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시집 ‘물길이 닿는 곳’의 작가, 대학생 시인 유두석 씨를 만나다

작성일2018.01.10

이미지 갯수image 7

작성자 : 이정우
▲시집 ‘물길이 닿는 곳’
▲시집 ‘물길이 닿는 곳’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저마다 하나씩의 꿈이 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모든 과목 A+를 한 번 받아봐야겠다’, ‘아침 혼잡한 출근길을 헤치며 출근하고 싶다.’ 같은 당장 실현됐으면 좋을 것 같은 꿈부터 ‘음악을 하며 살고 싶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같이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꿈까지. 여기 대학생이면서 10대부터 가지고 있던 시인이라는 꿈을 이룬 사람이 있다. 대학생 시인 유두석 씨를 만나보자.


시인 유두석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물길이 닿는 곳」의 저자 유두석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시를 쓰시고 시집까지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예전 인터뷰에서 감추려 했던 이야기를 꺼내려 해요. ‘유두석’이라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사실 저는 남들이 가진 행복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거든요. 그래서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말하지 못한 아이였어요. 많은 분이 제가 겪은 불행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저는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는지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가진 상처를 이야기하고 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저를 보통 사람처럼 여기지 않고 무얼 하든지 저를 언제나 측은하게 바라보기만 했어요. 저는 그 모습이 싫어서 더욱 밝게 지내려고 노력을 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오히려 저를 향해 질긴 놈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가진 상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을 본 이후로 사람들에게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계속 불행하기를 바라는 세상 속에서 더더욱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행복해져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탄생한 것이 「물길이 닿는 곳」이에요. 이 시집은 뒤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일종의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그 세계는 저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려주었어요. 우리들은 매 순간을 죽어가며 잊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물길이 닿는 곳」은 기억해야 할 일들도 많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행복한 기억을 통해 매 순간을 견디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저는 「물길이 닿는 곳」에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남겨두고 싶어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Q. 지금도 평상시에 시를 쓰세요?

A. 아니요. 쓰지 않습니다! 「물길이 닿는 곳」은 제가 21살까지 살아오면서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어둠을 1부터 100까지 그대로 보여준 책이에요. 그래서인지 무언가 더 끄적일 힘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때부터 회의감이 커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더 키가 자라지 않는데 날마다 어른이 되기를 보채는 어린아이 같아 보여서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끄적이는 걸 멈춘 건 아니에요. 지금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편지를 하나씩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에게 편지라는 건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와 종이에 꾹꾹 눌러 담는 일이라고 느껴져서 함부로 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부치지 못한 편지’인 게 특징이에요. 음, 돌이켜보면 언젠가 그 편지들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혼자 간직하고 싶어요.


▲ 인터뷰 중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시를 써주는 유두석 시인
▲ 인터뷰 중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시를 써주는 유두석 시인

Q. 시는 주로 어느 곳에서 쓰세요?

A. 돌이켜보면 특정한 장소는 없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많이 다투셨기 때문에 밖에서 노래를 들으며 홀로 지낼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조금 크게 생각해본다면 제 시는 주로 ‘집 밖’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 ‘집’과 ‘밖’은 너무도 다른 공간이기 때문에 집 밖에서 많은 상상을 펼칠 수 있었거든요. 아스팔트 위에 핀 작은 민들레, 서늘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 뭐 이런 것들이 세상을 제 나름의 방식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바깥세상을 느낄 때면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집 밖에서 시를 주로 썼던 것 같아요.


▲ 완성된 그의 시. 글씨체도 감성적이다
▲ 완성된 그의 시. 글씨체도 감성적이다

Q. 시를 쓸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세요?

A. 앞서 언급했듯이 집 밖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게 영감을 받았어요. 그런데 저에게 영향을 크게 미쳤던 건 바로 ‘음악’이에요. 음악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저를 괴롭게 만드는 소리를 막아주는 데 도움을 주었거든요. 가령, 저에게 욕을 하는 소리가 들리면 볼륨을 크게 높여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한 것처럼요. 특히 가사에 집중할 때면 자연스럽게 생각에 잠기는 일이 익숙해지더라고요. 행복을 말하는 노래라면 ‘행복해져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죠. 그래서 저는 집 밖에서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지만, 글을 쓸 수 있도록 감정을 잡아주는 음악을 통해서 영감을 받기도 했어요. 이어폰을 갖고 밖으로 나갈 때면 머릿속에 다채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폰을 챙겨서 문밖을 나서게 됐어요. 무언가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게 이어폰이기도 하고요. 제 귀를 채워주는 맑은 소리가 없으면 불안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만약 저에게 이어폰과 노래가 없었다면 「물길이 닿는 곳」은 발간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집 ‘물길이 닿는 곳’


▲‘물길이 닿는 곳’ 중
▲‘물길이 닿는 곳’ 중

Q. 물길이 닿는 곳은 어떤 책인가요?

A. ‘청춘’에 색을 입히는 책이에요. 어쩌면 ‘물감가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속에 자신만의 꿈을 그릴 수 있는 특별한 물감을 고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책은 수많은 분께서 가지고 있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 믿습니다. 때로는 어두운 곳에서 어두운 것이 빛을 발하기도 하니까요.


