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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 싸게 보고싶은 사람?

작성일201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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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사진출처: studentrush.org



내 뉴욕 여행의 목적은 아주 단순했다. 첫째는 뮤지컬. 둘째는 박물관. 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뉴욕에서 가능한 한 뮤지컬을 많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비싼 뮤지컬 티켓 값이 브로드웨이에서는 오죽할까 학생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티켓 가격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뉴욕에서 다섯 편의 뮤지컬을 봤고, 파산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파산하지는 않았다. 브로드웨이에서 알아주는 뮤지컬을 다섯 편이나 보고 나서도 지갑이 거덜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는 정석적인 방법은 공식 예매 사이트를 통해 자리에 따라 적게는 8만원, 많게는 20만원 넘게 주고 티켓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의 뮤지컬 극장에서는 공연 당일 날 남은 티켓을 떨이로 판매한다. 이 떨이 티켓은 ‘러쉬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선착순에 의해 판매되기도 하고, ‘로터리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추천을 통해 판매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티켓이 정가의 3분의 1수준의 가격으로, 평균 4만원 남짓한 돈으로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러쉬 티켓은 극장의 매표소가 문을 여는 시간에 가서 당일 공연의 남은 좌석을 사는 것을 말한다. 보통 30장 정도의 미판매분 티켓이 풀리고, 이를 매표소 앞에 줄 서있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살 수 있는 것이다. 러쉬 티켓으로 볼 수 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시카고, 원스, 맘마미아, 스파이더 맨 등이 있다. 나는 이 중에서도 영화로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었던 ‘시카고’의 토요일 공연 러쉬 티켓에 도전했다. 토요일의 시카고 매표소는 10시 정각에 개장이라 나는 넉넉히 한 시간 반 전인 8시 30분쯤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내 앞에는 남녀 한 쌍의 커플만 기다리고 있었을 뿐, 사람이 없었다! 겨울, 그것도 신년 이벤트가 지난 1월 중순은 뉴욕 여행의 비수기라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해도 이렇게 선착순 안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성수기에는 러쉬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새벽 6시부터 사람들이 극장 앞에 진을 치고 있는다고 한다. 

러쉬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순위권에 들었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매표소 앞에서 뉴욕의 한파와 싸워야 했다. 도로변 한 켠에 우두커니 서서 한 시간 넘게 칼바람을 맞은 후에야 나는 시카고 티켓을 37달러에 구할 수 있었다. 러쉬 티켓은 말 그대로 공연 당일 날까지 팔리지 않은 비인기 좌석을 싸게 넘기는 것이라 대부분 좌석이 공연장의 가장자리다. 시카고 공연에서 내 좌석은 왼쪽 끝에서 세번째 자리였다. 극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자리라 무대가 잘 안보이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무대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사진출처: 이고은 기자/ 추운 날씨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러쉬티켓을 위해 줄 서 있다.

뮤지컬 시카고의 경우, 무대 뒤쪽에 계단식으로 오케스트라를 배치하고, 배우들은 무대 앞쪽에서 연기를 했기 때문에 가장자리라고 해서 무대가 안 보이는 등의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한국에서는 늘 뒷자리에서 공연을 봤기 때문에 무대를 전체적으로 눈에 담는 것에 만족했지만, 시카고의 경우 맨 앞줄에 앉았기 때문에 극을 좀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배우들의 격정적인 표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춤을 추는 배우들의 세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특히 시카고는 춤과 노래가 관능적이라 춤을 추는 배우들의 몸짓을 자세히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한 영화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극을 이해하는 것도 큰 무리가 없었고,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익숙한 노래를 직접 보고 듣는 기쁨에 즐거움이 배가 됐다.




러쉬 티켓을 구하는 팁은 부지런함이다. 그 날 남은 좌석 중에서도 그나마 좋은 좌석을 러쉬 티켓으로 얻고 싶다면 무조건 일찍 일어나서 매표소를 향해 뛰어가자! 좋은 자리부터 티켓을 발권해 주기 때문에 선착순에서도 끝 쪽에 있는 사람은 시야가 많이 가리는 좌석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몸이 고생하면 할수록, 좋은 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고의 자리를 원한다면 알람시계를 이른 시간대로 맞춰 놓을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사진출처: 이고은 기자/ 마틸다의 로터리 티켓 응모권. 각 극장마다 응모권 양식은 다양하다.

