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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솔직한, 교환학생 이야기

작성일20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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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포르츠하임 대학교 / 사진:최지혜 기자)

지극히 솔직한, 교환학생 이야기



 8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입국 ~ 2월 19일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

 며칠 전 한국에 돌아갈 비행기까지 최종 확정하면서, 6개월간의 교환학생 기간이 정말 끝나가는 구나, 싶었다. 습하고 더운 한국의 여름을 떠나 독일의 막바지 여름을 느끼며 행복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다시 한국에 돌아갈 시간이 왔다니. 시간이 빠르다는 건 매번 느껴왔던 사실이지만 특히 이번 교환학생을 하는 동안 시간은 정말 눈 깜빡하기도 ‘전’에 이미 다 흘러간 것 같다. 독일에 와서 22번째 생일을 맞았고 2014년 한 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23년동안 가장 빠르게, 하지만 가장 역동적으로 흘러간 6개월이었다.



(출국 및 입국 항공편 스케줄 / 캡처:최지혜 기자)



독일 포르츠하임을 오게 된 계기


 교환학생을 미국으로 쓸까, 유럽으로 쓸까부터 시작해서 어느 지역, 어느 도시, 어느 대학을 고를지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으면서도 교통 수단이 편리한 도시를 가고 싶던 내게, 미국 대학은 선택폭이 좁았다. Boson college나 뉴욕에 있는 대학은 학점과 토플 기준이 높고 경쟁률이 높았으며 미국 보통 도시들에 있는 대학은 장 보러 가는 일에도 차가 필수인 만큼 교통이 좋지 않았다. 결국 1지망부터 4지망까지 미국의 대도시 대학을 (안될 줄 알면서도) 썼고 5지망부터는 유럽 지역의 대학을 넣었다. 5지망이 바로 독일 포르츠하임이었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유럽 중앙에 위치한 독일의 지리적 이점을 누릴 수 있었고 독일이 치안, 물가, 생활 환경 등이 좋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럽 여행을 다닌 국가들 중에 독일이 제일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생활하기에 독일보다 좋은 국가는 없다고 확신하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독일에는 작은 것들이 똘똘 뭉쳐 강하다. 수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독일에는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s_중소기업)이 강해서 제조업 경쟁력이 뛰어나고 경제가 안정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교수님들은 한국 학생들을 가리키며 “Korea. I know CHAEBOL.”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다. 삼성, SK, 현대 등 대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은 SME 중심의 경제 산업이 발달해 있다. 또한, 독일에는 소도시들이 많다.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를 제외하면 하이델베르크처럼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이거나 포르츠하임처럼 소도시인 경우가 많다. 내가 살고 있는 포르츠하임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2시간가량 떨어져있고 도시 자체 규모는 크지 않다. 그 흔한 Starbucks 하나 찾아볼 수 없지만 슈퍼마켓, 병원, 은행, (조금 할머니 스타일의) 백화점 등 생활에 필요한 건 다 있다. 그리고 포르츠하임 중앙기차역에서 주변 도시나 국가로의 이동이 편리하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이전 학기 경험자들의 교환학생 수기집을 보면 대부분 교환학생 준비 방법 및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에 중점 맞춰져 있어 좀더 생생한 정보를 얻고 싶은 나에게는 아쉬움이 컸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에게 듣는 얘기도 뭔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이곳에서 직접 생활하면서, 이런 점은 글로 남겨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하는 것들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다 적어보고자 한다. 솔직하면서도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으로 쓰는 내용이기에 이 점을 십분 헤아려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학교 생활은 어떨까



(시험기간에는 항상 열공! / 사진:최지혜 기자)


 우선, 첫번째 이야기. 교환학생에 와서 과연 공부를 많이 하는가 가장 궁금했다. 교환학생에 와서 수강한 과목들에 대해서는 F학점을 받지 않는 이상 그 어떤 학점을 받아도 CGPA에 포함되지 않아 괜찮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독일에는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 있고 블록 코스의 경우 3-6주정도 집중적으로 수업을 하고 일찍 시험 치고 종강하는 과목도 있다. 하지만 유럽의 학점 체계는 우리나라와 달라서, 유럽에서 6credits은 한국의 3학점에 해당된다(credit 절반만 인정_서강대의 경우). 그래서 3credit 수업은 다른 3-4 credit의 과목과 합쳐 한 과목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듣는 과목의 ‘수’는 한국보다 많다. 나는 이번 학기 동안 총 10과목을 들어 한국으로 치면 15학점으로 환산 받을 계획이다.


 일단 중간고사가 없으니 기말고사에 한 학기 동안 배운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한다. 적지 않은 양에 전부 영어 자료와 필기이고 2주 시험 기간 동안 모든 과목을 시험 보려니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나의 경우, 현재 기말고사 기간을 제외하고 그 전에 단 한번도 책을 펴거나 예습, 복습을 한 적이 없다. 수업은 최대한 가려고 했으나 여행 기간이 겹치면 과감하게 수업 시간을 여행에 양보했으며, 학기 중간에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조모임은 열심히 참여했다. 과제는 거의 없는 편이었고 경영 과목의 조모임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려운 편이 아닌지라 조원들과 페이스북으로 연락해 자료를 분담하고 피피티를 만들어 발표하기만 하면 됐다.


