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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명수’ 원주 DB프로미 농구단의 사령탑, 이상범 감독을 만나다

작성일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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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영화 <글로리 로드>(2006)를 아시나요? 영화의 주인공 돈 하스킨스는 만년 하위권인 텍사스 웨스턴 팀의 감독으로 스카웃되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선수들을 영입하려 하지만 훌륭한 선수들은 하위권 팀에 가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주목받지 못하던 식스맨 선수들과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꿋꿋하게 경기를 치러 나가고 결국 리그 우승을 거두게 됩니다.

만화 같은 내용이지만, 한국 농구에도 현실판 <글로리 로드>가 있습니다. 바로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원주 DB 프로미입니다. 시즌 전 모두가 꼴찌 후보로 뽑았고, 실제 시즌 목표 역시 ‘팀 리빌딩’ 이었으나 결과는 대반전이었습니다. 시즌 내내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리그 우승을 거두었죠.

이 영화 같은 스토리의 팀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은 바로 이상범 감독입니다. 그는 한국 농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서, 프로농구 통산 첫 번째 득점자이자 첫 번째 3점 슛 득점자인데요. 이전 팀이었던 안양 KGC 인삼공사 시절 팀의 첫 번째 우승을 이끌었었고, 원주 DB 프로미로 이적한 후 부임 첫해에 DB의 기적 같은 우승을 일구어냈습니다. ‘제갈상범’이라는 수식어가 빛나는 이상범 감독을 영현대 기자단이 만나보았습니다.


농구를 사랑하는, 스포츠인 그리고 리더



Q.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원주 DB프로미 농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이상범입니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해 안양 SBS 스타즈(현 안양 KGC 인삼공사)에 입단해 2013-14 시즌까지 감독직을 맡았었고, 작년부터는 원주 DB 프로미의 감독입니다. 국가대표팀 감독, 코치도 맡았었죠.

Q. 시즌이 끝난 뒤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A. 새로운 용병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미국, 필리핀 등에 출장을 다녀왔고, 새 시즌을 위해 전지 훈련 목적으로 곧 일본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Q. 감독님은 어떻게 처음 농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재밌어서요. (웃음) 초등학교 6학년 때 취미로 농구를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계속하다 보니 선수가 됐고, 이렇게 감독도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직업의 정석’이라고들 해요. 자신이 사랑하는 취미가 곧 직업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직업이 된 순간 재미있지만은 않더라고요, 무척 힘들고 정말 하기 싫을 때도 많았어요. 그래도 농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겨냈죠.


▲ 선수 시절의 이상범 감독과 2011-12시즌 안양 KGC의 우승반지 (사진=이상범 감독 제공)
▲ 선수 시절의 이상범 감독과 2011-12시즌 안양 KGC의 우승반지 (사진=이상범 감독 제공)


냉정한 역전의 명수이자 따뜻한 리빌딩 챔피언


Q. 저번 시즌 감독상을 받으셨는데, ‘따뜻한 리더십’의 대명사가 된 비결이 무엇인가요?

A. 제가 2년 반을 쉬었는데, (그는 2014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직에서 사퇴하고 일본에서 대학교 선수들을 지도했다.) 쉬는 동안 평소 지도했던 선수들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많이 가르치게 되었어요. 이전까지는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프로팀 선수들만 지도했는데, 대학 선수들이나 고등학교 선수들부터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 없는 정도의 사람들까지도 만나고 가르쳐보게 된 거죠.

이전까지는 이미 잘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했으니, 아무래도 기량이 조금 낮은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방법을 잘 몰랐었죠. 그런데 일본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강의를 하고, 지도하다 보니 그런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법,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하는 선수들과 조금 부족한 선수들을 모두 아우르고, 부족한 선수들을 북돋아 이끌어준 것이 ‘따뜻하다’는 평을 받았던 것 같네요.


