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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그들이 사는 세상

작성일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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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등 유럽 관광지 어딜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집시. 그들은 구걸과 소매치기 등으로 연명하며 지금의 우리나라로 치면 부랑 또는 노숙 인들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소외계층입니다. 처음 10세기경 인도 북부에서 시작해 유럽 전체로 흩어져 살기 시작한 이 소수 민족은 당시 유럽인들의 눈에 이집트인(Egyptian)과 흡사해 집시(Gypsy)라고 불렸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유럽 전역을 떠도는 집시는 천2백만 명 정도로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며 유럽 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 집시 부부사이에서 발견된 금발머리 아이 'Maria'(Splashnews.com)

 심지어 최근 유럽 내 경제위기로 집시들에 의한 유괴나 인신매매 같은 조직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던 시점. 그리스의 한 집시 촌에서 금발에 파란 눈, 흰 피부를 가진 아이가 발견돼(집시는 검은 머리에 유라시아계 모습이 특징) 그 아이를 보호하고 있던 집시 부부를 강제로 체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소녀의 신원을 밝히려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까지 공조에 나섰는데요. ‘불가리아 부부가 버리고 간 아이를 맡아 기른 것’이라고 주장했던 집시부부의 말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집시들이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프랑스에서는 집시 여중생이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귀갓길에 강제 추방돼 인권 유린이라는 비판이 일어났는데요. ‘집시 주거지를 철거하고 이들을 프랑스 밖으로 추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프랑스 내무장관은 인권 단체들의 반발과는 무관하게 정작 일반 시민들 사이에 정치적 인기는 올라갔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유럽의 일부 정치인들이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집시들의 불법거주 문제로 덮어버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횡포가 끝나는 그날, 행복의 돛이 펼쳐진다.'라고 적힌 나폴리의 한 아파트 (사진 박한이)

 과거 그리스의 화려한 식민도시이자 로마 황제들의 별장이 주를 이뤘던 최고의 휴양도시 나폴리. ‘죽기 전 꼭 나폴리를 보라’는 이탈리아의 속담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3대 미항인데요. 그런 항구도시에서 불과 15km만 벗어나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암흑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칠리아 섬에 본거지를 두었던 마피아들이 가까운 육지인 나폴리로 대부분 이주하면서 도시전체를 장악했고, 이로 인해 공공기관의 힘이 줄어들어 치안이 나빠지고 도시 전체가 지저분하고 정돈이 되지 않은 느낌으로 이탈리아인들조차 꺼려하는 위험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 바로 이러한 암흑도시에 건축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유럽인종차별위원회(European commission Against Racism and Intolerance)가 함께하는 '집시 구제 프로젝트'에 동참할 기회가 생겨 제가 직접 방문해보았습니다. 그럼 저와 함께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함께 가보시겠습니다.



▲ ' 행복이 보이지 않을땐, 안에서 찾아라.'라고 적힌 나폴리의 한 구조물 (사진 박한이)





▲ 집시 마을 입구와 그들의 판잣집들 (사진 박한이)

 직접 찾아가본 집시촌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낙후되어있었으며 대낮인데도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찾기 어려웠습니다. 얼기설기 얹어놓은 판잣집들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저희와 동행하신 유럽인종차별위원회(European commission Against Racism and Intolerance)의 한 관계자분에 따르면 이곳에 사는 집시 대부분은 직업이 없고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굶주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다행이도 어린이가 있는 집은 한 달에 10유로(15000원)정도 지원받지만 이것조차 새발의 피일뿐이었습니다.



▲ 직업이 없는 집시 남매 (사진 박한이)

 이들은 집시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이 불가능해 날이 갈수록 빈곤상태가 심해졌으며, 아이들의 교육혜택은 전혀 없었고, 사회구성원에 속할 수 없어 결국 그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방법은 불법을 통한 연명이었습니다. 소매치기나 구걸을 하거나 비교적 재배가 용이한 양귀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마약밀매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아이들과 그들의 아버지 (사진 박한이)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계발을 통한 사회 참여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들에게 법의 울타리 안에서 자발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어 자연스럽게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것인데요. 무엇보다 이들에겐 끼니해결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곡류, 과채류의 씨앗이나 모종을 통해 기르고 거두어 끼니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교육 나눔을 실천했습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저희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분과의 소통으로만 만족해야했습니다.


▲ 엄마 품에 안긴 맑고 순수한 영혼의 아기 (사진 박한이)

 이탈리아 정부 또한 집시들의 사회참여 및 정착을 돕기 위한 갖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는데요. 대부분의 집시들은 이러한 정책에 대해 별로 호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집시들은 천성적으로 주변사회와 융합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날 본 그들은 우리와 겉모습만 조금 다른 뿐 천성은 매우 밝고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단지 현지 집시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정부의 주먹구구식 발전계획이 이들에겐 오히려 독이 된 셈이었습니다.



▲ 과거 마녀사냥의 대상이었던 집시들 ( Wikimedia.org)

 한 번도 나라를 이루지 못하며 중세시대에는 마녀사냥의 주 대상이자 2차 대전에는 유대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학살당했던 비극의 민족 집시. 그러한 핍박 속에서도 수백 년간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지켜가며 놀라운 생활력을 보여준 이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요. 유럽 내 집시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그들의 인권이 보장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습니다.
 다행이도 복지 선두주자인 독일은 최근 집시 아동들에게 의료 보험과 교육, 주택 등의 복지 혜택을 늘림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진행 중인데요.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독일의 집시 구제 프로젝트를 본받아 집시들의 의견을 반영한 실질적인  계획들로 아직은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꿈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글로벌 대학생 박한이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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