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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뜨거운 붉은 악마가 추억의 우정장과 닮은 점은?

작성일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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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얼마 전 걸그룹 에프엑스(f(x))의 설리의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이 공개되어 화제였다.

설리는 “나도 내가 예쁘지만 사람들이 왜 나를 예뻐하는지 모르겠다. 진짜 내가 예쁘나” 와 같이

일기장을 통해 초등학생다운 깜찍한 면모를 보여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자아냈다.

 

 ▲ 걸그룹 에프엑스(f(x))의 설리의 일기

 

설리의 일기를 보자마자 필자도 초등학생 시절 일기를 찾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여년 전의 일기장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란 기대는 무리였고

대신 당시 유행했던 ‘코딱지’ 라는 캐릭터가 그려진 노트 하나를 발견했다.

펼쳐보자마자 웃음이 터지게 한 이 노트는 바로 ‘우정장’ 이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여학생들 사이에서 대유행했던 우정장은

친한 친구와 노트에 비밀 이야기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우정 과시용 증표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 우정장

 

10년이 지난 지금 마치 제3자인 마냥 우정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살펴보니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지낸 것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취재차 방문한 현대 팬파크에서의 한국-아르헨티나 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역동성을 느낀 적이 있었다.

당일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패하였지만

한국 축구의 변화된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값진 경기였다.

필자는 숨 쉴 틈도 없이 현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를 경기 시작 전부터 종료까지 지켜보았다.

붉은 악마와 함께 한 후 우정장을 보면서 느껴지는 이 오묘함은 뭘까.

쉽게 와 닿지 않는 붉은 악마와 우정장과의 닮은 점.

어떤 점에서 일까

 

 

 

■ 직접 대화할 수 없는 상대와 소통의 장 되어

 

‘붉은 악마’ 는 개인에게 쓰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모이고 모여 집단을 이뤄 막강한 응원력을 보여줄 때 더 적절한 용어이다.

선수에게 개인적으로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각 개인은 붉은 악마가 되어 응원함으로써

보다 쉽게 선수들에게 승리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선수는 붉은 악마의 응원을 받고 더 빠르고 강하게 뛸 수 있는 원동력을 얻으며

승리에 대한 더 커진 책임감 또한 느낀다.

경기에서 활약하는 모습으로 선수는 붉은 악마에게 답을 주고 붉은 악마는 다시 여기에 응답한다.

 

 ▲ 경기에 집중하는 붉은 악마

 

우정장이 친구와의 소통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인 10여년 전엔 핸드폰을 소지한 초등학생은 거의 없었으며

지금의 네이트온 같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메신저도 딱히 없었다.

이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위해선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채워지지 않는 2%가 존재했으며

그 2%는 나와 친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렇듯 친한 친구와의 해소하지 못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고민 끝에 탄생한 결정체가 바로 우정장이다.

우정장은 직접 대화할 때 미처 말하지 못해 답답했던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그들만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구덩이’ 였던 것이다.

 

 

 

■ 즉각적으로 여과없이 반응하는 단순함 보이기도

 

붉은 악마와 우정장 모두 소통의 장으로써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소 다혈질이라는 점도 꼭 닮았다.

응원 현장에서 보면 붉은 악마는 골로 연결될 절호의 찬스가 되기 전

발에 공이 닿기만 해도 환호하는 열정을 보인다.

집단으로 모이면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흥겨우며

이는 분명 붉은 악마가 응원단으로써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즉각적 반응이 항상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박주영 선수의 자책골로 아르헨티나에게 한 점을 내주었을 때도

붉은 악마는 현장에서는 물론 인터넷으로도 자신들의 탁월한 신속성을 보여주었다.

몇 분전까지만 해도 다함께 가위손을 하고 ‘대한민국’ 을 외쳤던 붉은 악마는

아쉬움을 넘어선 분노를 표현하는 언행까지 보였다.

박주영 선수의 미니홈피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담긴 악플이 난무하였다.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에게 3번째 골을 허용한 이후부터는

경기 종료가 꽤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는 붉은 악마가 속출하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한국의 승리 일 뿐

선수들이 피땀 흘려 경기하는 과정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었다.

 

 ▲ 경기 도중 자리를 떠나는 몇몇 붉은 악마

 

우정장 또한 함께 쓰는 친구와 우정장에 대한 비밀 보장을 약속하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 대해 숙고하려는 태도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남학우와 친하게 지내는 여학우가 있다거나, 담임선생님 혹은 부모님께 꾸중을 들으면

상황 배경을 고려하는 것 전혀 없이 다듬어 지지 않은 감정 그대로를 우정장에 표출하였다.

당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감정에 북받친 상대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피드백은

그저 그 감정에 동조해주는 것뿐이었다.

 

 

 

■ 깔끔하지 못한 끝마무리가 아쉬워

 

우정장을 처음부터 쭉 읽는데 끝으로 가면 갈수록 구멍이 숭숭 뚫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한을 지키지 않아서 쓴 반성문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도 별다른 내용 없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렇게 희미한 끈을 이어가던 우정장은 어떠한 맺음도 없이 끊겨있었다.

필자 기억엔 서로 다른 중학교를 배정 받아 이전처럼 잘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붐이 일었을 때 하루에 몇 장씩 열심히 쓰다가

붐과 함께 희미해져 버린 우정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며 추억마저 희미해져 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현대 팬파크에서 지켜본 붉은 악마도 응원 열정을 딱 응원할 때까지만 쏟고

뒷정리엔 무심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리스 전에서는

종료 직후 승리를 확신한 붉은 악마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봉투를 들고 청소에 임했다는 것이다.

당시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붉은 악마의 모습을 본 미국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러한 문화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였다.

경기 결과에 따라 휙 돌아서버리는 갈대 같은 붉은 악마의 모습은

문화를 100% 즐기기엔 아직 미숙한 우리나라 응원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 아르헨티나 전 종료 후 붉은 악마가 떠난 자리

 

 

 

■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선진 응원단의 모습 보여줘야

 

이번 월드컵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수많은 경기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을 기다리고 있으며

바늘 가는데 실 가듯 붉은 악마도 항상 함께 할 것이다.

붉은 악마가 공식 응원단으로써 널리 알려진 2002년 월드컵 당시 뜨거운 응원 열기 뿐만 아니라

쥐도 새도 모르게 다녀간 듯한 말끔한 뒷정리로 붉은 악마는 세계 언론의 주목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이번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문화 의식면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붉은 악마

 

세계가 붉은 악마를 주목했던 이유는

크고 우렁찬 응원 소리와 빨간 색으로 무장한 모습이 독특하기도 했으나

이제 이런 모습은 웬만한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그들이 붉은 악마를 주목한 진짜 이유는

‘저렇게 똘똘 뭉치는 응원단에겐 무언가 특별한 문화가 있을 것’ 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목청껏 함성을 지르는 붉은 악마도 고생이지만

이에 비할 수 없이 그라운드에서 심적 육체적으로 애쓰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있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싸운 선수들을 격려·응원하고

경기가 끝난 후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자리는 내가 치우는 붉은 악마의 변화된 모습

그 어떤 승리보다도 값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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