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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노숙 체험기

작성일201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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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제목이 ‘인천국제공항 노숙체험기’인데, ‘노숙’이라고 하면 지하도에서 위생적이지 못하게 잠자고 이런 게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노숙이란 집 밖에서 자는 걸 일컫는 단어다. 그러니까 난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기사 시작.

 

공항 노숙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인 슬리핑인에어포트닷컴(www.sleepinginairports.com)에서는 매년 잠자기 좋은 공항을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9년 세계에서 잠자기 좋은 공항의 2위로 선정됐고 아래와 같은 이유가 제시돼있다.

 

Seoul Incheon
If only more people would vote and leave reviews about Incheon, I am sure it would top our list. What you will like: Cultural Center where you can make traditional Korean arts and crafts, clean, comfortable benches and loungers, Jjimjilbang (hot tubs, showers and sauna), good temperature, dim lights in certain areas, telephone numbers throughout to should you be anal enough to want to "complain" about anything you find not to your liking, internet and WiFi at cost What you will not like: expensive food and shopping (not unlike most other major airports)

 

그러니까 이말이다.

 

인천공항이 잠자기 좋은 이유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청결하다
-벤치와 라운지가 편안하다
-찜질방(사우나)이 있다.
-실내 온도가 적당하다
-부드러운 조명
-무료로 제공되는 무선 인터넷


이렇게 일곱 가지의 장점을 제시하면서, 하나의 단점을 덧붙이고 있는데 음식과 물건 값이 비싸다는 거다.

 

과연 이것들이 사실인지, 정말 잘만한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직접 자러 가봤다. 남들 비행기 탈 때 나는 벤치에서 잠을 자기로 한 것이다.

 

 

 

 

오후 9시 22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는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좀 있어서 공항 분위기가 느껴졌다. 공항 내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여객터미널 안을 슬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과연 어디가 잘만할 것인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은 지하1층부터 지상4층까지 다섯개 층이 있다. 지하1층은 교통센터와 연결되고 병원, 사우나, 푸드코트 등이 있다. 1층은 도착층, 2층은 항공사 사무실과 인터넷 카페, 3층은 출발층, 4층은 푸드코트와 전망대가 있다. 터미널 안을 둘러보니 모든 층의 벤치들은 팔걸이가 하나도 없어서 누워서 자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우선 지하1층. 지하1층도 어김없이 벤치는 있다. 하지만 조명이 잠자기엔 너무 밝았다. 그래서 통과. 잠자기 좋은 이유로 꼽힌 사우나가 지하1층에 있지만 야간에는 2만원이나 한다. 너무 비싸다.

 

 


이제 1층. 1층은 도착층이라서 도착 여객을 기다리는 인파들이 늘 있기 마련이고 인천공항은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24시간에 걸쳐 분포되어있다. 물론 우리가 잠을 잘 한밤중에는 착륙편수가 급격히 적어지지만, 없진 않으니까 한번 착륙할 때마다 입국승객과 마중하러 나온 사람들로 조금은 시끄러워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이 있고 24시간 가동되는 TV도 있다. 조명도 대체로 밝은 편이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소음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엄청 시끄럽다는 것 같은데,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잘 수는 있는다. 누워서 잘만한 널찍한 벤치가 많이 있기도 하고 실제로 잠자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층이 더 좋을 것 같아서 1층은 통과하기로 했다.

 

 

 

 

2층이다. 2층은 항공사 사무실과 인터넷 카페, 여객터미널과 연결되는 통로뿐, 다른 시설이 없다. 자정이 넘은 밤에 유동인구가 가장 적은 층 중 하나로 보였으나 문제는 잘만한 벤치가 없다는 거였다. 바닥에 누워 자도 상관없다면 2층도 적당하다. 나는 통과.

