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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승부사, 김혜선 기수

작성일201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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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바야흐로 커플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을 맞아 많은 커플들이 야외로 데이트를 떠난다. 그중 최근에는 서울경마공원을 찾는 커플이 부쩍 늘었다. 공원이 잘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말들이 보여주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베팅을 통한 스릴이 더해지면서 이색데이트 코스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도박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여전히 경마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과 기수에 대해 알게 된다면 경마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26살이란 어린 나이임에도 현재 정상급 활약을 하는 김혜선 기수를 통해 경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과천에 위치한 서울경마공원. 이곳이 그녀의 일터이다.

 

국내에는 서울, 부산, 제주 이렇게 세 군데에 경마장이 있다. 서울은 주말에, 부산은 금요일과 일요일, 제주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경기가 펼쳐진다. 보통 10~15경기가 30분마다 펼쳐지며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는 경기도 화면을 통해 베팅할 수 있다. 베팅 방식은 6가지로 100원에서 10만 원까지 자유롭게 베팅할 수 있다. 기수는 매 경기 출전할 수 있으나, 말은 체력소모가 극심한 많은 만큼 한 경주를 펼치면 보통 4주간의 휴식을 거쳐 다음 경주에 출전한다.

 

 

 

김혜선 기수는 서울경마공원 소속으로 지난 2009년 데뷔해 96승(10.14일 기준)을 기록 중이며, 여자 기수 최초로 100승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이 기록 이외에도 여자 기수 최초로 대상경주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대상경주란 높은 수준의 경주마들로 경주를 편성하여 치르는 타이틀 경주이다. 많은 대상경주가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 여자 기수가 이 경주에서 우승한 적은 없다. “단기적으로는 100승을 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대상경주 타이틀을 한 개쯤은 차지하고 싶어요.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우승할 날도 오겠죠” 그녀는 최초의 여자 기수는 아니지만, 현역 최고의 여자 기수이다.

 

기수란 경주용 말을 타고 경마에 출전하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말을 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일과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말은 새벽에 가장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조교(훈련)가 이뤄진다. 정해진 훈련스케줄에 따라 2~3시간가량 말을 조교 하는 것은 물론, 말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다. 매일 말과 함께 반복되는 이러한 생활은 말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에서야 말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말을 그냥 기계적으로 탔던 것 같아요. 말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 거죠. 하지만 이번에 부상으로 쉬는 동안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최근 그녀는 조교 중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말을 멀리서 바라봤다. “쉬는 동안 TV나 SNS를 통해 말과 관련된 영상들을 봤어요. 말도 가정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처럼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때야 처음 깨달았어요. 너무 당연한 건데 말이죠. 그때 말이 정말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최대한 말과 많이 교감하려고 노력해요.”

 

 

  
▲ 기수는 그녀에게 운명과도 같았다.

 

경마 기수라는 낯선 직업, 그녀는 어떠한 계기로 기수가 되었을까 그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 핸드볼이나 춤, 권투 등 활동적인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키가 문제였다. 150cm인 그녀는 한때 운동선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키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기수가 다가왔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재능이 없는지 노력해도 생각만큼 많이 오르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경마 기수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범대 수시에 합격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단호하게 기수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동물과 운동을 좋아했었고 키가 작아서 유리한 점도 작용했지만 어떤 끌림이 있었어요. 수시를 붙은 상태여서 학교에 안 가도 돼서 준비할 시간도 많았고요.” 모든 것이 운명처럼 들어맞았다. 그렇게 그녀는 기수양성소에 지원해 합격하여 2년간의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여 수석으로 그곳을 졸업했다.

 

이후 정식기수가 된 그녀는 여러 소속조를 옮겨 다니다 지난 2월, 프리 선수를 선언했다. 안정적인 삶에서 벗어나 성적에 의해 수입이 좌우되는 험난한 길을 택한 것이다. 기수는 크게 소속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뉜다. 소속조가 있는 경우, 새벽 조교비 등 안정적인 수입이 있지만, 한 주에 8마리 이상 기승할 수 없어 제한적이다. 하지만 프리는 한 주에 최대 18마리까지 기승할 수 있지만, 성적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된다. “아직 여자 기수에 대한 편견이 많아서 고민이 됐어요. 프리가 되면 기승할 기회가 오히려 적어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일단은 돈보다도 말을 많이 타고 싶어서 프리를 선택했는데, 다행히 프리 이후 성적이 더 좋아졌네요.”

