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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 당신의 그림자를 살펴본 적이 있나요

작성일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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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검색엔진에 ‘핀란드’라고 적는다면, 자동완성기능으로 어떤 단어가 나올지 상상해보자. 당신은 어렵지 않게 핀란드를 ‘교육’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꾸준히 상위에 오르는 한편, 학생의 행복지수 또한 높은 나라 핀란드. 핀란드에서 ‘교육’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헬싱키 대성당에서 바라본 헬싱키 대학교(University of Helsinki)

수도인 헬싱키의 중심에 위치한 Senate광장에는 3개의 상징적인 건물이 있다. 광장의 정중앙에는 종교의 상징인 헬싱키 대성당, 그리고 대성당을 바라보는 오른쪽 편에는 정치의 상징인 핀란드 의회, 그리고 왼쪽 편에는 교육의 상징인 헬싱키 대학교(University of Helsinki)가 위치하고 있다. 수도의 중심에 위치한 헬싱키 대학교는 핀란드 내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교육을 나라의 중요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교육의 ‘목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핀란드의 교육 현장

교육의 ‘목표’를 알아보기에 앞서, 실제로 핀란드의 학교 현장이 어떠한 모습일지 만나보기 위해 핀란드 Kokkola지역에 위치한 Hollihan Koulu(홀리하카 초등학교)를 찾았다. 홀리하카에서 만난 교장선생님 Parrti는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젊은 선생님이었다. 기사를 위해 필요한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Why not’이라고 대답한 Parrti.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인 핀란드의 학교, 그 구석구석을 만나러 가보자.

▲좌측에서부터 계단에 각국의 언어로 쓰여진 인사말, 학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지구본 그림

홀리하카 초등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양하다’라는 것.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계단에는 각국의 언어로 써진 ‘Hi’가 방문객을 맞는다. 핀란드의 학교는 핀란드 현지인 외에도 기타 유럽국가뿐 아니라 네팔,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또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도 많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학교 곳곳에 지구본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을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학생들을 위한 쉼터와 교실 내 모습

한편, 교실 내의 자리배치도 눈에 띄는데 학생들의 편의에 따라 혹은 교사의 용도에 따라 책걸상의 배치를 바꾸기 쉽다는 점이다. 또한 교실에는 항상 여분의 책상이 있어 토론이나 모둠 학습 때 학생들의 동선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학교 곳곳에 학생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예쁜 분위기의 쉼터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IPad를 활용한 수업, ‘Toontastic’

또한 수업 방식에 있어서 교사에 관한 규제가 적다는 것도 특징이다. 홀리하카에서 만난 한 선생님은 자신이 활동하는 ICT교육모임에서 알게 된 앱(App)인 ‘Toontastic’을 수업에 접목시키기로 했다. 이는 학생들이 배경화면을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직접 설정해가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한 앱이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말하기 껄끄러워 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또한 시각적, 청각적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발달 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개개의 수업은 교사가 재량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요소들을 구성해낼 수 있다.


▲학생들을 위해 갖추어진 미술 교구와 급식실의 모습

핀란드의 학교는 무상교육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수업료뿐만 아니라 교과서, 노트, 필기구까지 학교에서 제공하며 급식과 스쿨버스까지 무료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핀란드의 모든 학교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무상급식을 제공하며, 교과서부터 시작하여 노트와 필기구, 또한 미술 교구 또한 모두 지원된다. 다시 말해, 학교에 등교할 때 학생들은 준비물이 없는 것이다. 



또한 교무실 또한 한국과 비교해볼 때 더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교무실은 교사 개인의 공간의 합이라기 보다는 커피 한잔을 곁들이며 학생들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공간이다. 교무실에는 보통 교사 스스로가 준비해온 간식거리들이 준비되어있으며 냉장고, 부엌이 잘 갖추어져 있다. 


핀란드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교육적 모티브

실제 학교 현장에서 만나본 핀란드의 교육. 이제는 핀란드의 교육이 나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헬싱키 대학교를 찾았다. 그러나 교육 강대국 핀란드의 헬싱키 대학교에는 특이하게도 교육학 단독 단과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학은 독립된 학문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행동과학 단과대(Behavioural Sciences)에 ‘Department of Teacher Education’란 명칭으로 소속되어있다. 


▲좌측에서부터 연구원Juhana Rantavuori와 헬싱키 대학교 내의 행동과학 단과대(Behavioural Sciences)

헬싱키 대학교의 행동과학 단과대 내의 연구소인 CRADLE(Center for Research on Activity, Development and learning)을 찾아 연구원 Juhana Rantavuori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실에 바탕을 둔 핀란드의 교육을 기반으로, 현재 주목 받고 있는 문제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했다.




