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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선물합니다, <Walking Studio> 이정현 사진작가를 만나다

작성일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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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여권, 카메라 1대, 4년 된 노트북, 옷 3벌, 바지 2벌, 속옷 4벌, 73,432원”

긴 여행의 첫발을 디뎠을 때, 이정현 작가가 가진 전부였습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그렇게 출발한 이정현 작가는 사진을 찍고 행복을 나누며 654일간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여행 중 얻은 후원금은 1,500만 원에 달했고, 유럽에서는 혼자만의 힘으로 8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냈으며, 아프리카에서 사진 나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무렵에는 120만 원 가량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그가 왜 이런 여행을 해야만 했는지, 여행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못합니다.



1년 9개월간의 긴 여행에서 돌아와 경기도 화성에서 사진을 찍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는 Walking Studio 이정현 작가를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스물아홉, 꿈을 시험하기 위해 떠나다


20대 초반부터 영어 강사로 적지 않은 수익을 얻었던 이정현 작가는 27살 조금은 늦은 나이에 입대하여 29살, 이십대의 마지막에 군 생활을 마쳤습니다.

“전역을 하고 강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제가 영어강사를 시작했던 계기도, 사람들이 직업을 택하는 이유도 대부분 돈이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돈보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보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 일을 하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요. ”

이정현 작가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을 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군 생활 동안 사진을 찍고 선물하며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돈이 없더라도, 넉넉한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사진을 찍어주며 나눴던 행복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다면, 그런 생활을 지속하며 행복할 수 있다면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자 그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은 제가 돈보다 사진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시험이었어요. 꼭 사진이 아니더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대한 실마리라도 발견하기 위한 시험이요. 홀로 낯선 땅에서 빈손으로 마주할 절망적인 상황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죠.” 이정현 작가는 터무니없는 여행자금보다 더 터무니없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웠습니다.

1.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여행을 한다. 1년간은 절대로 수익을 내지 않는다.
2. 자발적 타인의 후원은 감사히 받는다.
3. 1년간 이 약속을 지켜내면 평생 사진을 찍으며 살겠다.


여행, 태도를 배우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무렵에는 카메라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이해정도만 있었어요. 그때 찍은 사진을 지금 보면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죠. 포토샵도 다룰 줄 몰라 여행 중에 혼자 유튜브를 보며 익혔어요. ”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것도 아닌 그가 어떻게 카메라만으로 오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이정현 작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습니다. 이정현 작가는 가난한 여행자였지만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받기보다, 먼저 사진으로 행복을 선물해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행 초기에 캄보디아에 사는 한국인 가이드 댁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그분께서 투어를 맡은 그룹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한 장당 1달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하지만 그냥 무료로 사진을 찍고 선물해 드리겠다고 했어요. 돈 생각에 망설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와의 약속도 있고, 결과에 상관없이 사진을 통해 행복을 선물하겠다는 진심에만 집중하고 싶었기에 무료로 찍겠다고 말했죠.”

그런 진심이 전해졌는지, 투어가 끝나고 여행객들은 이정현 작가에게 큰 후원금을 선물했습니다. 사진에 대한 보수가 아닌 고마운 마음에 드리는 여행 후원금이라는 따뜻한 배려의 말과 함께.



“제가 보수로 돈을 받았다면, 설령 조금 더 많은 금액을 받았더라도 이처럼 기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 여겼겠죠. 하지만 저의 진심에 대한 상대의 진심 어린 보답으로 무언가를 받는 일은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행복임을 알게 됐어요. 제가 그들의 삶을 아름답게 해주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제가 받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타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여행동안 그의 몸과 마음속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진심은 어떻게든 통하는 걸까, 이후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이정현 작가는 단 한 번도 여행자금이 바닥난 적 없이 여행했습니다. 돈이 떨어질 때쯤 되면 기적처럼 누군가 후원을 해주었다고 이정현 작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수익을 받지 않겠다고 다짐한 1년이라는 기간을 다 채웠을 때, 유럽에 있던 그는 어엿한 사진작가가 되어있었습니다. SNS를 통해 이정현 작가의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사진 나눔을 계획하는 그에게 많은 후원을 해왔고, 유럽을 여행 중인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정식 스냅 촬영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다시, 현실로