Q. 시집을 내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저 같은 경우에는 독립출판을 통해 「물길이 닿는 곳」을 발간했어요. 그러다 보니 꽤 많은 어려움이 따르더라고요. 내용은 끊임없이 돌이켜보면 되니까 상관이 없었지만 디자인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 부분은 독립출판을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많이 공감하실 거로 생각해요. 요즘에는 책을 온라인 출판 플랫폼인 ‘부크크’ 혹은 ‘부크럼’과 같은 사이트에서 쉽게 제작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표지와 속지의 재질 및 디자인을 정하는 등의 섬세함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리고 그 당시의 저는 지금보다 디자인 실력이 좋지 않아서 1년 6개월 정도를 ‘디자인’이라는 부분에 집중했어요. 과장 없이 수수한 아름다움을 가져가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저는 운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몇몇 대학생이 모인 ‘꽃 담요’라는 모임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 작업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마무리까지 할 수 있었어요. 만약 제 인터뷰를 보신 분 중 독립출판을 기획하고 계신다면 ‘꽃 담요' 모임에게 도움을 받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이렇게 내용과 디자인까지 정한 후 저는 ‘부크크’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 후 유통경로를 온라인 대형 서점 등의 외부 유통과 ‘부크크’ 내부 유통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외부 유통을 통해 판매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유통 과정이 2단계를 거치다 보니 인세가 더 적게 들어오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지금 이런 독립출판 과정을 통해 시집을 냈고 판매까지 하고 있습니다!


▲ 직접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시집을 디자인했다는 유두석 시인
▲ 직접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시집을 디자인했다는 유두석 시인


대학생 유두석


Q. 전공하고 시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나요?

A. 저는 지금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연관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고전 시가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며 그 생각이 좀 바뀌었죠. 특히 시조 수업을 들을 때 다양한 감정들을 배울 수 있어서 저에게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그런데 재밌는 건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하하


Q. 장래에 시를 쓰는 것과 관계된 직업을 가지고 싶으세요?

A. 예전에는 희망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억지로 글을 쓰면 탈이 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만 남겨두고 싶습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멋있는 유두석 시인
▲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멋있는 유두석 시인

Q. 시를 쓰면서 이루고 싶은 일은 있으세요?

A. 저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청춘은 ‘열대야’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와 같이 선선해야 하는 밤이 너무 뜨겁게 달궈진 거죠. 그래서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모질게 굴고 있는 거예요.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니까. 그렇게 우리들은 습관처럼 자기 자신을 버리고 행복을 포기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모든 청춘은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응원해준 「물길이 닿는 곳」이라는 세계가 그러한 온도를 낮춰주었으면 해요. 이 시집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내 모습’에 집중하는 책이니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색을 찾고 그 색으로 꿈을 그리며 나만의 물길을 이뤄가는 것이 제가 보고 싶은 일이자 이루고 싶은 일이에요.


Q. 하고 싶은 일을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무엇이든지 꿈을 가진다는 건 정말 멋있는 일이죠. 더불어 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꿈이 나에게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면 그만큼 가치 있는 건 없을 겁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나의 꿈을 그리는 일이 여러분들을 괴롭히고 있나요? 아니면 그 꿈이 너무 거대해서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있나요?

우리들이 길을 잃는 이유는 목적지를 정해두었기 때문이고 우리들이 아파하는 이유는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들은 ‘꿈’ 때문에 아파하고, 또 힘들어할 겁니다. 아름답고 때로는 커다랗게 그려질 꿈이 현실이 되어 우리를 마주하더라도 마냥 행복하지는 않으니까요. 계속해서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들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한 발자국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어느덧 뒤를 돌아보면 그 발자국은 삐뚤빼뚤하더라도 분명히 ‘꿈’을 향해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부디 여러분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작고 거대한 꿈들을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꿈을 꾸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마무리


인터뷰 내내 들려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묻어났다. 이런 진정성이 그가 시를 쓰게 하고 시집까지 내게 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꿈을 꾸는 건 좋은 일이다.’ 유두석 작가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다. 꿈을 꾸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대학생 친구들 모두 그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는 젊으니까 말이다.


영현대기자단15기 이정우 | 한양대학교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