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백 투 아날로그! 스마트폰 없이 1년 살기

작성일2017.06.08

이미지 갯수image 13

작성자 : 이경은
프롤로그
누군가 2n년간 살면서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1년 전의 저는 분명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스마트폰! 사랑해요, 당신 없인 못살아”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명실상부한 가장 똑똑하고 재미있는 혁신 그 자체입니다. 이것은 혁명이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스마트폰을 원망한 적도 있을 겁니다. 1년 전 저는 거의 모든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재미있는 영상 보는 것에 할애하여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문득 순간적인 즐거움을 취하고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스마트폰을 버리기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눈앞에 없으면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무런 계획 없이 스마트폰을 버렸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보는 시간만 잘 조절하면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보는 시간을 조절할 자제력이 부족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을 없앴을 당시에 저는 유난스럽다는 반응도 받았지만, 지금까지 1년 동안 스마트폰 없이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막연히 불편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적도 많았고, 생각지도 못한 혜택을 얻은 경험도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1년간의 ‘back to 아날로그’ 생존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전장으로 출격! 나만의 엑스칼리버



치열한 삶의 전쟁으로 새롭게 들어가기 전, 장비를 고르는 것은 필수적이다. 나의 만능 무기였던 스마트폰은 이제 없다. 무엇이 이 존엄하고 위대한 최강 무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 맞춤화된 무기를 구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워치!

대학생이라면 숙명과도 같은 팀플! 이 팀플 단체 채팅방에 빠르게 답장하지 않으면 free rider가 되고 곧바로 반역죄인이 된다. 동료 평가 최악의 점수라는 여론 조성으로 그대로 교수님의 'C 뿌리기' 형벌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무기가 피처폰이 아닌 스마트워치였던 가장 큰 이유이다. 팀원들과 문자로 소통하는 것?

That’s no no.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자비롭지 않다. 스마트폰을 버리는 것은 내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행위는 금물이다.

스마트워치는 메신저 기능 이 외에도 많은 기능이 있지만 대학생인 나에게 꼭 필요했던 기능은 이메일 기능이다. 바로 이 기능이 나를 정보력 싸움에서 최소한의 방패가 돼 주었다. 이메일로 긴급한 연락을 받을 때면 곧 바로 주변 컴퓨터실이나 PC방에 들러 문제 상황을 해결했다.

스마트워치를 선택할 때 꼭 필요한 기능만큼 꼭 없어야 하는 기능이 있었다. 바로 시간 버리기 딱 좋은 포털사이트 서핑기능과 동영상 플레이 기능이었다. 이 두 가지에 할애한 시간으로 피겨를 했다면 아마 김연아를 이겼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고작 스마트워치로 스마트폰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융통성을 좀 발휘해 스마트폰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가지고 다녔다. 가령 수업 자료 인쇄를 못했거나, 원격으로 팀 회의가 있을 때다. 정말 엄마가 보고 싶을 때도 화상채팅을 위해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다.



또한 회계, 재무 공부를 주로 하는 나에게 계산기 기능은 필수였다. 스마트폰 계산기 어플을 실제 공학용 계산기로 대체하였다.

‘과연 스마트폰 없이도 인생에 낙이 있을까’ 궁금해서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위의 융통성이 약간 화가 나는 대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충분히 스마트폰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데 그럼 무슨 소용이냐’라고 충분히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는 무겁고 화면 크기도 부담스러워서 가지고 놀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고 쾌락의 욕구보다 에너지 소모를 하기 싫은 욕구가 더 강했기 때문에 대체재를 가지고 시간을 낭비한 경험은 없다. 즉, 스마트폰을 없앤 목적을 항상 상기하며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나를 훈련했다.


24시간이 모자라, 말 그대로 사서 고생



아침에 자명종이 크게 울리면 잠에서 깬다. 그 자명종이 룸메이트도 함께 깨우는 게 미안해 용수철처럼 날아올라 황급히 알람을 끈다. 이어폰 알람 어플을 이용했다면 아침마다 이런 조바심은 겪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학교로 가기 전 다이어리에 고이 써 놓은 시간표와 일정을 확인한다. 다이어리가 분실될 상황에 대비하여 강의 시간과 강의실 암기는 필수이다.



그때 막 친구에게 메시지가 온다. 다정하게 이모티콘을 듬뿍 담아 답장을 하고 싶지만, 스마트워치의 자판은 매우 불편하다. 미리 설정한 상용구 ‘네, 알겠습니다.’를 보낸다. 다행히 친구는 나의 로봇 말투에 익숙해졌다.



중급회계 수업시간에 모르는 개념이 나왔다. '유동부채'. PC로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용어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관련 내용을 이해했다. 뿌듯하긴 했지만, 시험에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유동부채'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2시간을 투자한 나의 행동이 어쩌면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약속이 있다. 약속 장소는 홍대. 출발 전 컴퓨터실에 들러 지하철 노선, 버스 운행 시간, 음식점 위치, 전화번호 등을 수첩에 적는다. 한 자 한 자 적으면서 문득 자괴감이 든다. ‘왜 나는 21세기 최첨단 기술 발전 시대 속에서 원시인과 같이 행동하는가?’ 스마트폰만 있다면 사막에 떨어져도 ‘길 찾기’ 버튼 하나면 예쁜 목소리의 안내원이 ‘3m 앞 좌회전’이라고 친절히 설명해 줄 텐데……

친구와 밥을 먹고 길거리 공연을 구경했다. 많은 사람이 동영상 촬영을 한다. 나는 그저 이 순간을 눈에 담고 이 음악을 귀로 기억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집으로 돌아갈 때 버스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이럴 때 웹툰을 보면 시간이 금방 가지만, 할 게 없는 나는 멀뚱멀뚱 버스를 기다리며 100전 100패를 자랑하는 인내심 테스트를 또 한 번 시작해본다. ‘버스 아저씨.. 현기증 나요.. 어서 오세요…제발..’