“평생 여행만 하며 살 수는 없잖아요. 평생 돈 안 받고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요. 결국은 현실로 돌아와야 하죠. 살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보다는 ‘세상에서 어떤 존재로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에서 돌아온 이정현 작가는 여행 사진전 <ESSE, NON VIDERI>를 열었습니다. ESSE는 본질 혹은 태도라는 의미로, 여행 동안 작가가 끝없이 고민한 삶의 본질과 태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정현 작가는 여행 사진전 <ESSE, NON VIDERI>를 열었습니다. ESSE는 본질 혹은 태도라는 의미로, 여행 동안 작가가 끝없이 고민한 삶의 본질과 태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정현 작가가 마주한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정현 작가에게 더 이상 남에게 보이기 위한 연봉이나, 학벌, 그럴듯한 직장과 같은 상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행을 얼마나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오래하고 더 많은 국가를 다녀왔는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정현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하는가’입니다. 영어를 가르치든, 사진을 찍든, 무엇을 하든 ‘남들이 어떻게 볼까’가 아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으며, 타인에게 어떤 사림이 되기 위해 그 행동을 할까’를 스스로에게 먼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이정현 작가는 말합니다.

“지금은 사진을 찍고 사진 수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간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무엇을 하든 ‘내가 관심 있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으로 남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이 두 가지만 충족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목적이 분명하고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믿어요.”



사진작가로서, 인간으로서 꿈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냥 사진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어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저로 인해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진을 통해서든, 그 무엇을 통해서든.” 라고 이정현 작가는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행복하게 해주려는 생각. 그가 말하는 모든 생각의 중심을 잡아주는 무게추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정답은 없습니다. 무엇을 하고 살지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이정현 작가의 말이 좋은 조언이 될 수는 있지만, 모두가 그대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여행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배웠어요. 하지만 여행만이 그것을 배우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사업에서, 스포츠에서, 혹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서 배우기도 하겠죠. 삶을 살아가는 데 다양한 방식이 있듯이, 그것을 배우는 길도 다양해요. 여행은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권하지는 않아요. 다만 두려움에 여행을 망설이는 분들께는 일단 떠나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열심히 살고있는 20대들에게 이정현 작가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여행을 준비한다면, 그리고 여행을 하는 중이라면 ‘내가 왜 그곳에 가고 싶지? 내가 왜 한 달간 한 도시에서 살고 싶었지? 나는 왜 자연에 압도되는 것을 좋아했지?’ 라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봤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서 멋진 사진만을 보고 원했던 것이지, 직접 겪어보고 나면 사실 본인이 좋아하는 건 그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영어공부를 하고, 대외활동을 하고,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모든 순간에, 왜? 라는 질문을 조금 더 하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의 삶을 결정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지위가 아니라 태도니까요.”



사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도, 진로를 고민하는 이유도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 질문에 이정현 작가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합니다. “행복하죠. 행복하다는 말이 힘들지 않다는 말은 아니에요. 정신없이 촬영하고 보정하고, 수업하고 틈틈이 글도 쓰고 있죠. 그래도 행복하다는 건 힘듦을 이겨낼 만큼 지금 하는 일이 좋다는 뜻이에요. 영어 강사로 일할 때보다 수입이 절반이 됐지만요. (웃음).”



20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인생의 자양분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SNS에 올릴 인생 샷 몇 장과 재미있는 에피소드 몇 개만 남기고 돌아오곤 합니다. 사람들은 어째서 여행을 떠나는 걸까?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해봤다면, 혹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정현 작가의 이야기가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현대기자단17기 조영주 |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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