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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호 부부 배낭여행가를 만나다

작성일201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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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해외여행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지 사실은 30년도 채 안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83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은 금지됐었다. 1983년이 되어서야 50세 이상 주민에 한하여 200만원 이상을 1년간 예치하는 조건으로 1년에 한번 관광 여권이 발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88 올림픽 이후 국민생활 수준이 향상되자 1989년 국민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됐다.

해외여행이 허용되던 당시부터 여행을 즐겨온 부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제1호 부부 배낭여행가인 김현, 조동현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기자는 우연히 대한민국 제1호 부부 배낭여행가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알게 됐다. 부부가 함께 전세계 150여개국을 여행하고, 그 이야기를 엮어 이미 여러 권의 여행 책을 출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인터뷰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여행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시작된 걸까 지금은 또 어떤 ‘멋진 여행’을 꿈꾸며 살고 있을까 이제부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할아버지는 KBS 라디오 PD였다. 워낙 여행에 관심이 많아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여행 관련 동호회에서 활동하셨다고 한다. 그러던 1989년, 본격적으로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할아버지는 부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부부는 앞으로 제2의 인생은 ‘여행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본격적인 해외여행을 위해 할아버지는 94년에 명예퇴직을 한다. 조동현 할머니는 당시 서울여상에서 교감직을 맡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함께 해외여행을 가자고 꼬시는 바람에 결국 99년, 명예퇴직을 하게 됐다고 한다.

 

▲ 부부가 함께 집필한 책을 펼쳐서 소개해주셨다. '대한민국 부부 배낭여행가 1호'가 눈에 띈다.

 

 

배낭을 짊어지고 훌쩍 떠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배낭 여행' 배낭 안에 이런 저런 물품들을 미리 준비해서 넣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즐기는 말로 치환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제1호 부부 배낭여행가인 두분은 직접 배낭을 메고 다니시는 걸까 부부는 “배낭여행이라고 해서 배낭을 꼭 메고 다니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냥 패키지 여행처럼 끌려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하고 경제적으로 여행을 다닌다면 그것이 바로 배낭여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배낭여행을 가서 보통 기차역 근처에 저렴한 별 두 개짜리 호텔에서 묵는다. 비싼 호텔에 묵느라 소요되는 비용을 아껴서 또다른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더 낫다는 부부의 공통된 생각 때문이다.

 

 

 

아무리 경제적인 배낭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해외 150여 개국을 여행하려면 분명히 만만찮은 비용이 소요됐을 것이다. 여행경비는 과연 어떻게 마련된 것일까

 

부부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자, 할아버지는 웃으며 퇴직금의 1/3에 해당하는 비용을 여행을 위해 따로 빼놓아 두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도 학교 선생님을 그만두고 난 후 지급되는 연금을 여행경비에 보탰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평범한 직장인의 퇴직금과, 교사의 연금으로는 해외 150여 개국의 여행경비가 설명이 안됐다. 살짝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이내 부부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엔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인 까닭에 우리 부부의 자비로 시작했지만, 해외여행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여행경비를 조달하기 좀 더 쉬워졌어요." (할아버지)


“대한민국 제1호 부부 여행가라고 하니까 각 나라의 관광청 같은 데서 우리 부부를 초대합니다. 자기네 나라에 와서 여행도 하고 취재도 하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 달라고 요청이 오지요." (할머니)

 

 

 

수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았다.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몇가지를 여쭤보자 부부는 웃으며 알래스카 이야기를 하나 소개했다.

 

"알래스카를 생각하면 물고기를 잡으며 한적하게 생활하는 에스키모들이 떠올랐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알콜중독자로 전락해 피폐한 삶을 사는 에스키모들의 모습을 보고 무척 안타까웠어요." 높은 실업률로 인한 젊은 이들의 의욕상실, 알콜과 마약중독, 도박문제 등이 결합되서 우리가 상상하던 환상적인 알래스카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고 부부는 회상했다.

