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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 버킷리스트-주말 마켓, 미술관

작성일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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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런던 여행 버킷리스트 -주말 마켓, 미술관

 



 

 우중충한 날씨, 구름 낀 하늘, 무뚝뚝한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비싼 물가(혹은 파운드). 영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11월 영국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영국은 내게 다소 우울한 이미지를 지닌 나라였다.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독일에 살고 있는 내가 언제든지 기차로 여행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영국은 저가 항공을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하며 유로에서 파운드로 환전을 해야 하고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곳이다. 이번에도 영국에 살고 있는 친구가 놀러 오라고 권유하지 않았다면 아마 교환학생 기간 동안 나는 영국에 갈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스럽게도 나는 영국행 비행기를 예약했고 아주 행복하게 4박 5일간의 영국 여행에 다녀왔다.

 

 혹시나 나처럼 영국에 대해 기대치가 낮은 사람들을 위해, 나의 여행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생각보다 런던은 참 괜찮은 도시이다. 5일이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고 혼자 다녀도 전혀 외롭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가득했다. 이 글을 보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영국에 대해 낭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1) 버로우 마켓

 

(런던브릿지 근처에 위치한 버로우 마켓, 많은 사람들로 인해 활기가 넘치는 모습/사진:최지혜)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한자리에 모아둔 장소가 있었다니. 이곳에서는 잼, 햄, 치즈, 올리브 오일, 버섯 등 다양한 식재료를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국 음식, 파이, 중국 음식 등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우리는 마켓에 들어서자마자 환호성을 질렀고 이곳 저곳을 누비며 갖가지 음식들을 시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버로우 마켓에 있는 싱싱한 재료와 음식들, 시식코너가 잘 마련되어있어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사진:최지혜)

 

 이 마켓의 음식은 눈으로 봐도 즐겁지만 입으로 맛보았을 때 그 즐거움이 더 커진다. 버로우 마켓에서는 최고급의 신선한 재료들을 원하는 만큼 맛볼 수 있다. 잼과 올리브 오일 같은 경우에는 비스킷 혹은 빵 조각이 준비되어 있어 찍어 먹으면 되고, 버섯이나 치즈, 햄은 작게 썰린 조각을 시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시장이나 마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식코너와 버로우 마켓의 시식코너가 다른 점이 뭐냐고 그건 바로 ‘음식의 질’이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가 이 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고른다고 한다. 그만큼 믿고 살 수 있는 재료들이다. 나도 잼이나 오일을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하루 종일 시내를 관광해야 했기에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기 싫어 결국 사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사지 않은 것을 독일에 온 지금까지도 계속 후회하고 있다. 그러니 짐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잠시 접어두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것들은 사는 것을 추천한다.

 


(마켓 근처에 MONMOUTH라는 유명한 카페가 있다. 에스프레소 맛이 진하고 깊다./사진:최지혜)

 

 마켓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배부르게 먹고 나니, 따뜻한 곳에서 잠시 쉬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마켓 근처에 있는 MONMOUTH라는 유명한 카페에 들어갔다. 줄이 길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카페의 분위기도 예뻤고 무엇보다 커피의 맛이 굉장히 좋았다.

 다른 나라 여행을 다니면서 그곳 마켓을 간 경우는 드물었는데, 이 버로우 마켓은 영국 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베스트 5 장소 안에 들었다. 특히 올리브 오일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음날 아침까지도 생각나게 만들었다. 다음에 다시 런던에 간다면 이곳에 다시 들러 올리브 오일과 치즈를 사리라 다짐했다.

 

2) 브릭레인 마켓

 

(일요일 아침, 브릭레인 마켓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사진:최지혜)

 

 Aldgate East역 주변에 길게 형성된 브릭레인 마켓. 이곳에서는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빈티지 샵, 꽃 시장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먹을 것뿐만 아니라 빈지티 샵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마켓이 마음에 들었다.