하루를 마치며 즐거운 마음으로 노트북을 켜고 사이버 캠퍼스에 들어간다. ‘아.. 망했다.’ 과제와 공지사항이 6개가 올라와 있다. 확인하기가 두렵다. 오 마이 갓! 내일 아침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오늘 오전 11시에 공지됐었다. 틈틈이 사이버 캠퍼스를 확인하지 않은 내 불찰이었다. 어플만 있었다면 띵~하는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나에게 가장 핫한 최신 정보를 주었을 텐데… 깊게 탄식한다. 오늘도 밤을 샌다.


24시간이 뿌듯해, 몸이 고생한 결과 feat. 반전



자명종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7시가 되면 가볍게 눈을 뜬다. 룸메이트의 단잠을 깨우는 게 미안해서 자명종을 버리고 스스로 생체리듬을 맞추었다. 7시에 눈을 뜨기 위해 1년 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한 결과이다.

학교에 간다. 오늘은 과제 제출일! 모든 것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생겼다. 내 사전에 닥쳐서 하는 일이란 없다. 정보력이 떨어지니 정보를 얻기 위해 두 발로 더 열심히 뛴다.

친구에게 문자가 온다. 상용구로 답장하는 것이 아닌 바로 전화를 건다.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만날 약속을 잡는다. 이제는 비대면 의사소통보다 대면 소통이 훨씬 더 진실하다는 것이 와 닿는다.

오늘은 시험 점수 확인 날. 중간고사 결과 1등을 했다. 유형자산에 대해서 통서술하는 문제에서 큰 점수를 얻었다. 1분 동안 검색에서 배우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수업 목적을 제고하고 챕터의 큰 흐름을 고려하여 공부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시험 족보가 없어 걱정됐지만 결국 정통으로 깊게 공부한 덕분이다. 교수님 연구실에 자주 찾아가 질문을 하다 보니 인턴 추천도 받게 되었다. 만약 내가 강의실 뒷자리에서 친구와 메신저를 하는 학생이었다면 이런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의 저녁 약속, 1년 전 스마트워치를 처음 바꿨을 당시와 같은 홍대 약속이다. 스마트워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조사해 보았고 나와 같이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으로도 길 찾기가 가능하다. 버스도 몇 분 뒤에 오는지 확인 가능하다. 1년 전과 같이 무작정 아날로그시대의 삶을 살기보다는 조금 더 현명하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는 관록이 생겼다.



스마트폰을 없애면서 DSLR을 배웠다. 핸드폰이 없으면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면 된다. 스마트폰이 없다고 생각보다 모든 문화생활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를 마치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니 시간이 많아졌다. 스마트폰이 없는 1년간 단순하게 킬링타임 콘텐츠 시청이 아닌,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고 질적으로 만족하는 활동이 무엇일지 찾아보았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동영상 제작하는 법을 배우면서 성취감을 느껴왔다. 쓸데없는 사소한 연락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고 제일 필요 없는 연예인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행복한 것은 시간 낭비를 한 나 자신을 원망하는 순간순간이 확실히 줄었다는 것이다.



그때 마침 문자가 온다. 4월 통신 요금 청구서 11,900원. 그래, 역시 돈을 절약해 준다는 점이 최고다! 스마트폰을 없애기로 한 1년 전의 나 자신을 아주 칭찬하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에필로그
저는 1년간 실험(?) 아닌 실험으로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는가?’를 테스트해 보았고 그 결과는 ‘Yes’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주변에 스마트폰 없는 대학생을 본 적이 없었고 제가 첫 번째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일찍 도전해 본 사람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두 가지를 다 경험해 보았습니다. 비로소 어떤 것이 더 잘 맞는지 판단 가능한 상태가 되었지요. 경험 전에는 막연히 안 된다고 생각하였던 것도 몸이 좀 더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했고, 모두가 오버 한다고 고개를 내저었지만,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없이 살게 된 삶은 저에게 있어서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대학생에게 스마트폰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말도 안 되고 발전된 기술과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일지도 모릅니다. 스티브 잡스가 저를 보고 있다면 왜 이렇게 편리하고 유익한데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돌아서 시간을 낭비하는지에 대해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년 동안 느낀 점은 사람마다 가치를 두는 것이 다 다른 것이고 누가 봐도 비효율적이고 쓸데없는 행동이라고 판단되어도 정작 그 사람에게는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행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따라서 저의 생존기는 스마트폰을 없애라는 결론도 아니고 사용하라는 결론도 아닙니다. 두 가지 길이 모두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위한 것입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영현대기자단14기 이경은 | 이화여자대학교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