 수업이나 발표, 조모임을 전부 영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한국 대학교에서도 영어 수업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좀 낯설었지만 수업을 듣는 일은 이내 적응할 만 했다. 필기에 대해서는, 회계학 수업은 정말 TOEFL dictation을 하듯이 교수님 말씀을 받아 적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명확한 설명들만 잘 적으면 되는 수업도 있었다. 토플 딕테이션처럼 필기해야 했던 수업은 목요일 아침 8시 수업이었는데 항상 팅팅 부은 얼굴로 1시간 반동안 집중해 영어 타자를 치느라 정말 고생했다. 내용도 어려웠던 Finance 과목이라 이걸 다 한국어로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시험 기간 열공 모드/사진:최지혜 기자)


 독일 현지 학생들이나, 포르츠하임으로 1년간 Double degree program(복수학위)를 인정받으러 온 학생들은 정말 수업이나 시험에 열심히 참여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는) 교환학생들은 ‘즐기자’는 마인드가 강하다. 시험 기간 2주 전 주말까지 열심히 클럽, 파티 혹은 여행을 다니며 여유로운 생활을 누린다. 한국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1월 27일부터 시험기간이었으나 1월 17일부터 20일까지 베를린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시험기간에는 한국 학생들이 다른 외국인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점심과 저녁을 간단히 먹고 계속 공부했다. 시험 기간만큼은 한국에서 공부하던 마인드로 돌아가 다들 열심히 그동안 밀렸던 필기를 공유하고 정리해서 암기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도 마음만은 편안했다. “F만 아니면 되니까~ 우리 패스할거야.”를 신나게 외치며 학점 압박에서 잠시 벗어난 이번 학기만의 여유를 즐겼다.



유럽 교환의 빠질 수 없는 여행



(독일 하이델 베르크 여행 / 사진 제공:Afonso)


 이곳에 있는 동안 유럽 곳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9월에 프랑스 파리/스트라스부르, 독일 하이델베르크/뮌헨/프랑크푸르트. 10월에 오스트리아 빈/잘츠부르크, 헝가리 부다페스트, 11월에 이탈리아 로마/피렌체/베니스, 영국 런던, 12월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브뤼헤, 룩셈부르크, 독일 뉘른베르크, 체코 프라하, 1월에 독일 베를린. 그리고 2월에 다시 런던으로 가 마지막 여행을 할 계획이다. 6개월간 10개국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아시아 학생들 중에서는 평균에 속하고 유럽에서 온 학생들에 비하면 엄청 여행을 많이 한 편에 속한다. 아시아 학생들에겐 유럽 여행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이곳을 떠나면 다시 유럽을 오기에 경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제대로 ‘뽕’을 뽑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나는 추운 날씨에 더 추운 국가를 가고 싶지 않아 북유럽을 제외했고 기회가 닿지 않아 이집트나 모로코 같은 아프리카 지역을 뺐다. 하지만 북유럽과 북아프리카 역시 가볼만한 여행지인 것 같다. 특히 이집트와 모로코는 정말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독일 에슬링겐 여행 / 사진 제공:Denitsa)


 유럽에 교환학생에 온다면 꼭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니길 추천한다. 시간표를 짤 때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공강으로 만들어놓으면 학기 중에 주말을 껴 여행가기에 편하다. 친구들과 함께 2,3주전에 비행기와 호스텔을 예약해 계획을 짜면서 여행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그 나라에 대한 지식이나 흥미가 많아졌고 미술, 역사, 화폐, 음식 등 다양한 방면으로 경험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다녀와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영화를 보니 내가 봤던 도시가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있어 신기했고, 알폰스 무하, 모네, 세잔, 고흐 등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또한,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지휘자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경제학 시간에 배웠던 빅맥 지수를, 직접 국가별 맥도날드를 방문하면서 생생하게 느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스위스를 안 갔던 내겐 베니스와 룩셈부르크의 빅맥이 가장 비쌌다. 룩셈부르크의 7.15유로 빅맥을 먹은 다음날, 독일 뉘른베르크 맥도날드에서 빅맥이 6.15유로임을 발견하고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신기했다. 비싼 유로에 완전히 적응하고 있다가, 우리나라와 물가가 비슷한 체코와 헝가리에 가면 모든 게 너무 저렴하다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쓰고 오기도 했다. 심지어 체코에서는 타이 마사지도 받고 매일 저녁에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해, 룩셈부르크와 벨기에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감명 깊었던 베를린 필하모닉/사진:최지혜 기자)