“Problem has the answer(문제 안에 답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Juhana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말은 대개의 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가 ‘원인’을 놓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대개의 사람들은 빠르고 신속한 해결책을 원한다. 이것은 마치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 같다.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해결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쫓겨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 상황만을 임시방편인 스티커로 덮어버리고는 그 일이 해결되길 바란다. 그러다 다음날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위에 또 스티커를 덧붙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결국 덕지덕지 붙여진 스티커에 가려 우리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놓치게 되고 마는 것이다.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의 시계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Juhana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CRADLE에서는 단체 내의 문제 해결을 위해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 다양한 의료기관, 우체국 등의 관공서 등에서 자문을 맡았다. 모든 기관에서 가장 처음 실행한 방법은 바쁜 일과에 가려져있던 그러나 근본적인 ‘잘 드러나지 않은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CRADLE은 단체 내의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작업환경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회의 내용을 녹취하여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핀란드는 사람을 지칭할 때, ‘~님(Sir)’이나 ‘성(姓)’으로 부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부르거나 직장에서 상사를 부르는 호칭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호칭에서도 드러나듯 핀란드의 특징은 자유로움과 다양성에서 출발한다.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 내부의 모습과 새롭게 바뀐 도서반납시스템

Juhana는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의 문제해결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은 CRADLE의 자문을 받아 충분한 시간을 들여 6~8회 정도 문제 해결에 관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하여 도서반납처리 시스템이 산발적으로 분포된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리고 개별 사서들은 현실적인 맥락에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고민하여 도서반납시스템을 중앙으로 모으자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것을 실험적으로 실행해본 후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여 전체 도서관 시스템에 적용하기로 결정을 했다. 여기에서 매니저는 결정된 해결책을 취합하는 역할만을 하였는데,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개별 사서들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하되, 현실과 유리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그것이 이 사례에서 주목할 점이었다고 Juhana는 설명했다.
이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들 중에 하나를 꼽자면 ‘누구나 환영받는 것’이었다. 도서관 이용자든 근무를 하는 사서든 누구나 회의에 참여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도서관의 총 책임자인 매니저가 회의에 주도권을 잡기보다 실무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의 해결과정에 있어서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실무자, 즉 개별 사서들이 문제의 ‘방향’을 잡는 데에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또한 Small pilot(작은 비행사)이라는 방법을 통해,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작은 그룹에서 실험적으로 새로운 방안을 실시해본 후에 그것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식으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적용시켰다. 



‘오도 가도 못하다’란 관용구가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수도 없을 때를 묘사하는 말이다. Juhana는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고 설명한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정체되어있을 수 없는 구조 속에서 떠밀려 흘러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일과’라는 시간에 갇혀 우리가 보는 것은 일상의 피상적인 문제들뿐이다. 돌아갈 수 없는 어제와 장애물에 걸려 흘러갈 수 없는 내일 사이에 끼어 오늘의 과업에 허덕인다.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책을 읽고 있는 헬싱키 도서관 이용객의 모습

그렇기에 Juhana는 우리가 일상의 과제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볼 것을 권한다. 우리가 병원에 간다고 가정해보자. 병원에 환자가 찾아왔을 때, 의사들은 대부분 목이 부었는지, 혓바늘이 돋았는지 등 눈에 보이는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린 후 처방전을 써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Juhana가 제시하는 방식은 새롭다. 단순히 보이는 증상에서 진단을 하는 과정을 벗어나 환자가 스스로를 기존 식습관, 생활습관, 가족 병력 등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원인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눈 바로 앞에 보이는 단순한 결과들에서 벗어나 그 뒤 이면의 원인을 찾아보는 것, 이 과정이 오히려 근본적으로 내재한 문제의 원인을 보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실패에 관해 굉장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어두운 면은 쉬쉬하고 부끄러운 부분은 감춰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보니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귀속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태에 역행하듯 CRADLE의 연구원 Juhana는 천천히, 그리고 내 안의 문제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핀란드의 교육은 빛이 아닌 그림자에 집중한다. 높은 순위나 좋은 평판 같은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나오게 된 근본을 꼼꼼히 찾아보려 노력한다. 문제가 생긴다면 우선 내부에서 그 원인을 보려 노력한다. 
자기 자신을 부정한다는 것이 실패처럼 느껴져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에 익숙지 않은 한국 사회, 그 안에서 어제와 내일 사이에 끼어있는 오늘날의 20대는 숨이 가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당신의 그림자를 보자. 내 안의 근본적인 원인을 천천히 살펴보고,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당신을 빛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림자를 숨기기에 급급해하기보단 아름다운 그림자를 간직한 당신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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