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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그 경쾌하고 발랄한 터치의 기록

작성일201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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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아멜리 노통브를 처음 만난 건 20살 봄이었다. 아멜리의 책을 추천해 준 친구는 그녀의 책을 `더럽고 추악한데 계속 읽고 싶어지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만나게 된 나는 그 날로 아멜리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기발하다못해 충격적인 상상력에 빠져들었다. 도서관에 있는 아멜리 노통브의 책들을 털어오다시피 했고 보름도 못 되어 아멜리 노통브의 모든 소설을 독파했다. 그녀는 정말로 치명적이었다.

 

 

벨기에의 여류작가. 그녀가 처음 `살인자의 건강법`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을 때 `다른 사람이 써준 가짜 원고는 출판할 수 없다`라고 반송되었다고 한다. 데뷔하자마자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으며 화려하게 인기를 얻었다. 매년 9월 신간을 출간하면 바로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매일 새벽 자살충동을 이겨내기 위해 글을 쓴다고 알려져 있다. 세 살 무렵부터 유아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며 술을 마셨다. 아직도 그녀의 서재 서랍속에는 출판되지 않은 수십여개의 소설이 잠들어 있다. 좋게 말하면 천재이고 나쁘게 말하면 싸이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그리 길지 않고 거의 대부분 구어체 표현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상도 좀 받고 인정도 좀 받았다니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냥 좋은 책이겠거니 하고 읽어보려고 손에 쥐었다가는 쌍시옷 뱉으며 내던지기 딱 좋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스토리 전개, 비정상적인 캐릭터, 정신나간 사고방식 그리고 말도 안되는 궤변 때문에 읽는 사람의 위장이 메스꺼워질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들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상상력. 인간의 가장 추악한 밑바닥을 파헤쳐내는 심리묘사. 비참함을 비트는 아멜리 식 위트.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머물렀던 어린 시절 덕분에 그녀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대체 인간의 두뇌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인가, 싶은 정도까지 뻗어나온다. 그녀의 상상은 통제나 자기검열이 없다. 뻗어나가는 대로, 솟구치는 대로 끝을 보고 나서야 제자리로 돌아온다. 고통을 위한 쇼를 만드는 `황산`은 영화 트루먼쇼 이상의 충격을 준다. 26세기의 세계의 모습을 까발리듯 그려낸 `시간의 옷`은 인간 복제 보다 훨씬 충격적인 인권의 박탈을 보여준다. 자신의 얼굴을 결코 볼 수 없는, 아름답고 호화스럽지만 추악한 성을 배경으로 하는 `머큐리`는 넘어가서는 안될 선을 오가며 충격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한번 빠지면 끝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의 상상력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보수적인 한국인의 시각에서 `더럽다, 충격적이다, 혐오스럽다` 등등의 표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날카로운 바늘 하나로 갈기갈기 찢어놓은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깊은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책은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을 발가벗겨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단순히 추악하고 더러운 것이 아니라 추악한 동시에 아름답고, 더러운 동시에 순수한 이중성을 갖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녀의 글은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라고. 정말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글을 쓴다는 느낌이 묻어난다.

모든 작품에서 나와 나와 대립하는 적이 등장한다. 그러나 파고들어보면 그 적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고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적의 화장법`이나 `살인자의 건강법`, 또는 `로베르 인명사전`에 그러한 모습이 무서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소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볍지도 밝지도 않다. 깊이있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함이 먼저 보인다. 그러나 그 소재와 분위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발랄하고 경쾌하다. 살인과 죽음, 그리고 인간 내면의 추악함 등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보통은 난 슬프고 우울하고 괴로우니까 내가 제일 불쌍해, 라는 식으로 청승을 떨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멜리 노통브는 절대 청승을 떨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도 해당되고 너에게도 해당되는 뻔하고 뻔한 일이니 호들갑 떨 것 없다, 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아멜리는 저질스럽거나 일차원적인 개그로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블랙코미디나 해학, 위트로 어두운 상황을 비틀어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처음에는 아멜리 노통의 철학적 개그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아멜리 만의 독특한 풍자와 인용이 경쾌하다 못해 자극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때로는 아멜리 자신과 자신의 작품들을 위트로 이용하는 여유까지도 보이곤 한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결코 쉽지도 결코 가볍지도 않다. 혐오스러운 무언가를 소설로 그리지만, 그 모든 것은 우리의 내면에 잔인하리만치 확고하게 존재하고 있다. 더럽고 추악함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조차 납득할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내 안의 잔인함과 파괴성.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당신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니까. 어쩌면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프로이드가 말하는 `꿈`과 같은 것이 아닐까. 무의식의 저편에 존재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 그것이 투영된 소설과 만나는 순간, 사람들은 공포감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아멜리의 신간은 늘 9월에 출간된다. 그러나 번역의 문제로 인해 (아멜리의 책의 철학적인 위트나 은유가 많아서 번역이 까다로울 법 하다.) 한국에서는 다음해 8월에나 만나볼 수 있다. 작년 9월에 출간 되었던 책 `겨울 여행`은 지난달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그리고 올해의 새로운 신작 `어떤 삶` 역시 프랑스어로 출간되었다. 그러나 신작을 읽기 전에, 아멜리 노통브에 대해서 알기 위해 이미 출간 되었던 그녀의 책들을 한 권씩 읽어보는 것이 더 즐거울 수도 있다. 아멜리는 그녀만의 인생을 담은 자전적인 소설도 많이 출간했다. 그녀의 수 많은 인터뷰나 책을 읽고 짐작한 바를 통해 아멜리 노통브라는 사람의 인생을 느껴볼 수 있는 순서대로 책을 배열해 보았다. 그리고 독립적인 성격의 책은 번외로 나누었으니 원하는 때라면 언제나 읽어볼 만 하다.

 

 

 

 

아멜리 노통브는 정말로 치명적이다. 그녀가 내뿜는 다크하지만 우울하지 않은 그 강력한 에너지는 사람의 정신력을 전부 소모시킨다. 그러나 머리가 과열되어 폭발한다 할지라도, 아멜리 만의 터치를 느낄 수 있다면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 읽을 준비가 된 아멜리 노통브의 팬들이 있다. 당신들도 그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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