러쉬 티켓으로 뮤지컬을 즐긴 뒤, 나는 다음으로 로터리 티켓에 도전해 봤다. 로터리는 공연 시작 두 시간 반 전에 극장 매표소 앞에 모여, 이름과 원하는 티켓 수를 적어 넣은 뒤(1인당 최대 2장까지 구매할 수 있다.), 공연 시작 두 시간 전에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이 저렴하게 티켓을 살 수 있는 제도이다. 로터리 티켓으로 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위키드, 마틸다, 킨키부츠, 북 오브 몰몬 등이 있다. 로터리 티켓 또한 당일 공연의 남은 좌석을 파는 것이고, 가격은 평균 4만원 대이다. 로터리 티켓은 추첨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운이 좋으면 공연을 싼 값에 볼 수 있다. 나는 뮤지컬 마틸다를 로터리 첫 번째 도전에 바로 당첨되는 행운을 맛보았다. 그러나 뮤지컬 위키드의 경우 5번이나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당첨이 되지 못했다. 로터리 티켓 같은 경우 위키드나 북 오브 몰몬 같은 인기 뮤지컬의 좌석을 싸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매 추첨 때 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당첨이 쉽지 않다. 특히 뮤지컬 위키드의 경우 유독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뉴욕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위키드 로터리 현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사진 출처:  John Moore/ 북 오브 몰몬이나 위키드 같은 대작들은 항상 로터리 티켓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인파로 북적인다.


로터리 티켓의 당첨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같이 가는 것이다. 뉴욕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늘 로터리를 함께하자는 글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약속을 잡고 만난 뒤 사람들은 함께 로터리에 도전한다. 한 장의 로터리 티켓을 노리는 것 보다는 더욱 당첨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비록 당첨이 안되더라도 상대방은 당첨 될 수도 있기에 대부분 사람들은 함께 티켓을 구하려고 한다. 내가 로터리 장소에서 만난 한 무리는 여섯 명이 함께 로터리에 도전 한 뒤, 그 무리 중 한 사람이 당첨되면 나머지 다섯 명끼리 다시 가위바위보를 해서 나머지 한 장의 티켓을 가지는 방식으로 로터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뭉치면 뭉칠수록 티켓 당첨 확률이 높아지니, 혼자 여행을 가는 분들은 당일 로터리 현장에서라도 동행을 만들어 응모하도록 하자.



러쉬 티켓이나 로터리 티켓은 남은 자리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자리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시카고 러쉬 티켓에 반한 나는 그 다음날 바로 뮤지컬 원스의 러쉬 티켓을 구했다. 시카고 같은 뷰를 생각했던 나에게 원스는 커다란 반전을 선사했다. 같은 사이드 좌석이더라도 원스의 경우 무대 끝에 벽이 입체적이고, 극 자체가 무대를 깊게 쓰는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어 안보이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배우들이 무대 중앙의 안쪽, 깊숙한 곳에서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하는 장면이 많아 나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기둥만 쳐다보고 있었다. 노래만 들으러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대가 보이지 않아, 원스의 경우 실망이 컸던 뮤지컬이었다.


사진 출처: 이고은 기자/ 원스 공연장 사진. 무대의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러쉬 티켓이나 로터리 티켓이 몹쓸 좌석만 주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킨키부츠의 경우 나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했다. 킨키부츠의 로터리 티켓을 받아 들고 극장에 입장했을 때 나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박스석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2층 박스석은 보통의 티켓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얹어주고 구입하는 프리미엄 좌석인데, 이 좌석들이 팔리지 않아 로터리 티켓으로 나온 것이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은 상상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앞으로 평생 앉아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비싼 좌석을 이렇게 운 좋게 앉게 되다니! 무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대와 가까워 배우들의 표현력을 배로 즐길 수 있는 박스석에서의 뮤지컬 관람은 뉴욕에서 손에 꼽을만한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그 당일에 어떤 좌석이 남아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우리 모두 설렘과 기대를 안고 러쉬 티켓과 로터리 티켓에 도전해보자!

뮤지컬 관람은 뉴욕 관광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코스 중에 하나이다. 단지 티켓 값이 비싸다는 이유 하나로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대작들이 브로드웨이에 가득 차 있으니 한 편이라도 뮤지컬을 꼭 감상하기를 권한다. 가격 때문에 뮤지컬 관람을 망설였다면 위와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발품을 남들 보다 조금만 더 부지런히 팔면 정가에 3분의 1 가량 밖에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최고의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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