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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보다! 노래 가사 속 장소 찾아가기

작성일 2017.10.10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면서 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힙합, 발라드, 팝 등 각자가 향유하는 장르도 다양해지고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과 경연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노래는 이미 많은 사람의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혹시 노래 가사 속에 나온 장소들을 궁금해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노래를 듣다 보면 노래 속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이입되어 노래에 더욱 집중하곤 하는데요, 과연 주인공이 이별을 말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가 어디길래 우리는 노래에 한껏 빠지게 되는 것일까요. 오늘은 노래에 나온 지역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윤종신-1월부터 6월까지’의 이촌동


“이촌동 그 길 아직도 지날 때 /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해요.”
- 1월부터 6월까지 中


015B가 원작자이지만 윤종신의 리메이크로 찬바람이 불어올 때쯤이면 항상 들려오는 노래가 된 1월부터 6월까지! 연인의 풋풋했던 첫 만남부터 쓸쓸한 이별 장면까지 시간순으로 말하듯이 쓰인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가사에서는 연인과 이별한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그 부분에서 이촌동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노래의 정서가 후회에서 그리움으로 변하게 됩니다. 헤어진 연인의 추억이 담겨있는 이촌동으로 직접 떠나봤습니다!

추억과 함께 걷는 이 길에 너는 없다



이촌역 3-1번 출구로 나와서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이런 분위기의 골목들과 현대적인 분위기의 공원이나 아파트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사에 등장하는 ‘이촌동 그 길’이 이 골목을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골목입니다.


골목길을 건너 큰길을 따라 나오니 이촌동 지하상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상가는 노래의 분위기와 아주 잘 맞는 공간이었습니다. 크기가 큰 상가는 아니지만 소박하고 차분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 주인공은 옛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화려한 원색의 공간이 아닌 회색이 주가 되어있는 무채색의 공간을 보니 가사의 쓸쓸한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닫혀버린 문처럼 이제는 열리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린 가사 속 화자와 그의 옛 연인. 골목길과 지하상가를 걸으며 함께 나눴던 사랑을 되새김질하는 화자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 이촌동이었습니다.

‘규현-광화문에서’의 광화문


“광화문 가로수 은행잎 물들 때 / 그제야 고갤 들었었나 봐 ”
- 광화문에서 中


‘1월부터 6월까지’에서 옛 연인과 함께한 장소를 추억했던 것처럼 ‘광화문에서’도 사랑을 나눈 장소를 기억하는 목소리를 노래했습니다. 노래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은 광화문에서 연인과 느꼈던 모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길의 커피 향과 손잡고 함께 걷던 거리까지 말이죠. 슬픈 이별 노래의 분위기를 만들어준 광화문,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봤습니다.

여기 광화문에서 아직 기다리고 있어



가사에도 나왔듯이 광화문의 가로수는 대부분 은행나무였습니다. 아직 가을의 초입이라서 가사에서처럼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하나둘 먼저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 은행잎 몇 장이 길가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나무 밑으로 다정히 손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의 모습이 특히 많이 보였던 광화문.


높고 푸른 하늘과 행사로 인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이별 노래의 감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제법 쌀쌀해진 가을바람에 외롭게 날리는 은행잎 몇 장이 유독 눈에 밟히기도 했습니다. 저는 한동안 광화문 이 길을 지날 때 노래 속 가사가 생각나서 어쩌면 슬픈 마음으로 거리를 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딕펑스-안녕 여자친구’의 연남동


“밤새 둘이서 거닐던 / 연남동 골목도 이제는 모두 다 안녕”
- 안녕 여자친구 中


딕펑스의 ‘안녕 여자친구’는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담담하게 풀어냈습니다. 겨울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노래는 여자친구뿐만 아니라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에게 안녕을 말하고 있습니다. 연인 사준 코트, 자신에게 안기던 연인의 작은 어깨, 그리고 밤새 거닐던 연남동 골목길까지도 말입니다. 이별에 대해서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는 가사가 더 큰 슬픔을 느끼게 하는데 그 장소로 직접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제는 모두 다 안녕



연남동은 경의선 숲길을 중심으로 많은 상가와 산책로를 지니고 있는 도심 속 산책코스로 유명합니다. 보기에는 허름해 보이는 골목 구석구석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는 연남동!


골목길 주변으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생활공간이지만 벽화 같은 것들로 골목 자체를 하나의 장소로 만들어 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연인과 함께 있던 이곳과 안녕을 말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연남동 골목.


제가 연남동을 방문한 것은 이른 가을 저물녘이었는데요. 이 골목길을 걸으며 노래 가사 속 상황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늦은 겨울 어두운 밤하늘 아래 이 골목길을 걷고 있는 연인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과 이제는 안녕을 말해야 하는 화자의 심정. 추운 겨울 날씨만큼이나 쓸쓸한 골목의 분위기가 한동안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꾸만 생각날 것 같습니다.

‘Zion T-양화대교’의 양화대교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 양화대교 中


2014년 초가을에 발매되어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꽤 오래 군림했던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모습과 가장의 고된 모습을 양화대교라는 장소를 통해 대중에게 진한 울림을 주었는데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언제 해도 가슴이 시큰한, 그래서 더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자이언티는 그 마음을 어릴 적 아버지에게 자주 들었던 양화대교라는 공간을 통해 풀어놓았습니다. 그의 감성을 제대로 이해해보기 위해 어둠이 깔린 밤에 양화대교를 직접 찾았습니다.

양화대교, 이제는 당신의 손을 잡고 걸을게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에서 그려지는 다리의 모습은 어두워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택시, 자가용 등 퇴근시간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감성을 제대로 경험해보기 위해서 일부러 불빛이 서서히 켜지기 시작하는 늦은 퇴근 시간에 맞춰서 양화대교를 찾았는데요!


수많은 자동차들이 어디론가 분주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모두 가정이 있고 집에서 기다리는 자식들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양화대교의 가사를 생각하며 그 차들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아버지가 생각나서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도 언젠가 양화대교의 야경을 등지고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퇴근하고 계셨겠죠. 앞으로 양화대교를 지날 때면 아버지가 생각날 것 같고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질 것 같네요.

마치며


지금까지 가사 속 지명들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노래에 대해 좀 더 깊게 빠질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의 모티브가 된 장소에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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