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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된 그의 야간비행 - 손태겸 감독을 만나다

작성일201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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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기자는 손태겸이라는 이름과 세번 마주했다. 처음은 등교하다 보았던 커다란 현수막에서, 두번째는 그의 작품으로, 세번째는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 바로 지금이다. 졸업작품으로 찍은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그 작품이 나이많은 남자에게 몸을 파는 10대 소년의 이야기라는 점 등 여러모로 손태겸은 '파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직접 만난 그의 모습에서는 좀체 파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갈한 말투와 유려한 언어를 가진, 그저 영화를 사랑하고 많이 공부하는 학생의 모습이었다. 아니, 그 점이 더욱 파격이었던가.

 

 

 

정말 웃기고 있네


창작의 대상은 창작자를 닮는다. 대량생산이 아닌 이상 각각의 창작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창작자의 인생을 담고있다. 다소 파격적인 주제의 영화를 찍은 감독에게 당신의 인생은 어떠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특이한 삐죽이였죠."

 

목사님이신 아버지와 크리스천인 어머니, 말잘듣는 누나- 손태겸은 얌전한 집에서 자랐지만 얌전할 수 없었던 아이였다. 삐져나오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자꾸만 삐져나오는 아들이 부모님은 참 걱정이었다. 중학교 땐 영화가 좋다며 줄곧 영화과에 가겠다고 항변()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부모님은 걱정하셨다. 심하게 반대하진 않으셨지만 여느 부모님처럼 '공무원'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권하기도 하셨단다. 머리로야 이해는 되지만 하고싶은걸 하지 말라고 하시는게 어린 태겸은 참 '웃기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이를 든 지금에야 '뭘해먹고 살까'라는 생각은 하죠. 하지만 하고싶은 걸 하게 해주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해보고나서 다른 걸 선택하게 되더라도 말이에요."

 

좀 어려운 생활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영화를 찍겠다는 손감독. 더 늦기전에 하고싶은 걸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그도 '돈'이라는 조건에 언제나 자유롭지는 못했다. 중학교 때 이후로 급격히 기운 가세, 세 주던 주인집에서 하룻밤새 반지하방신세가 됐었다. 때문에 그는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정도가 됐고 남들보다 일찍 '세상은 돈의 논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모든 경험들은 철저히 그의 모든 영화에 반영되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가난, 윤리, 도덕적 잣대와 같은 소재들이 주를 이룬다. 섹슈얼리티나 사회적인 금기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것을 이번 졸업작품인 '야간비행'으로 밀어붙였다.

 

 


비행. 날거나 나쁘거나


손태겸감독은 단편 '야간비행'으로 칸 국제영화제의 학생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3등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10대 소년의 원조교제라는 파격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동성애와 가난, 이 사회의 부조리 등 짧지만 많은 얘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란 원래 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만큼이나 말이 많은 영화도 없을 거다. 영화를 본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진정으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사뭇 궁금해졌다.

 

"이 영화의 시작점은 사실 '몸파는 행위'에요."

 

이 영화엔 가난과 부조리, 퀴어라는 많은 소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왜 이 소년이 밤거리로 나가 몸을 팔아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보자. 10대, 아직 어리고 미숙한 나이에 돈이 필요해서 거리로 나왔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에겐 몸을 파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해서라도 그들의 생활이돌아간다면, 우리는 누구를 탓해야 할까. 


"그게 정말 잘못된거라면 그런 상황은 대체 누가 만든거죠"

 

손감독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용기있게 드러낼줄 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는 이제 어느 누구도 몸을 파는 행위에 대해 잘못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사회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바른길로 가라고 말해줄 수 없다. 만약 누군가 그렇게 해줄 수 있다면 그건 사회전체가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는 어느 곳 하나 병들지 않은 것이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제목인 '야간 비행'에는 두가지의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 일탈을 뜻하는 '비행(非行)'과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뜻의 '비행(飛行)'이다.

 

 

 

'야간 비행'은 21분짜리 단편으로 준비기간에만 3년이 걸렸다. 졸업작으로 제출하기 위해 제작한 작품인데 덜컥 칸에서 수상을 하게 됐다. 배급사를 차린 친구가 경험삼아 친구들의 작품을 여럿 출품했는데 뜻밖의 행운이 닿은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다 같은 내용의 메일이 왔는데 저만 다르더라구요. 이것저것 영화에 대한 질문이 담긴 메일이었죠. 설마 했는데...."

 

새벽 네시에 친구로부터 받은 합격전화가 아직도 그는 생생하다. 덕분에 칸으로 날아간 그는 평소에 존경하던 세계 유명 감독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칸에서의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언론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또한 그 후 있었던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그의 작품을 초청해 내걸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재밌죠. 외국 한번 갔다오니까 감독님 칭호가 붙고 대우도 달라지고."

