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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타입? 대학생 노트 필기 유형 6

작성일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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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진우

수능만 끝나면 내 인생에서 시험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여지없이 찾아온 중간고사. 첫 시험이라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지난주엔 미팅에서 마신 술 때문에 수업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수업은 못 들었지만, 시험공부를 위해선 필기가 꼭 필요한 상황. 어쩔 수 없다. 그날 수업을 들은 사랑하는 내 동기들에게 노트를 빌리는 수밖에^^


1. 펜마스터형 : Pen Pineapple Apple Pen


▲이 많은 펜은 다 어디서 샀을까. 뭐가 중요한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많은 펜은 다 어디서 샀을까. 뭐가 중요한지는 알 수 없지만.

강의를 들을 때 항상 수십 가지 펜을 전부 늘어놓는 내 동기. 저 친구라면 필기도 끝내주겠지. 조심스럽게 다가가 노트를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흔쾌히 OK. 이제 필기를 옮겨 적기만 하면 되겠군.

노트를 열었더니 휘황찬란한 펜들이 각양각색 때깔을 뽐내며 저마다의 위용을 자랑한다. 내가 알고 있는 펜 색깔은 검정 빨강 파랑 3색이 전부인데. 세상에는 펜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는 걸 느낀다. 빨간 별, 파란 별, 초록 별 표시로 샤방샤방하게 잘 꾸민 부분도 있고. 네가 펜 부자인 것도 알겠는데… 대체 이 중에 뭐가 중요한 내용이지?


2. 카카오톡형 :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남의 얘기를 몰래 훔쳐보는 건 언제나 스릴 넘친다. 잠깐 이건 내 얘기잖아?
▲남의 얘기를 몰래 훔쳐보는 건 언제나 스릴 넘친다. 잠깐 이건 내 얘기잖아?

새터 때부터 우리 과 남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대표 미인. 나 역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다. 노트를 빌려달라고 했더니 망설임 없이 주는 그녀.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까지 착하다. 심지어 글씨까지 예쁘다. 모든 걸 다 갖춘 완벽한 여자다.

한두 장을 넘기고 나니 교수님 강의가 지루했는지 다음 장부턴 옆에 앉은 친구와 대화를 나눈 흔적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사적인 얘기를 읽게 되다니 이런 횡재가. 잠시 시험공부를 뒤로하고 그녀의 대화를 엿보기로 한다. “회 먹고 싶다. 닭발도!”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냈다. 꼭 기억해야지. 응? 이건 누구 얘기지? “있잖아, 맨날 스냅백 쓰고 다니는 애. 걔 요즘 나한테 너무 들이대서 짜증 나.” 누군지 참 불쌍하네. 잠깐, 이거 내 얘기잖아?


3. 팔만대장경형 : 교수님의 신묘한 힘


▲신성한 교수님 말씀의 힘으로 외세를 물리치자.
▲신성한 교수님 말씀의 힘으로 외세를 물리치자.

항상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만 바라보며 필기를 하던 동기에게 노트를 빌리는 데 성공! 덕분에 마음 편히 시험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노트를 폈더니 아니 이게 뭐람. 노트를 빼곡히 채운 검은 글씨에 압도당한다. 시험이 코앞인데 이걸 다 옮겨 적을 생각을 하니 막막하네. 그래도 학점을 생각하면 열심히 적어야지.

얼마나 꼼꼼하게 적었는지 필기만 봐도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 근데 ‘교수님이 전에 패션모델 인터뷰를 하시다가 말실수를 해서 1시간 동안 싹싹 빌었다고.’ 이건 왜 적은 거지? 세상에…교수님이 하는 모든 말을 다 옮긴 거라니. 이걸 교수님께 보여드린다면 A+을 선사하시리라. 교수님 말씀에는 어떤 신묘한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무아미타불.


4. 프로게이머형 : 알파고, 한판 붙자


▲너의 꿈은 이세돌. 그리고 너의 학점은.
▲너의 꿈은 이세돌. 그리고 너의 학점은.

우리 과에서 게임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 동기. IQ 150의 머리를 지닌 브레인이다. 왠지 얘라면 필기도 잘할 것 같아서 노트를 빌려보았다. 남자치고 깔끔한 글씨체. 역시 브레인은 뭔가 다르다.

그런데 교수님의 수업이 많이 지루했는지 얼마 못 가 글씨 대신 오목판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옮긴 듯한 치열한 두뇌 싸움의 기록. 그 옆엔 영화, 나라, 아이돌을 주제로 한 빙고 게임도 보인다. 맞아, 수업시간엔 노트로 하는 게임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지.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줘서 고맙다 친구야. 한마디만 해도 될까? 너의 학점은.


5. 워터마크형 : 노트의 상태가…?


▲영역표시 하나는 확실하다. 냄새는 덤.
▲영역표시 하나는 확실하다. 냄새는 덤.

당장 시험이 코앞인데 아직도 노트를 못 빌렸다. 내가 이렇게 친구가 없었던가? 대학생활에 자괴감이 든다. 남은 사람은 수업 때마다 조는 잠만보 동기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트를 빌린다. 어쩌겠나, 아예 수업을 못 들은 나보단 낫겠지.

필기를 보려고 하는데 잘 안 펴진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자세히 살펴봤더니 노트가 흥건히 젖은 상태다. 노트 한 장을 넘기려고 하니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 예감. 극도로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긴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분명히 물을 쏟은 것 같은데 이 냄새는 뭐지. 어디서 많이 맡아본 이 냄새의 정체는…그렇다. 이건 아밀라아제 성분이 분명하다. 침으로 워터마크를 만든 너, 아주 칭찬해. 대체 얼마나 잠을 많이 잤길래 노트의 상태가?


6. 킹갓제너럴엠페러충무공마제스티형 : 내 학점을 부탁해


▲필기의 신, 당신은 대체…
▲필기의 신, 당신은 대체…

과탑을 노리는 모범생 내 동기. 대학에 와서도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는 괴물 같은 녀석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필기를 구하지 못해 시험 포기 직전까지 갔던 나에게 먼저 노트를 건넨 은인이다. 인성까지 과탑.

노트를 열자 느껴지는 예비 과탑의 위엄. 역시 공부 잘하는 사람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파워포인트로 만든 것 같은 일목요연한 정리와 적절한 도식까지. 게다가 출제 예상 부분엔 어김없이 별표를 해 놓았다. 어머 이건 무조건 외워야 해! 엄청난 신세를 져서 그저 고마운 마음뿐. 그냥 구세주가 아니다. 킹갓제너럴엠페러충무공마제스티 구세주. 시험 기간마다 앞으로 잘 부탁해^^


노트를 덮으며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 보는 시험이라 잘 봐야 하는데 걱정이다. 그래도 동기에게 노트를 빌려서 다행이다. 이제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참, 오늘은 무용과와의 미팅이 잡혀 있는 날이 아니던가. 일단 갔다 와서 생각을 해보자. 나는 아직 파릇파릇한 새내기니까^^ 아프리카 청춘이다.


영현대기자단14기 정진우 |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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