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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pick-up] 사유의 즐거움 514호

작성일201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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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사유의 즐거움

 

멜랑콜리 미학


김동규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8000원

 


Book mark 
사랑의 내부에는 이미 이별이, 죽음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진솔한 사랑의 노래는 구슬플 수밖에 없고, 멜랑콜리할 수밖에 없다. 그 구슬픈 가락을 통해 노래는
사랑과 죽음을, 그리고 양자의 친근성을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사랑에서 태어난 노래는 동시에 죽음을 부른다.
(p. 302)

 


제목이 ‘멜랑콜리 미학’인 데다 부제가 ‘사랑과 죽음 그리고 예술’이다.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묵직하다. 신간을 건네는 담당 기자님에게 물었다. “데리다,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이런 사람들 등장하는 어려운 책 아니에요”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닐 거예요.” 담당 기자님은 이렇게 말했으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철학자들의 이름이 친구처럼 자주 거론되는 책들을 무서운() 책으로 분류한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흥미롭게 전달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므로.  

 

    

철학의 눈으로 ‘글루미 선데이’ 읽기
그렇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철학자뿐만 아니라 미학자, 사상가, 작가, 시인들까지 고루 등장해 주신다. 그러나 곤혹스럽지만은 않았다. 영화‘글루미 선데이’를 매개로 여러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숱한 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들었다는 음악 ‘글루미 선데이’, 내용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음악의 선율이 먼저 떠오른다. 한 여자와 두 남자가 나란히 누워 있던 장면, 마지막 반전도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 한 편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사랑, 질투, 배신, 죽음, 아름다움, 슬픔…. 시인 정현종은 ‘견딜 수 없네’라는 제목의 시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네 눈의 깊이는 네가 바라보는 것들의 깊이이다. / 네가 바라보는 것들의 깊이 없이 너의 깊이가 있느냐.” ‘멜랑콜리 미학’의 저자는 거꾸로 말한다. “눈의 깊이가 사물의 깊이를 드러낸다.” 이 책은 영화 비평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키는 생각들, ‘사랑과 죽음’에 대한 단상들을 풀어내며 그 과정에서 예술과 철학의 의미를 짚어보고 있다.  

 

 


사랑과 죽음, 그리고 멜랑콜리
플라톤에 의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지 않기 위해서’ 찾아낸 유일한 길이 바로 ‘사랑’이다. 하나의 개체는 죽을 수밖에 없지만 타자와의 합일을 통해 자식을 낳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육체적 사랑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영혼의 사랑으로 탄생한 예술 작품도 인간의 유한한 삶을 넘어선다. 저자는 제1부 ‘사랑의 면류관’에서 예술과 사랑의 본질적인 관계를 살펴보고, 나르시시즘이 밑바탕에 깔린 사랑의 한계를 밝히고 있다. 제2부 ‘죽음의 흔적들’에서는 삶 곳곳에 침투해 있는 죽음의 자국을 들여다보고, 서양인들이 자유와 죽음을 어떻게 연결 짓고 있는지 조망한다. 마지막으로 제3부 ‘멜랑콜리의 노래’에서는 멜랑콜리를 비롯한 서구 미학의 주요 개념 몇 가지를 다룬다.

 

 


대학에서 예술철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예술에 관한 생각을 삶의 큰 문맥 속에서 정리하지 못한 채 강의를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멜랑콜리 미학’은 그러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현학적인 대상이 아닌 사랑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경험을 통해 예술과 철학 읽기. “인간은 사랑과 죽음을 경험할 때에야 비로소 예술과 철학이 눈에 들어온다.”  “예술은 낯선 타자와의 사랑의 만남, 그리고 타자와의 이별의 경험(죽음)을 고스란히 간직하여 어떤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일을 뜻한다. 그리고 철학은 그런 예술을 사유하고 기억하며 새로운 예술을 준비하는 활동이다.” 사랑과 죽음, 예술 사이의 내밀한 연관성을 자유로운 형식에 담아내고 있는 이 책에서 어느 하나의 개념만 따로 떼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책장을 넘기며, 사유의 향연을 만끽해 보자. 내면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음껏 확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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