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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수능 앞둔 수험생 From. 대학생

작성일 2017.11.06

찬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겨울 냄새가 물씬 풍겨오면 어김없이 수능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우리는 종종 느끼곤 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큰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험생들은 많이 지치기도, 많이 울기도 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수능이라는 시험이 어린 학생들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고 있다. 나 또한 그 모든 과정을 겪어왔기에 지금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많이 힘들었을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 위해 대학생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학생 세 명과 함께 솔직하고 진실한 수능 이야기를 들어보자.

1. 수능을 치고 난 후에 가장 처음으로 느낀 감정


▲ (왼쪽부터)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16학번 김용철, 김욱제, 신재철
▲ (왼쪽부터)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16학번 김용철, 김욱제, 신재철

Q. 일단 세 분 자기소개부터 먼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1살 16학번 김용철(이하 ‘철’)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16학번 22살, 재수해서 들어온 김욱제(이하 ‘욱’)라고 합니다.”
“16학번 23살 신재철(이하 ‘신’)입니다.”

Q. 어느덧 찬 바람이 불고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세 분 모두 수능 시험에서 나온 성적에 따라 학교에 입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들 그때가 어렴풋이 기억이 나실 텐데, 수능을 치고 난 후에 가장 처음으로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가요?

철 : 저는 수능을 치고 나면 엄청 즐겁고 짜릿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즐거움이나 짜릿함보다는 빨리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수시모집에서 전부 떨어지는 바람에 수능에서 정말 좋은 성적을 내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열심히 풀었던 기억이 나요. 그 결과 수능이 끝난 뒤에 거의 탈진하다시피 힘이 빠졌고 그랬기에 더더욱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욱 : 저는 약간 다른데, 전 정말 마냥 신이 났어요. 결과야 어찌 됐든 그간에 제가 힘들었던 나날들을 빨리 보상받고 싶었고, 이제 정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얼른 놀러 가고 싶었어요. 아, 그리고 성취감? 이 길고 길었던 수험생활을 잘 견뎌준 제가 정말 대견했고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해줬던 것 같아요!

신 : 막막했어요. 수능을 망쳤었거든요. 집에 가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2. 서로 각자 다른 길을 선택한 친구들을 보며 든 생각



Q. 수능이 끝나면 이제 각자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게 될 텐데요, 저는 친했던 친구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친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철 : 저 또한 질문자님처럼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3년 동안 슬픈 일, 즐거운 일, 화나는 일 등을 모두 같이 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자신의 전공을 찾아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신기했죠. 항상 같이 있을 줄 알았던 친구들인데 다른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되기도 했고요.

욱 : 음, 저는 마냥 신기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정말 슬펐어요. 누구는 대학생이 될 거고, 또 누구는 바로 사회에 나가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1년 더 공부하고... 그렇게 서로의 바쁜 삶을 살다 보면 서서히 우리가 같이 있었다는 사실이 희미해져 갈까 봐 그게 참 슬펐어요. 결론적으로는 지금도 잘 연락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슬프고 어색했던 감정은 한때고, 오히려 멀리 있으니까 더 애틋해지는 것 같아요.

신 : 저는 3수를 했는데,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저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에 비해서 많이 뒤처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이 선택이 정말 잘한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며 참 씁쓸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3. 수능이 끝나고 가장 먼저 했던 일



Q. 긴 수험기간을 버티는 힘은 수능이 끝나고 있을 자유시간 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요, 수능 끝나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다들 무엇인가요?

욱 : 면허! 면허를 가장 먼저 땄어요. 지금 수험생분들께도 면허를 꼭 따라고 하고 싶어요. 그때가 아니면 시간 내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면허학원에 다니고 남는 시간에는 정말 원 없이 놀았던 것 같아요! 피시방도 거의 매일같이 출석했고, 친구들이랑 하루가 멀다고 놀러 다녔습니다. 인생에서 그렇게 마음 푹 놓고 놀 수 있는 날이 또 올지 모르겠네요!

철 : 저는 제가 선택한 과가 언론정보학과이다 보니 영상이나 카메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입학하기 전에 수학이나 영어가 아닌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미리 접해보고 싶었어요. 그때 했던 영상, 카메라에 대한 공부가 지금 보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시간에 공부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공부였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신 :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에요. 수능이 끝나고 뭔가 장황한 계획이나 멋들어진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그동안 수고했던 나 자신에게 마음껏 먹고, 자고, 놀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이 기사를 보게 되는 수험생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습니다. 정말 수고했으니까 마음껏 푹 쉬어도 괜찮아요!

4. 지금의 내가 보는 그때의 수능



Q. 이제 다들 수능을 치른 지 거의 2년이 지났는데요, 지금에 와서 보는 그때의 수능은 어떤 느낌인가요?

신 : 뻔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정말 별거 아닌 느낌이에요. 물론 그때는 수능이 인생의 전부이고 수능 뒤에 인생은 무조건 수능 결과에 따라 나뉜다고 생각했었죠. 근데 지금 와서 보니까 수능도 그냥 제 19살 시기에 있는 한 부분일 뿐이고 결코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욱 : 비슷한 이야기인데 지나고 보니까 수능도 그냥 시험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겪어왔던, 앞으로 겪게 될 많은 시험 중에 하나. 수능보다 중요한 건 아직도 너무 많고 수능보다 어려운 일들도 한참 많은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수능은 사회에 던져졌을 때 기죽지 말라고 맞는 예방주사 같은 느낌? 수능도 견뎌낸 주제에 뭘 더 못하겠냐! 이런 느낌이랄까요.

철 : 저도 똑같아요. 그냥 지나가는 고통 정도? 그때 시험 못 봐서 느꼈던 상처들도 지금은 흉터 하나 없이 사라졌고 수능 결과랑은 무관하게 지금 아주 잘 살고 있으니까요. 그땐 왜 그렇게 기죽어 있었나 모르겠어요. 결국엔 다 자기 하기 나름인데 말이에요.

5. 수능을 치른, 혹은 치르게 될 수험생들에게 한 마디



Q. 힘들었던 수험생활을 멋지게 견뎌낸 수험생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세요.

철 : 고생했고 수고했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겠지만, 그런데도 다시 말해주고 싶어요. 참 고생 많았고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욱 :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텐데 끝까지 잘 버텨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2018년이 어떤 모습이든 당신은 최고로 빛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신 : 지금은 잘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수능은 정말 별거 아니에요! 좀 더 미래를 길게 보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수고했어요.

6. 마치며


지금까지 대학생들의 솔직한 수능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수능이라는 거대한 산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오른 수험생들! 만약 주위에 수험생인 지인이 있다면 수능 점수라든지 목표 대학을 물어보는 대신에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보다도 치열했던 1년을 보낸 그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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