 독일에서 우리나라를 그립게 만드는 세 가지, 물, 와이파이, 서비스 산업. 유럽은 수돗물에 석회질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수돗물을 먹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물론 잠깐 생활하다 가는 우리들에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게다가 레스토랑이나 은행, 학교 그 어디에서도 정수기를 발견하기 어렵다. 식당에서는 수돗물(tap water)을 달라고 하거나 물을 직접 주문해야 하고, 학교에도 정수기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장을 볼 때마다 1.5L 물 여섯통을 한꺼번에 사오곤 했다. 심지어 나는 하루에 2L정도 물을 먹는, 일명 ‘물 먹는 하마’라서 남들보다 더 자주, 더 많이 물을 사와야 했다. 학교 도서관이나 수업에 갈 때도 1.5리터 짜리 물을 들고 다녀야 해서 좀 불편했다. 정수기가 흔하디 흔하고 수돗물이 깨끗한 우리나라를 그립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와이파이. 우리나라만큼 어느 카페나 공공기관에 와이파이가 많은 곳이 어딨을까. 물론 우리나라에선 와이파이를 열심히 찾을 일이 별로 없다. 요금이 좀 비싸긴 하지만 3G나 LTE가 빵빵하기 때문이다. 여기선 매달 통신비도 아깝고 pre-paid를 충전하러 가는 일도 귀찮아 자주 충전하지 않았는데, 이때마다 한국에서 편하게 핸드폰 쓰던 때가 생각나곤 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산업. 독일은 노동력이 비쌀 뿐만 아니라 서비스 산업이 우리나라만큼 체계적으로 발달해있지 않다. 친구가 휴대폰을 도난 당해 경찰서에 신고할 일이 있었는데, 보험사에 제출할 도난 신고서만 작성하는데 3시간이 걸렸고 문법과 문장력에 민감한 경찰관이 글을 끊임 없이 검토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탓에 모든 작성이 끝난 뒤 우리는 정말 녹초가 되었다. 그리고 라면,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을 주문해서 배달을 받을 때, 초인종 한 번 누르고 반응이 없으면 그대로 다시 택배를 가져가 버리는 택배 시스템에 정말 문화충격을 경험했다. 독일에서는 택배를 받을 때 배송 날짜, 아니 배송 ‘시간’에 정확히 집에 있어야 한다. 사람이 없으면 택배를 다시 가져가고 다음날 또 배달하러 온다. 다음날에도 없으면 또 가져간다. 계속 없을 경우 직접 다시 전화를 해서 또 배송을 신청해야 한다. 독일에 처음 와서 EMS를 받을 때 내가 프랑스 여행을 하던 중이라 택배를 못 받았는데, 기숙사 House master의 도움을 받아 ‘독일어’로 오랜 전화를 한 뒤에야 택배를 다시 받을 수 있었다. ARS 시스템이 전부 독일어도 되어있고 상담원도 영어를 못해서 내가 직접 연락할 수 없었고 전화상 연결의 연결의, 연결이 필요한 오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또한, 한국음식을 주문했을 땐 내 방 초인종이 고장난 까닭에 방에 하루종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택배원의 방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5일째 되던 날, 택배원이 잠긴 기숙사 입구문을 열고 어찌어찌해서 내 방문을 직접 노크한 덕분에 겨우 택배를 받을 수 있었다. 분명 초인종에 반응이 없을 경우에, 이 번호로 전화를 달라는 메모지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택배 받기를 실패해서 굉장히 속상했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먹은 야채 케밥, 잊을 수 없는 맛이다/사진: 최지혜 기자)



계속 그리울 것 같은 독일 생활


 물, 와이파이, 서비스 산업 때문에 가끔 한국을 떠올리게 만든 독일이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너무 아쉽고 슬프다. 독일에 와서 소시지빵, 누텔라, Rittersport(초콜렛), 코카콜라, 버터프레즐, 케밥을 사랑하게 됐고 특히 소시지빵과 케밥은 한국가면 절대 맛볼 수 없을 정도로 맛있어서 나중에 굉장히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올 겨울은 마치 교환학생 선물처럼 독일의 날씨가 따뜻했다. 한국에선 친구가 ‘손가락을 지켜내야 할 정도로’ 춥다고 했는데 이곳 독일은 12월부터 2월까지 계속 따뜻하다. 미국에서 한파가 불어닥친 12월에도 유럽에선 많이 춥지 않았다. 포르츠하임에서 매일 밤하늘 쏟아질 것처럼 많던 별을 보는 것도 분명히 그리울 것 같다. 기숙사 부엌에서 항상 다같이 모여 저녁을 만들어 먹고 밤마다 남의 방에 놀러가 늦게까지 수다 떨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



(매번 성대한 만찬을 만들어먹었던 기숙사 저녁/사진:최지혜 기자)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만큼 친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항상 행복하고 편안했던 6개월간의 독일 생활. 한국 가면 한동안 엄청난 향수에 시달릴 것 같다. 인생에서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남은 유럽에서의 3주를 더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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