(브릭레인 마켓 빈티지샵. 서울의 홍대 혹은 이태원 느낌이 난다./사진:최지혜)

 

 팔찌, 목걸이, 반지 같은 액세서리, 빈티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구두와 가디건, 모자 등등. 브릭레인 마켓의 빈티지 코너를 돌아다니고 있으면 마치 홍대나 이태원을 돌아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평소에 빈티지 패션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탐나는 물건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빈티지라고 해서 값이 쌀까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마음에 드는 가방과 모자가 있어서 가격을 물어보면, 기본 30파운드를 훌쩍 넘겼고 신발과 옷 같은 경우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아 고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흔히들 빈티지 쇼핑을 하다가 ‘득템했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잘 둘러보면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할 수 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쇼핑을 즐기면 된다.

 


(브릭레인 마켓에서는 정말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사진:최지혜)

 

 내가 런던의 마켓들을 사랑하는 이유, 바로 맛있는 음식이 많다는 것. 누가 런던에서 샌드위치 밖에 먹을 게 없다고 했는가. 그 사람은 이 마켓들을 가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브릭레인 마켓에서는 멕시코, 일본, 스페인, 태국, 이탈리아 등 전세계 요리를 값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리 둘러봐도 한식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아시아 음식이 굉장히 많았으나 중국, 태국, 일본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떡볶이, 김치, 비빔밥, 찌개 등 맛있는 한국 음식들이 이 마켓에 있다면 굉장히 인기가 많을 텐데. 다른 아시안 음식들을 먹으며 그 아쉬움을 달랬다. 여기서 파는 음식들은 현지 음식 수준을 뺨칠 정도로 굉장히 맛있었다. 앉아서 먹을 공간이 부족했지만 돌아다니면서, 혹은 서서 먹는 음식도 나름 색다르게 느껴져 즐거웠다.

 

 


1)코톨드 갤러리


 모두가 이미 알다시피, 영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대부분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미술관 입구에 티켓 판매소 대신에 Donation Box가 마련되어 있고 cloarkroom에서는 의무적인 1~2유로의 돈이 아닌, 자발적 기부에 의해 돈을 넣게 되어 있다(말 그대로 ‘기부’이기 때문에 돈을 넣지 않아도 상관 없다). 이탈리아, 파리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녀봤지만 영국의 이런 문화는 정말 신기했다.

 


(코톨도 갤러리 map과 이곳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참고한 책 ‘런던 미술관 산책’/사진:최지혜)

 

 하지만 코톨드 갤러리는 좀 특별하다. 런던 미술관 중에서 드물게 입장료를 받는다.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의 무료 입장 시간을 제외하고는 6파운드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코톨드 갤러리는 코톨드라는 개인이 직접 소장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곳으로, 고흐, 마네, 세잔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있다.


 런던 여행을 계획하면서 친구에게 ‘런던 미술관 산책’이라는 책을 추천 받았다. 친구는 이 책을 건네주면서 “코톨드 갤러리는 다른 곳과 다르게 입장료를 받아. 하지만 꼭 가보는 걸 추천해.”라고 말해주었다. 그 친구의 말만 믿고 이 갤러리에 갔는데 정말 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셔널 갤러리나 오르세 미술관처럼 한번 다녀오면 뻗어버릴 만큼 작품의 수가 방대하지도 않았고, 관람객 수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가이드 투어를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은 찾아볼 수도 없어 굉장히 평온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코톨드 갤러리 소장작 중 하나인,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바’/사진:최지혜)

 

 여러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작품은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바’. 대학교 서양미술사 수업에서 이 작품에 대해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으리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유인물 종이나 컴퓨터 모니터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작품의 감동을 느끼고 왔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다. 갤러리에서 이 그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이 그림이 원래는 거울에 비친 여자의 뒷모습을 토대로 정면이 살짝 왼쪽으로 기울어져 그려질 뻔했다는 것이다. 마네는 여자의 뒷모습과 정면이 일치하게끔 스케치했으나 정작 붓을 댈 때는 여자가 정면을 똑바로 향하도록 그림을 그렸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추측하건대 이 여자의 눈빛과 표정,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마네가 그녀를 측면으로 그리지 않고 정면으로 그렸기에 관찰자인 우리는 그녀의 표정을 읽고 그녀와 대화할 수 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예쁜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여자의 공허한 시선을 오랫동안 바라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Raoul Dufy의 ‘The passengers-by’/사진:최지혜)

