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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정원에 깃든 사랑이야기

작성일201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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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사진/임지예



스페인 살라망카의 구시가지에서 가장 큰 대성당을 옆에 두고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정원이 있다. 성벽을 죽 둘러싸고 토르메스 강을 굽어볼 수 있는 언덕에 위치해 있어 숨이 탁 트이는 공간이다. 입구에 써있는 Huerto de Calixto y Melibea는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희비극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는 중세소설 라 셀레스티나(La celestina)의 남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1499년에 지어진 작품으로 1502년에 출판되었다. 
15, 16세기에 지어진 문학작품을 다루는 수업을 수강하면서, 라 셀레스티나는 가장 주요한 스페인 문학의 기반을 다진 작품이라는 것을 배워왔다. 스페인 르네상스의 시초에 우리에게 익숙한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로맨스 소설의 주요한 모델을 세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후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사랑이야기는 후대 소설, 극작가, 영화 감독을 비롯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확장되는 큰 흐름을 형성했다. 페넬로페 크루즈도 1996년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아 연기한 바가 있다. 



                 
▲현전하는 소설의 16세기 판본

<라 셀레스티나>의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판은, 1499년에 부르고스에서 출판되었고, 1501년의 세비야판까지는 16막으로 제목도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희극>으로 되어 있다. 1502년 이후의 판은 20막이 되고, 제목도 ‘희비극’으로 바뀌었으며, 1526년 이후의 것은 21막으로 되어 있으나, 이 가필이 로하스의 손에 의한 것인지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다. 제작연대도 1499년보다 이전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스페인의 1492년이라는 해는 사회, 역사적으로도 매우 주요한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카톨릭 국왕의 지배하에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했고, 안토니오 네브리하가 스페인 정통 카스테야노 문법을 정리해서 출판했으며, 또한 남부의 그라나다를 함락시키고 유대인들을 몰아내거나 혹은 천주교로 개종시킨 해였다. 스페인으로서는 최고의 내적, 외적 입지를 다진 해인 것이다. 바로 흐름을 타는 시기에 <라 셀레스티나>의 판본이 발견되었다. 작가인 페르난도 데 로하스는 바로 이 정원이 위치한 살라망카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랜 서적과 판본으로 남아있는 소설을 쓴 작가와 그 소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정원을 거닐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사랑의 우물, 사진/임지예

바로 이 정원은 칼리스토가 자신의 매를 찾아나서나가 멜리베아를 만나고 첫 눈에 반한 정원이다. 소설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제목에 나타난 라 셀레스티나는 소위 '뚜쟁이'라고 말하는 매파이다. 칼리스토는 셀레스티나를 통해 멜리베아와 만날 방법을 찾으며 그에 대한 대가로 많은 돈을 주며 셀레스티나를 이용한다. 셀레스티나와 칼리스토의 하인 셈프로니오는 이 사랑의 큐피트를 이용해 많은 몫을 챙길 수 있게끔 또 다른 궁리를 꾀힌다. 사랑의 연결이 이익을 꾀하는 모습으로 변질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칼리스토는 멜리베아와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멜리베아는 노파와 하인들의 계략에 넘어가 결국 칼리스토를 사랑하게 된다.  서로 이익을 챙기다가 경찰에게 발각이 되어 하인들은 참수형에 처해지고 칼리스토도 어이없이 사다리에서 낙사하며, 멜리베아도 연인 칼리스토를 따라 자결하는 비극으로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돈과 사랑과 죽음이 얽혀 있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줄거리와 결말이지만, 이 소설은 인간의 탐욕, 신뢰와 진정성, 사랑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소설의 제목 자체도 <라 셀레스티나>와 <칼리스트와 멜리베아의 희비극> 두가지 모두가 통용되는데 바로 비극과 희극에 넘나드는 사랑과 삶을 가장 잘 반영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자물쇠와 함께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낙서한 담벼락, 사진/임지예

정원은 비극적인 결말보다는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았다. 많은 관광객들과 연인들은 이 곳에 위치한 우물가에서 그들의 사랑을 약속하기 위한 자물쇠들을 군데군데 걸어놓았다. 담벼락에는 또한 현대를 살고 있는 자신의 사랑이야기와 맹세를 담은 낙서를 적어놓은 구절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누군가도 이 곳에 오면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고 특별해 지고 싶은 것 같았다. 




▲대성당을 바라보고 위치한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정원, 사진/임지예

정원 자체는 그다지 크지도 않았고, 넓지도 않았지만 이 정원에 깃든 이야기와 또 그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 그리고 현재 이곳에 잠시 앉아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즐거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낭만이 이 정원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시간이 된다면 <라 셀레스티나> 책 한 권을 들고 가까운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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