 

학부때 찍은 여러 작품 중엔 빛을 보지 못한 작품들이 더 많은데 단 한편의 수상으로 대우가 달라지니 한편으론 얼떨떨하단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상황들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유명해졌다는 사실과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쓰다보면 좀 더 솔직하게 작품을 찍어낼 수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자신을 소비하게 내버려두지만 자신의 소신대로 영화를 찍을거라는 그의 말에 참 멋진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야간비행'은 영화 이름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었다. 언덕이 많고 주택이 빼곡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에서 이뤄진 촬영은 내용상 대부분 심야 촬영이었다. 때문에 낮밤이 뒤바뀌는 등 고생이 많았다. 영화 예산을 충당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 200만원으로 촬영을 시작했지만 이도 모자라 친누나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힘든 상황의 촬영 속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었을까

 

"소년역을 맡은 친구가 비전문연기자인데도 참 연기를 잘해줬어요."

 

더불어 캐스팅에 관한 재밌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년은 촬영당시 미성년자였다. 아는 후배의 친구였는데 딱 보자마자 그 이미지가 참 맘에 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계속 영화출연을 제의했고 결국 오랜 밀당()끝에 승낙을 받아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친구가 너무 어리다는 데에 있었다. 고등학생에다 비전문연기자였던 소년은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것. 학원 시간대를 피해 촬영을 해야했던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게다가 소년의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자정이 넘어가기 전 택시를 태워보냈다는, 그야말로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그래도 촬영 후반에는 제법 자신이 연기를 리드했다는 소년에게 손태겸 감독은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영화, 영화, 영화.


영화감독과 만나 영화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앞으로의 비행이 더욱 기대되는 젊은 감독에겐 아직 영화에게서 배울점이 많을 터.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데, 특별히 닮고 싶은 영화감독이 있을까.

 

"데이빗 핀쳐 감독의 작품을 너무 좋아해요. 특히 그분이 2000년대 이후에 찍었던 작품들이요. 조디악과 소셜네트워크. 시간날 때마다 보는 작품이에요. 이런 영화를 찍을 수만 있다면 하고 바라죠."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손감독이 존경하는 또 다른 감독이다. 실제로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감독 역시 다양한 소재를 끌고 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키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남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는 소재에 대하여 용감하게 영화로 만들어내는 점이 특히나 닮고싶다고. 실제로 '야간비행'을 찍을 당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을 수시로 보면서 닮으려고 노력했단다. 그러면서도 내가 어떻게 그분들을 따라갈 수 있겠냐며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덧붙인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영화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영화 공부법은 영화를 찍어보는 거에요."

 

손감독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영화에 대한 공부방법에서도 조금씩 관점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들어 새로이 내린 결론은 '영화를 찍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영화 공부법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영화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들일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이나 홈카메라 등으로 작지만 자신만의 색이 담긴 영화를 찍어보면 좋다고 했다. 영화가 가진 핸디캡은 아무래도 많은 인력과 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이 여의치 않은 초보자는 지금 당장 찍을 수 있는 작은 시나리오와 소품들을 가지고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안아파도 청춘일 수 있지


손감독은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안했던 군대시절을 회상했다. 일하고 남는시간에 마음놓고 영화보던 시간들... 때문인지 제대하고나서 몰려오던 막막함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밖에 나와보니 막상 변한 것은 없었다. 자신에게 힘들었던 상황들은 제대하고나서도 똑같이 힘들었다. 때문에 손감독은 알 수없는 병까지 얻게 됐다.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 다 가보고 종합검진까지 받아봤지만 몸엔 이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게 정신과였다. 알고보니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 정신병을 앓으면서 누구보다 혼란스러웠던 20대를 보낸 손감독.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러나 그는 이 말에 작은 의문을 던진다.

 

"안아파도 청춘일 수 있어요. 중요한건 행동하는 거죠."

 

아프건 안아프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20대를 살고 있는 청춘이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또한 하고싶은 것에 모든 걸 다 쏟을 수 있는 나이 20대. 손감독은 이처럼 소중한 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조금 더 용감해지라고 조언한다.

 

"해볼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청춘이에요. 당장 집 앞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게 많을거에요. 좀 더 질러보세요. 우리는 더 용기를 낼 필요가 있어요."


영화 아카데미에 합격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거라는 손태겸 감독. 올해는 단편 및 중편으로 두편의 영화를 찍을 계획이란다. 그래서 요즘은 시나리오를 만드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모르는 사람들은 벌써 꿈을 이뤘다고 손감독을 부러워하지만 그에겐 아직 갈길이 멀다. 그는 이제 막 날개를 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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