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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바리톤 '황인수' 와 순간의 예술 오페라

작성일201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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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체코 3대 도시인 ‘오스트라바’에서 오페라 ‘라 왈리’를 본 것은 우연이었다. 한국 돈으로 1만원이면 오페라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보게 된 생애 첫 오페라는 낯선 외국인들이 낯선 언어로 극을 이어나가는 멋있지만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난해한 공연이었다. 언어의 장벽으로 정신을 잃을 찰나 수많은 외국인들 사이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한 동양인이 무대에 등장했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중후한 목소리로 대번에 무대를 장악한 베이스바리톤 ‘황인수’의 등장이었다.  

 

 

 

 

▲ 그는 공연시간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해 Antonin Dvorak 국제 성악 콩쿨에서 우승과 특별상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체코 오스트라바 Antonin Dvorak 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 베이스바리톤 ‘황인수’를 만난건 공연시작 6시간 전 이었다. 걱정되지 않는지 묻자 예전에는 공연 전 감기라도 걸릴까 밖에도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며 본인이 더 놀랐다.

사실, 성악을 하시는 분들은 덩치가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키는 크시지만 오히려 몸은 일반인보다 날렵하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음악만 잘하면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음악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기 자신을 단련해야 합니다. 저 역시 음악 뿐만 아니라 운동, 독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가 무대에서 빛나는 이유는 자신이 잘 보이지 않는 무대에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제공 - 황인수

 

 

사전메일을 통해 그가 바리톤에서도 좀 더 낮은 음역인 베이스바리톤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음역이 높은 순서대로 남자의 경우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누게 되는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유명한 성악가들은 높은 음역의 테너로 대표적으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대화 중간 중간 낮게 깔리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이 멋진 목소리가 과연 무대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는지 궁금해졌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베이스바리톤은 남자 파트에서 크게 나누는 바리톤과 베이스 사이의 음역대를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피가로의 결혼” 의 피가로, ‘마술피리‘의 파파게노, ‘사랑의 묘약‘의 둘까마라, ‘카르멘‘의 에스까밀료 등 주로 희극에서 재미있는 역할을 많이 합니다. 특히, 제가 맡았던 ‘사랑의 묘약’ 둘까마라 역은 조용했던 시골마을에 재미있는 약장수가 나타나 마을을 흥미진진한 사건의 중심으로 만들어 버리는 역할인데요. 순진한 마을 사람들에게 약을 파는 모습과 대사가 옛날 한국에서 떠돌며 약을 팔던 약장수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해서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중저음이 재미있는 역할이라니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이미 무대에서 그의 넘쳐나는 끼로 주인공들 사이에서 극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 그는 언제나 공연을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

 

 

외국에서 학업을 하는 이에게 언어는 누구나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요소이다. 그러나 재능이 있다면 언어는 불편하지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답이었다. 실제로 독일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한 그가 독일 드레스덴 구립대학 석사과정에 합격한 것은 그의 노래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독일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해 심사해주는 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 밝게 웃으며 기다렸죠. 다행히 제 노래를 잘 들어주셔서 어학실력을 확인하는 방으로 이동했는데 오랫동안 기다리셨는지 한마디도 이해 못하는 제게 20분 동안 독일어로 이야기를 하시더군요.(웃음)  

 

  

 

 

 

독일어를 배운 후 한 극장 오디션에서 외국인 심사위원이 하는 말이 “인수, 너는 우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항상 웃는 표정이 참 좋다”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지 않는데. 저는 100%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웃으면서 EYE CONTACT 을 하는 것이 보기 좋다면서 분명 일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잘 어울릴거라며 뽑아주시더군요.  

물론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무대 위에서 큰 동선과 작은 표정들까지 사전에 철저하게 약속해야 하는 오페라에서 언어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지만 언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했다.  

 

 

 

 

 

 

오페라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면 왕복 16시간의 긴 기차타기도 마다하지 않는 그에게도 음악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군대를 27살에 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많이 늦은 나이죠. 그 곳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성악을 잘하는 것일까 나는 왜 성악을 하는걸까 고등학생 때부터 해온 성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사실 힙합을 좋아해서 아무도 클럽을 가지 않던 시절부터 클럽도 찾아다니며 랩퍼의 꿈도 키웠었죠. 많은 고민을 하던 중 처음으로 한글자막으로 된 오페라 DVD가 나와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보아온 오페라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TEXT에 맞는 완벽한 표정연기, 무대 위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 무대의 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그는 미얀마 난민촌 어린 이들을 위한 자선독창회를 열었다고 했다. 좋은 취지로 음악회를 여니 대관료와 반주료 등 금전적인 부분이 해결되는 것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후원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각자에게 기대되어지는 세상에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욕심으로 본인이 원하는 그곳까지 가지 못했을 때 절망하고 행복한 현재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을 언제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각자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할 때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기대되어지는 역할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도 도움을 주기도 하구요.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 “세계 어디에 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하는 말이 아닌 마음속에서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충분한 시간을 가지라는 그의 말을 들으며 내가 지금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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