 이 친구는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성적 취향을 가진 것이었다. 




이 날 이후, 한국인 남성분 없이 시내에서 다시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었다. 이 친구, 구스타보는 2NE1 뿐만 아니라 샤이니, 동방신기 등 K-pop의 열렬한 팬이었다. K-pop을 좋아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색다른 음악과 춤이 돋보이며 아이돌 가수들의 패션과 외모가 예뻐서 빠져들었다고 한다. 자신을 비롯해 많은 ‘게이’팬들이 좋아한다고. 


매스컴으로 익히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전세계 K-pop열풍은 허언과 과장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었다. 구스타보를 비롯해 많은 브라질인들도 K-pop에 빠져있었다.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친구 카밀라는 2PM, 빅뱅, JYJ의 팬이다. 얼마 전인 4월 21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슈퍼주니어 콘서트를 관람하지 못하여 울상을 짓기도 했다. 카밀라는 현재 UFSC(산타카타리나 연방주립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는데, 자신의 분야를 살려 슈퍼주니어를 비롯한 한국 가수들을 보다 다각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슈퍼주니어는 브라질 가수와 굉장히 달라. 그 중 ‘희철’이 가장 특이한 거 같아.

게이는 아니지만 같은 남자 동료 볼에 뽀뽀도 하고 화장도 하고.”



아이돌 및 드라마로 한국 남성의 문화를 관철한 그녀는, 한국 남성들은 브라질 및 기타 국가 남성들에 비해 ‘여성’적인 면모가 많다고 일컬었다. (내가 느낀 브라질 남성문화는 타국가에 비해 마초성향이 굉장히 강하지만) 그래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 이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카밀라는 대학에서 한국의 트렌스섹슈얼리즘 및 한국남성의 여성향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 중에 있다.








브라질에서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게이 아니면 여성들이다. 그러나 여기 한 명, 예외적으로 스트레이트 성향의 남성팬이 있다. 아시아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펠리페는 동방신기의 지독한 팬이다. 좋아하는 가수는 동방신기와 JYJ, 제일 좋아하는 연기자는 에릭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게이가 아닐까 몇 차례 의심했지만 완벽하게 여자를 좋아하는 친구였다. 


삼촌의 소개로 한국음악을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 듣는 새로운 감수성에 중독되었다고 한다. 동방신기의 노래를 우연히 들었을 때는 세상을 구원받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고. 남자 가수들의 목소리와 창법이 브라질 가수와는 다르게 독특하고 다양하다고 한다. 왜 여자 가수에는 관심이 없냐고 물어보자, 한국 여자에게는 관심이 많다고 동문서답을 한다. 서양인과 다른 작고도 볼록한 눈,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얼굴광대뼈가 매력이라고 한다. 점차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펜팔사이트에서 여러 명의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한국 친구들의 깊은 배려심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도 보여지는 어른들에 대한 예절이 바로 이 배려와 존중에서 나오는 것 같다며, 자신들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바로 어른공경문화라며 예찬했다. 








지난 1월, 한국을 여행했던 스테파니는 보름정도 머물면서 예절문화를 거의 완벽히 습득한 친구이다. 작년 동안 브라질로 연수를 온 한국인 친구와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스테파니는 다른 친구들처럼 K-pop이나 드라마의 열혈팬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보다 한국 문화를 깊숙이 이해하는 친구이다. 항상 친절했던 한국인의 이미지를 그리며 방문했던 한국은 예상과는 달랐다고. 자신이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면 모든 한국사람이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고 한다. 한 번은 지하철에 있는데, 자신을 밀치고 자리를 차지하는 아주머니 때문에 화가 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반면, 브라질로 돌아오는 비행기 내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서는 많은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인 친구와 헤어져야만 하기에 스테파니는 비행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옆자리의 아주머니는 자신을 위로해주면서, 환승 공항에 착륙하는 13시간 동안 자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영어를 상당히 잘하셨지만 가끔 자신의 등을 토닥거려주며 한국말로 “괜찮아, 괜찮아”를 자주 언급하셨다고. 헤어질 때는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포옹을 나누어주며 자신을 딸처럼 대해주셨다고 한다. 이를 듣고 나는 스페타니에게 한국인의 ‘정’이라고 설명해주었지만, 스테파니는 이해할 듯 말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팔에 태극기 타투를 한 브라질 친구 Danigirl Unnie





‘정’이란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특히 외국어로는 더더욱. 그렇지만 이 친구들이 한국이라는 생소한 나라를 알게 되면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나와 친구과 되었다는 것. 이 사실 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일련의 정을 나누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 관심이 없어도, 대화하기 좋아하며 사람들을 잘 도와주는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낙관적으로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한 브라질 사람들. 그리고 상대방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배려하는 한국 사람들. 마냥 다를 것 같지만, 나름의 공통점을 이어가며 우리는 친구가 되어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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