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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한복판에서 천하무적 헌혈아줌마를 만나다

작성일20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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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여기는 대학 문화의 메카 신촌.

수많은 대학생들이 한바탕 즐기고 간 주말이 지난 월요일마저 신촌 거리는 북적인다.

잠잠할 날이 없는 신촌 거리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행인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계속해서 말하는 중년 여성을 마주치게 되었다.

 

“헌혈하세요, 피가 많이 부족합니다. 헌혈하고 가세요~”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헌혈을 청하는 이른바 ‘헌혈아줌마’였다.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모든 헌혈의집 건물 앞에서 볼 수 있는 헌혈아줌마는

누구든지 한 번 마주쳐도 기억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목청껏 헌혈을 외치는 헌혈아줌마

 

헌혈아줌마가 있는 거리를 매일 지나는 성낙천(연세대 도시공학 3학년)씨는 헌혈아줌마에 대해

“정말 무서워요. 다른 길로 돌아갈 수도 없고 가끔 난감할 때도 있어요.”하고

헌혈아줌마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헌혈아줌마와 마주쳐본 경험이 있는 많은 대학생들이

때로는 집요하게 헌혈을 권하는 헌혈아줌마에 대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입장을 바꿔서 헌혈아줌마는 헌혈의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신촌연대앞 헌혈의집 건물 앞을 지나는 행인의 십중팔구가 대학생이므로

이곳 헌혈아줌마는 하루에도 수백명이 넘는 대학생을 만난다.

신촌 한복판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헌혈아줌마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신촌연대앞 헌혈의집 헌혈아줌마 강금순(57)씨를 찾은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 신촌연대앞 헌혈의집 헌혈아줌마 강금순씨

                    (헌혈아줌마 30분 체험 대가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헌혈아줌마는 ‘반(半) 봉사자’라 생각

 

강금순씨는 16년 이상의 헌혈아줌마 경력을 가진 베테랑 헌혈아줌마다.

일주일의 2-3일을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헌혈아줌마로 일하는 강금순씨는

헌혈아줌마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대학생이 많다는 말에

반(半) 봉사자’라는 말로 헌혈아줌마를 표현했다.

 

“일당 같은 급여를 받고 하는 일이 아니에요.

헌혈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고 이를 알리기 위해 순수한 봉사 정신을 갖고 하는 거지.

다만 교통비와 식비는 지급되기 때문에 100% 완전한 봉사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반(半) 봉사자라고 할 수 있으려나”

 

강금순씨는 헌혈아줌마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이 헌혈하게 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다고 했다.

만약 어떠한 의무감에 의한 봉사였다면 강금순씨가 16년이라는 긴 세월을

헌혈아줌마로 꿋꿋하게 버텨온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본인이 진심으로 원하고 또 이룩하고픈 일이기에

고된 상황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헌혈을 권하는 강금순씨

 

대학생의 헌혈 실태에 묻자 강금순씨는 풍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헌혈하는 대학생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하면서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요즘 대학생들의 태도에 있다며 화제의 방향을 돌렸다.

 

 

욕하고 째려보는 학생도 있어… 변해가는 대학생 모습에 안타까워

 

“헌혈하라고 하면 그냥 지나치는 학생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학생은 팔을 홱 뿌리치며 째려보기도 하고 심지어 욕하는 학생도 종종 있어요.

낮부터 술을 마시고 얼굴이 벌게져서 술 냄새를 풍기며 짜증내는 학생도 있고요.

문제는 이런 학생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태도가 지나치게 불손한 학생을 만났을 땐

‘이 나이에 이렇게 어린 학생들한테 뭐하고 있는 건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는 강금순씨.

그녀는 여러 대학가에서 오랜 세월을 헌혈아줌마로 일해온 만큼

갈수록 안하무인의 태도로 변해가는 대학생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강금순씨에게 무언가를 전한 뒤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헌혈 홍보 판넬을 들고 ‘헌혈하세요’를 외치는 한 남학생을 발견했다.

그는 방학동안 신촌연대앞 헌혈의집에서 봉사하는 대학생 서준호(연세대 의학과 4학년)씨였다.

 

                    ▲ 헌혈의집에서 봉사 중인 서준호씨 

 

그에게 헌혈의집 앞을 지나는 수많은 대학생 중 한명이었을 때와

헌혈을 권하는 봉사자가 되었을 때의 기분에 대해 물었다.

 

“저도 이전에 헌혈아줌마를 마주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땐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었죠.

지금 헌혈아줌마가 하는 일을 똑같이 하면서

제 권유에 헌혈을 하러 들어가는 사람 한명 한명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16년 경력의 강금순씨보다 익숙지 않은 사람들의 태도에 고생일 것 같다는 말에

서준호씨는 오히려 날씨만 좋다면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 일이라 하여 의외였다.

강금순씨와 서준호씨의 ‘힘들다’를 느끼는 정도 차이도 있겠지만,

‘헌혈아줌마 일의 고충’에 대한 둘의 견해는 분명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강금순씨는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해가는 대학생들의 불손한 태도로 인한 고단함을 토로했지만

서준호씨는 이에 대해서 크게 문제 느끼지 못했다.

왜 일까

 

 

시각의 차이는 세대 차이가 주된 원인

 

먼저, 두 사람의 봉사 기간이 다르다는 데서 차이는 시작된다.

강금순씨의 경우 16년 전의 대학생부터 오늘날의 대학생까지

각 시대 대학생의 변천사를 쭉 지켜봐왔다 할 수 있다.

현대 사회로 올수록 젊은이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과거 대학생의 태도를 ‘대학생이 지녀야할 자세’로 기준 삼은 강금순씨에게

오늘날 대학생의 모습은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버거운 것이다.

이는 세대 차이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반면 서준호씨의 경우 대학생의 신분으로서 방학을 이용해 단기간 봉사하는 것이다.

봉사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유독 불손한 대학생과 마주칠 확률도 적으며,

더 중요한 요인은 서준호씨 자신이 바로 대학생이라는데 있다.

대학생의 눈엔 사실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헌혈하라는 청을

거절하거나 무시하고 가는 것이 보다 흔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직접 헌혈아줌마 활동을 할때 행인에게 거절당해도

약간의 민망함은 느낄 수 있지만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찰나에 자신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과 같아

 

지금까지 강금순씨가 상대한 수천명의 대학생 중

태도가 거칠었던 대학생이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본다면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변명할 것이다.

 

“그땐 너무 바쁜데 헌혈아줌마가 귀찮게 해서 그랬지만 평소엔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있는가

이는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같이 그저 실소를 자아내는 변명일 뿐이다.

단순히 헌혈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헌혈아줌마에게 주저 없이 짜증내는 당신의 모습은 생각 없이 걷다가 헌혈아줌마에게 잡힌 순간

어떻게 행동할지 의사 결정해야 하는 그 찰나에 나오는 ‘진짜 당신의 모습’이라 할 수도 있다.

헌혈아줌마와 나와의 관계가 일상적인 관계가 아닐지라도

인간 대 인간이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생 신분을 가진 한명으로서,

지금도 신촌 한복판 뙤약볕 아래 마네킹 같은 행인들 사이에서

고요 속의 외침을 하고 있을 강금순씨의 우려가 뼛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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