▲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이상범 감독 (사진= 원주 DB프로미 공식 홈페이지)
▲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이상범 감독 (사진= 원주 DB프로미 공식 홈페이지)


Q. ‘꼴찌 후보’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엇인가요?


A. 패배의식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없애고 자신감을 북돋아 준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DB 선수 중엔 대부분 타 팀에서 엔트리에 들지 못했거나 신인이라 기회가 없었던 선수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당당하기보다는 숨으려는 게 많이 보였어요. ‘난 못해, 난 안 될거야’, ‘네가 해’ 식으로 말이죠.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중시했던 부분이 바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고, 자신을 믿게 하는 것이었어요. 패배의식을 떨쳐내고 스스로를 믿으면 자연스레 열심히 하고,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선수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못 하거나 실수하더라도 화내고 질타하기보다는 박수 쳐주고 칭찬해주려고 했죠. 그런 친구들을 보면 일본에서 지도하던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타지에까지 와서 ‘왜 이러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한심하고 답답했죠. 이때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선수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감을 주려고 했어요.

Q. 팀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두 가지예요. 하나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 둘째는 ‘하나의 팀’ 이라는 거예요. ‘All for one, One for All.’ 이라는 구호처럼, 한 팀이니까 서로를 믿고 서로를 위해야 해요. 남 탓하지 말고 남 핑계 대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죠. 어쨌든 ‘한 팀’이잖아요.


Q. 선수들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선수들이 항상 자신감을 가지길 바라서 잘못을 하거나 해도 너무 심하게 지적하지 않고 잘 넘어가 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숨어다니고 피하기만 하던 선수들이 좋은 경기, 좋은 플레이를 몇 번 하다 보면 ‘어, 우리도 할 수 있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감을 갖게 돼요.

그런데 어느 날은 너무 어이없는 미스 플레이가 나와서 저도 모르게 화를 벌컥 냈더니, 그 이후로 선수들이 저만 보면 슬금슬금 멀리 피해서 돌아가는 거예요. 제가 코트에 서 있는데, 제 앞으로 지나가지 않고 멀리 돌아가더라고요. (웃음) 그걸 보고 다시금 ‘질타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했습니다.


▲정규리그 우승 이후 헹가레 세레머니를 하는 이상범 감독 (사진= 원주 DB프로미 공식 홈페이지)
▲정규리그 우승 이후 헹가레 세레머니를 하는 이상범 감독 (사진= 원주 DB프로미 공식 홈페이지)


우리의 시즌은 계속된다


Q. 원주 DB, 그리고 감독님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나요?

A. 밝고 쾌활한 팀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 어떤 팀보다 다이나믹하고 활발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경기에 지면 분위기가 좀 칙칙할 수는 있겠지만 (웃음) 승패에 상관없이 항상 활기찬 팀이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저번 시즌 하나의 팀으로 좋은 결과를 이뤄낸 만큼, 이 분위기와 기억을 다음 시즌, 또 그 이후의 시즌까지도 계속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경기 중 멋진 덩크를 성공하는 원주 DB 프로미 로드 벤슨 선수 (사진= 원주 DB프로미 공식 홈페이지)
▲경기 중 멋진 덩크를 성공하는 원주 DB 프로미 로드 벤슨 선수 (사진= 원주 DB프로미 공식 홈페이지)

Q. 원주 DB에도 20대 선수들이 많고 현재 20대인 자녀분도 계시다고 들었는데, 도전하는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도전하다 보면 성공도, 실패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항상 과정을 뒤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성공을 거두었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성공했을까’ 생각해보고 실패했을 때도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냉정하게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물론 자기 자신을 너무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과가 좋건 안 좋건 간에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거나 남 탓을 해서 자기만의 위안으로 삼기보다는 자신을 적당히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핑계나 남 탓만 하다 보면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후퇴하기 쉽거든요.


원주 DB의 진짜 키플레이어


지금까지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고 화려한 성공을 거둔 원주 DB의 사령탑 이상범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선수들’ 이라는 호칭을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을 ‘아이들’ 이라고 불렀죠. 그의 별명이 왜 ‘덕장’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농구를 사랑하는 따뜻한 농구인, 이상범 감독의 앞에 내내 꽃길이 펼쳐져 있기를, 영현대 기자단이 응원합니다!


영현대기자단16기 이환희 | 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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