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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검은손 ‘지하철 성추행’ -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작성일201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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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유유히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몇 초 뒤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통학을 위해 매일 2호선을 이용하는 여대생 L양은 당시 상황을 생각하며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총 546명의 지하철 성추행범이 검거되었다. 이는 작년 2009년 상하반기 통틀어 검거된 성추행범 671명의 81%에 달하는 수치다.

 

                                                                  자료: 서울지방검찰청

 

 

오전 출근 시간대 2호선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해

 

범행 시간은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8∼10시가 234건, 오후 6∼8시가 115건으로 출퇴근 시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성추행범이 붙잡힌 노선은 2호선으로 314명이 검거되었으며 2위인 1호선의 87명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2호선의 경우 다른 노선에 비해 직장인뿐만 아니라 등교하는 대학생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성추행 피해자 중 대학생이 적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지하철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는 여대생을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정도로 생각보다 많은 여대생이 성추행 피해 경험을 갖고 있다. 인터뷰에 응해준 여대생 L양 또한 아침 등교 시 만원 지하철 2호선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 환승역 모습                                                   

 

L양은 아침 시간에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항상 꾹꾹 눌러 타기 때문에 그날도 그러려니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점점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에 의한 압력 때문이 아닌 무언가 다른 느낌을 직감했으며 을지로4가역까지 가는 지하철 안에서 꼼짝없이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

지하철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는 친구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냥 성추행범 손목을 세게 꼬집어서 성추행범이 알아서 소리 지르게 하면 되지 않냐며 자신만만해 했는데 제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치니 고개조차 돌릴 수 없을 만큼 그냥 얼어붙어 버렸어요. 을지로4가역에 도착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곁눈질로 얼굴을 보려 했더니 그땐 이미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었죠. 지하철 문이 닫히고 나서야 느껴지는 수치심과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한 게 너무 분해서 그날 하루가 말이 아니었어요.

 

지하철 성추행 피해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적극적인 의사표시다. 하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에서 성추행이라는 명목으로 이목을 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곤 하는데 혹시라도 제가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 의해 더 널리 알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성추행 피해자는 피의자보다 더 큰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는 입장인데 이런 사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는 조바심 때문에 주변의 도움을 청하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112’로 자신의 위치와 범인 인상착의 문자 보낼 수 있어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들에게 성추행의 사각지대로 인식된 지하철 내 성추행을 근절하기 위해 ‘지하철 경찰대’가 2005년 확대 개편되어 발족하였다. 지하철 성추행뿐만이 아닌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의 예방 및 검거를 목적으로 하는 지하철 경찰대는 현재 일부 역사의 인근에서 운영되고 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주변 역의 지하철 경찰대 및 지구대의 연락처를 미리 저장해두는 것이 좋다.

 

   ▲ 지하철 경찰대 현황                                                   

                                                                               

지하철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지하철 경찰대의 도움이 필요할 땐 전화뿐만 아니라 ‘112’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문자 메시지에 지하철노선과 방향, 현재 역, 차량번호 및 성추행범의 인상착의에 대한 정보까지 보내면 해당 열차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지하철 경찰대나 인근 경찰서에서 출동한다. 미리 ‘○호선 ○○방향 ○○역 차량번호○○○○’를 문자로 저장해놓으면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다.

 

     ▲ 위의 정보를 미리 문자로 저장해놓으면 보다 신속히 신고할 수 있다

 

 

피해자의 적극적 태도와 정부 차원의 강화된 대책 시급해

 

지하철 범죄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단시간에 일어나는 만큼 신속히 출동하여 처리하는 것이 생명이다. 때문에 지하철 경찰대는 최대한 넓은 반경을 자주 순찰하고자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역 중 지하철 경찰대가 있는 역은 일부에 불과하므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역에 지하철 경찰대가 있다 하더라도 객차마다 경찰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역에서 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그 시간만큼은 혼자 싸워야 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하철 성추행은 예방이 쉽지 않을뿐더러 검거하기도 어려운 범죄다. 이러한 맹점에 보태어 신고에 대한 피해 여성의 소극적인 태도는 지하철 성추행이 해가 지나도 꺾이지 않게 하는 주요인이다. “화나지만 그냥 참자” 생각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넘겨버리는 순간 성추행의 화살은 또 다른 여성을 거쳐 다시 본인을 겨냥해올 수도 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의사표시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한층 더 견고해진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성추행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교육을 통한 예방 노력과 성추행범에 대한 처벌 강화로 앞뒤 모두 꽁꽁 동여맨 빈틈없는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하철 성추행 문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매우 민감한 문제다. 행여나 성추행범으로 오인될까봐 지하철 내에서 근육을 잔뜩 수축한 채 주의를 기울이는 남성도 많다. 성추행범 예방 및 검거를 위한 피해 여성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남자도 여자도 맘 놓고 편히 탈 수 있는 지하철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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