 

 이는 노르망디 해변가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의 정 중앙은 텅 비어있고 사람들의 모습조차 지나치게 간략하게 표현되어있다. 자유롭게 뻗어있는 나뭇가지가 그림에 생동감과 리듬감을 불어넣고 있다. 나는 이 그림의 색깔과 표현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일단 작품 전체적으로 다양한 색깔이 쓰였고, 사람들은 마치 춤을 추는 듯, 혹은 바람에 흔들리는 듯이 경쾌하게 보인다. 코톨드 갤러리에서 작품 하나를 내 방에 걸어놓게 해준다면 왠지 이 작품을 골랐을 것 같다. 고흐의 자화상이나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바 같이 엄청나게 유명한 작품들은 내 방에 걸어놓기 부담스럽고, 쓸쓸하거나 울적한 그림들은 내 방이 아닌 갤러리에서 만나고 싶다. 이 작품을 방에 걸어두면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2)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입구/사진:최지혜)

 

 런던 미술관에 대한 책에서, 테이트 브리튼(영국 미술 중심) 미술관은 ‘테이트 모던(현대 미술 중심)과 내셔널 갤러리에 비해 인기가 많지 않고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그림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런던 5일 일정이 촉박하고 모든 미술관을 갈 수 없으니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을 포기하자 라는 생각으로, 책을 통해 그림 설명이나 읽고자 했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술 작품들을 보니 가고 싶은 욕심이 들었고 결국 테이트 모던을 포기하고 테이트 브리튼을 선택하였다.

 오전 일정으로 일요일에 잠시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이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고 나는 출국 예정일인 월요일 오전에 다시 한번 이 미술관에 들렀다. 남들 다 가는 대영 박물관은 입구에도 가보지 못했고 내셔널 갤러리를 꼼꼼하게 둘러보지 못했지만, 나는 런던에서 코톨드 갤러리와 테이트 브리튼 두 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봤다고 말할 수 있다.

 


(테이트 브리튼 내 현대 미술 코너/사진:최지혜)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내에는 라파엘 전파, 터너, 현대미술 이렇게 세 코너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만의 특징인 라파엘 전파의 그림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으나 사진 촬영이 어려웠다. 라파엘 화가 이’전’의 시대로 회귀하자는 화풍인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작품은 다소 센티멘털하고 낭만적이다. Augustus Leopold Egg의 ‘Past and Present’, Lawrence Alma의 ‘A favorite custom’ 등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여러 개 메모장에 적어왔다.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 테이트 모던에 가길 포기했는데, 테이트 브리튼 내에 있는 현대 미술 작품들을 보고 이 분야에도 큰 관심이 생겼다. 실제로 작품들을 보니, 세계 1,2차 전쟁의 충격으로 인해 화가들의 작품 경향이 급격하게 달라졌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그림이 단순히 대상의 아름다움, 슬픔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풍자하는 수단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런던에 온다면 그때는 테이트 모던에 꼭 가보아야겠다.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과 같은 테이트 갤러리들은 주기적으로 전시작품들을 바꾼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 가느냐에 따라 어떤 그림을 볼 수도 있고 못 볼 수도 있다. 다음 런던 여행에는 테이트 갤러리들을 모두 다 가고 싶다.

 

 

 

 주말 마켓과 미술관, 그 외에도 영국의 상징물 빅벤과 런던아이, 버킹엄 궁전, 세인트 제임스 파크 혹은 런던에서 꼭 한번 봐야 하는 뮤지컬 등 런던은 수많은 매력을 가진 나라이다. 새뮤얼 존슨은, “런던에 싫증이 난 사람은 인생에 싫증이 난 사람이다(When a man is tired of London, he is tired of life)”라고 했다. 왜냐하면 런던에는 인간이 삶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게 있기(For there is in London all that life can afford) 때문이다. 나에게 영국은 생각보다 훨씬 훌륭하고 멋진 도시였다. 내가 런던에 머물던 5일 내내 날씨가 좋았지만, 런던 날씨가 우중충하더라도 런던을 안 좋아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를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은 프랑스 파리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런던을 ‘살면서 꼭 가봐야 할 도시,’ 그리고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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