 

 

 


이어서 3층. 확인해보니 0시 50분에 출발하는 도하행 카타르항공이 마지막 비행기였고 그 뒤로는 5시 20분에 출발하는 도쿄 나리타행 아시아나 비행기가 있었다. 대충 4시간 정도는 조용할 걸로 보였다. 3층은 은은한 간접 조명이어서 눈이 부시지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 비행기의 수속이 종료되면 체크인 카운터의 조명도 꺼지기 때문에 잠자는데 거슬리는 조명은 없었다.

 

 

 

화장실도 곳곳에 있어서 어느 곳에서 자든지 신속한 화장실 접근이 가능했다. 화장실 옆에는 음수대도 있어서 목마를 때 가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실내 온도는 어떠한가 여객 터미널 안의 모든 층이 마찬가지겠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이었다. 벤치는 등받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두가지가 곳곳에 많이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곳에 누워서 자면 된다.


 

 

 

4층은 밤이 되면 모든 객장의 영업이 종료되기 때문에 매우 한적하고 조용하다. 누워서 잘만한 벤치도 있고 조명도 적당해서 잠자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인천공항 내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침대 같은 무언가()도 준비되어있다. 하지만 내가 4층을 살펴보러 갔을 때는 이미 고수들에 의해 선점당한 뒤였다. 고수들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한데 어우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글로벌 사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잠자기엔 4층도 최적이지만, 침대같은 곳은 선점당했기 때문에 나는 3층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잠을 청하기 전, 인천공항이 잠자기 좋은 이유 중 마지막 항목인 무료 무선인터넷을 검증하러 나섰다. 인천공항 홈피를 확인해보면 1,2층 일부와 3층에서 무료 무선인터넷이 제공된다고 나와있다. 속도는 11Mbps. 노트북을 켜고 주변 네트워크를 검색해보니 엄청나게 많은 무선랜이 검색된다. 그 중에는 예의 그 무료 무선랜도 있다. 네이버 프리 와이파이인데 이걸 잡아서 접속하면 된다. 802.11g로 제공되고 있는데 내가 확인한 최대 연결속도는 48Mbps였다. 환경에 따라 속도는 변할 수 있으니 802.11g의 최대 속도인 54Mbps도 어디선가는 연결될 것 같다. 서비스 지역 어디서나 원활하게 무선랜이 연결됐고 속도도 괜찮았다.

 

 

 

 

공항을 둘러보면 콘센트 옆에 앉거나 누워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흔하다. 물론 전기는 공짜다. 하지만 공항 내에 있는 콘센트라고 모두 전기가 공급되고 있는건 아니다. 어떤 콘센트는 코드를 꽂아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고 어떤 거는 잘 됐다. 공항측에서 영업이 끝난 지역의 콘센트 전원은 차단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ATM옆의 전원 콘센트에서 빛을 보았다.

 

 

 


잠을 자기 위해 3층으로 갔다. 모든 비행기가 떠나고 터미널 안은 조용해졌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잠자기 좋은 두번째 이유인 청결한 공간도 사실이었다. 특히 화장실은 자주 청소를 한다. 한밤에도 공항 내 각종 시설의 유지보수와 청소는 계속 됐다. 공항경비대나 보안직원도 계속 돌아다녔고.


적당해 보이는 벤치를 골라서 누웠다. 이런 벤치들은 누우면 뭔가 좀 불편하기 마련인데 누워보니 의외로 괜찮고 자세가 나왔다. 나는 잠을 청한다. 기온이 적당해서 담요가 없어도 걱정이 없었다.

 

 

 


쿨쿨 자다가 주변의 소란이 느껴져서 일어나보니 오전6시반. 비행기를 타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의 부산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침햇살이 밝아오는 것도 느껴져서 자연스레 잠에서 깰 수 있었다. 

 

 

 

 

보통 이런 비정상적인 곳에서 잠을 자게되면 목이나 어깨가 뻐근하고 피곤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자고 일어난 나의 몸상태는 무척 괜찮았다. 누워서 자는 사람까지 배려해서 설계한 벤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새 아침을 열었다. 해외에 나가는 여행객의 활기도 흡수하면서. 인천공항은 잠자기에 좋은 공항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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