 

반면 북유럽 여러나라를 방문했을 때는 너무나도 추운 환경을 직접 느끼면서 왜 발레나 자수 같은 실내 활동들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느꼈다고 한다.

 

여행이란 이렇게 한 여행지에 대해 머리 속으로만 그려왔던 생각을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직접 몸으로 겪어보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두 이야기를 설명해주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부부만이 아닌, 단체 여행을 떠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을까 부부 동반 여행 외의 여행도 있기는 있었다고 한다. "실버 세대들과 함께한 여행"이었는데, 유명세가 있다보니 부부는 생각치도 않던 노인분들의 가이드를 하게 됐다. 그러는 바람에 본래 여행 목적과는 다른 다소 뻔한 여행이 되어버려서 힘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두 부부의 여행 스타일은 누군가에 이끌려서 가는 여행이나, 누군가를 이끌고 가는 여행이 아닌 자유롭게 떠나는 '배낭여행'인 것 같았다.

 

▲ 손님이 오면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서 대접하신다고 한다. 인터뷰 중간에 칵테일을 하나 만들어주겠다며 부엌으로 향하시더니 이내 칵테일 한잔을 만드셨다.

 


 

 

부부가 여행을 다니면서 함께 모아 온 자료의 분량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집 방 두개를 터서 일종이 여행 자료실을 만들어 놓았다. 서재 양쪽 벽면을 빽빽이 채운 여행 관련 책자들과 파일, 여행 노트들이 이들 부부가 걸어온 ‘여행길’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곳에 소장되어 있는 자료는 1,600가지의 여행 관련 책자를 비롯해 500권 정도의 자료 파일, 그리고 700권의 여행지 소책자와 120여 개의 여행 노트 등이다. 그 옆에 있는 장식장을 열어보니 여행을 다니며 녹음하고 녹화한 테이프와, 텔레비전에 출연해 여행이야기를 했던 자료들도 보관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자료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도 아니고 각 나라별, 주제별로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어찌나 꼼꼼하게 정리를 해놓았는지 그 세심함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집안 내 수납장에는 각 나라 한 도시에서 하나씩 구입한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200여개에 달하는 기념품들이 마치 이곳을 여행 박물관이라고 착각하게 할 정도이다.

 

단, 이 기념품들을 모을 때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여행지 기념품은 10달러가 넘지 않는 선에서 구입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행지를 '방문했다'라는 의미로 기념품을 사는 것은 좋지만 욕심을 부리게 되는 순간 여행의 목적이 뒤빠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무언가를 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데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부부는 이러한 여행 자료들을 추후에 모두 기증할 생각이라고 한다. 자료들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곳에 간다면 그 것만큼 뿌듯한 일도 없을 거라 말하는 부부의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좀더 젊었을 때에는 오지 같은 곳도 가고 그랬는데, 이제 기력이 떨어지는지 그런 곳은 가기가 힘들어요” 라는 말로 부부는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게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요. 대학생 여러분들도 좀 더 풍성한 인생을 계획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여행을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더구나 우리 부부처럼 여행을 같이 떠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보세요. 동반자와 함께 이렇게 좋은 시간들, 놀라운 경험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배낭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배낭여행 10계명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1. 여행 동반자를 최대한 편안하고 기쁘게 해주도록 노력하라.
2. 여행 기간의 10배에 해당하는 준비 기간을 가져라.
3. 여행 준비는 동반자와 나눠서 하라.
4.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치밀한 일정을 짜라.
5. 경제적 여행을 계획하라.
6. 숙식은 되도록 친구나 친지의 집에서 해결하라.(단 잠자리만 부탁하고 다른 부담은 절대 주지 말라. 그리고 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꼭 보답하라.)
7. 가장 싼 비행기표를 구하라.(최소한 세 회사 이상을 비교해라.)
8. 다양한 교통편을 이용하라.
9. 맛있고 멋있는 음식점에서 한 번은 식사를 하라.
10. 여행의 멋을 연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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