 

▲ 조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기수의 주요 덕목이다.

 

경마는 기수보다 말의 능력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말을 배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 배정은 말의 주인인 마주와 그 말을 위탁 관리하는 조교사가 기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말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좋은 기수를 태우고 싶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래서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프리가 저에게는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여자 기수는 1마리만 우승해도 크게 주목받더라고요. 여자 기수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김혜선이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이미지가 생기니까 좋은 말도 많이 주시고 우승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요.” 그녀는 해맑은 웃음으로 답변을 이어갔지만, 여자 기수로 좋은 이미지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의 시간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여자 기수의 이미지를 본인이 다 짊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커 보였다. “기수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 번 있었어요. 그때 우연히 후배를 만났는데 “선배님 힘드세요” 하고 묻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때 후배가 선배님이 힘들다고 하면 저희는 어떡하느냐고 그러는데 엄청 부끄러웠어요. 제가 그만두면 그게 여자 기수의 한계처럼 보일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후배의 말 한마디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근성 하면 김혜선이 떠오를 만큼 그녀의 악바리 근성은 기수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그렇게 그녀는 어려움을 혹독하게 이겨내며 더욱 강해졌다.

 

 


▲ ‘스페셜윈’이라는 이름을 꼭 기억하자.

 

그녀의 도움을 받아 마방(말이 모여있는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녀는 말과 함께할 때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말과 서슴없이 장난치는 모습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여유가 느껴졌다. 영현대 독자들에게 말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에 그녀는 ‘스페셜윈’을 소개했다. ‘스페셜윈’은 승률 33.3%(3번에 1번꼴로 1등 한다는 뜻) 국산 1군 말로 김혜선 기수가 전담해서 기승하고 있다. “스페셜윈을 만난 건 1군이 돼서였어요.” 경마는 1~6군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으며, 1군이 최상위 등급이다. “1군까지 올라왔으니 능력은 다 드러난 상태였는데, 1군에서는 주춤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큰 기대는 없었는데 제가 이 말로 3번 우승을 차지했어요. 말의 능력이 갑자기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유독 이 말과 잘 맞는다는 그녀는 10.13일 펼쳐진 경기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 그녀의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승 횟수 531회로 전체 2위, 여자 최다승 기수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다.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만큼은 영락없는 20대였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고민만 하지 않고 뭐라도 시도했던 것 같아요. 경험해보고 도전하다 보니까 어떻게든 기회가 오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여자 후배들 보면 제대로 도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워요.”

그래서일까, 그녀의 앞날도 여자 기수 쪽에 맞춰져 있었다. “기수는 대부분 조교사로 많이 이어져요.” 조교사란 경주를 할 수 있도록 경주마를 훈련하고 말을 사육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마필관리사로 경력을 쌓으면 조교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조교사가 아닌 다른 진로를 준비 중이다. “저는 여자 경마교관이 되고 싶어요.” 아직 승마와 다르게 경마는 여자 교관이 없다. “정말 신기하게도 여자 기수 후배들이 저랑 똑같은 고민과 과정을 겪고 있더라고요. 그 어려움을 제가 충분히 알고 있어서 조금만 도와주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바쁜 가운데서도 평생교육원을 통해 공부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학원에도 진학할 예정이다.

 

 

 

 


▲경마공원은 이제 더 이상 아저씨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영현대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는 건 저희도 알아요. 하지만 기수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걸어주는 것보다, 연인이나 가족들이 와서 경마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좋더라고요. 1만 원으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니까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저도 응원 많이 해주세요.”

 


이제는 경마공원을 찾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일을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마의 부정적인 측면을 가린 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포장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베팅이라는 요소가 경마를 도박으로 만들었을 뿐, 말과 기수, 마필관리사와 조교사가 함께 경주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무엇보다 진실하고 정직하다. 경마라는 큰 숲을 보기 이전에 말과 기수와 같은 나무 한 그루에 시선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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