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爾)를 만나다!

작성일2010.10.26

이미지 갯수image 4

작성자 : 기자단

 

2006년,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왕의 남자`를 기억하는가. 조선시대의 광대놀이와 미묘한 동성애, 그리고 연산군에 대한 재해석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영화이다.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2000년에 처음 시작하여 올해로 꼭 10주년이 된 연극 `이(爾)`가 바로 영화의 원작이다.

 

 

연극 `이`와 영화 `왕의 남자`는 소재는 같다. 바로 `공길이라는 광대가 왕에게 `왕이 왕 같지 않으니 쌀이 쌀 같지 않다`고 말하였다가 참형을 당했다.` 라는 연산군 일기에는 기록되어 있던 한 문장이다. 한낱 광대 주제에 어떻게 왕에게 이와 같은 실언을 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으로부터 스토리는 시작된다. 과연 같은 주제를 가지고 얼마나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우려와는 달리, `왕의 남자`와 `이(爾)`는 각 장르의 특성에 따라 영화도 연극도 각자의 특징을 극대화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영화 `왕의 남자` : 감정과 배경 전체를 꿰뚫는 디테일의 미학.

 

 

영화의 장점은 원하는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집과 클로즈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출자의 의도대로 완벽히 표현해낼 수 있다. 격렬하지 않은 미묘한 감정까지도 표정으로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한 기능을 극대화한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성격이 충분히 설명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관객을 배역에 감정이입시킨다. 이 영화는 동성애라는 코드를 직접적인 행동이나 말 보다는 오히려 표정이나 손짓 등으로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냈다. 과한 애정행각이나 감정과잉된 대사 대신, 함축적이거나 은유적인 대사로 오히려 더욱 진정성있는 표현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그 동안 그저 `폭군`으로만 알려진 연산군을 재해석하여 그가 가진 공허함과 그리움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영화의 영상 자체의 미학적인 기능도 탁월했다. 특히나 색깔의 사용이 인상적이였는데, 레드 컬러를 활용하여 많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레드가 가지는 강렬함을 통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들 - 욕망, 사랑, 상처 등 - 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색깔이 어떤 구체적인 대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단순히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에 그친다. 그리고 조선시대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제대로 재현해냈다. 고궁이라든지 의복, 그리고 저잣거리의 모습까지도 시대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사실적이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컷과 컷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져서, 그 속의 비극이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 느낌이다.

 

 

연극 `이(爾)` : 관객들을 압도하는 무대의 웅장함과 강렬함

 

 

연극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한정된 것이 많고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시공간이 특정한 것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다. 주어진 것에서 융통성있게 조절해서 관객들이 느끼기에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야한다. 연극의 기본적인 공간적인 배경은 궁궐이고, 시간은 광대들이 궁궐 안으로 들어오고 난 이후부터이다. 

 

그 때문에 각 배역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캐릭터의 설득력이 영화보다는 조금 떨어진다. 연산군이나 공길, 장생의 과거 인생과 그에 기반한 감정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감정의 강도는 훨씬 강하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그 배역에 몰입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배우의 목소리와 행동,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의 강렬함에 압도되어 무대로 확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 든다. 음악과 배우의 연기, 조명의 효과에 의해 사람들은 힘 들이지 않고도 감정적인 몰입이 가능하게 된다.

 

공길의 캐릭터의 경우, 영화에는 조심스럽고 나약하고 소심한 존재로 그려졌지만 연극의 경우에는 훨씬 자기 주장이 강하고 권력을 탐하는 적극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연극의 발성과 관객 전달력을 생각하면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커야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그렇게 잡힐 수 밖에 없었으리라 본다. 영화와는 다른 성격인데, 연극에서의 공길보다는 영화에서의 공길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본다.

 

무대 세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소품도 세세하게 준비한 느낌이 들었다. 진짜 불을 사용해 종이를 태우는 모습이나, 빨간 색의 띠를 일종의 상징으로서 응용한 것이나, 궁궐의 웅장함을 재현해낸 세트가 연극의 신비로움을 증폭시켰다. 영화와는 다른 연극만의 스페셜리티였다.

 

 

원작을 뛰어넘는 주제와 캐릭터에 대한 장르적 해석 필요

 

만화나 연극 등 다른 장르의 영화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때로는 그러한 시도가 굉장한 성공을 부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원작만 못하다` 라는 평가를 듣게 되기 마련이다. 이는 원작에 너무 많이 기대서 신선함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이다.

 

원작은 그 본래의 장르적 특성에 맞게 짜여진 작품이다. 다른 장르로서 그 작품을 연출할 때는 작품 전반에 대해서 새롭게 해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미 원작으로 인해 사람들의 기대가 있을 것을 생각하면, 그 해석은 필시 원작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공이 불가능하다. 원작의 인지도와 인기만 믿고, 따라하기 식으로 만드는 영화는 결코 흥행할 수 없다.

앞으로도 원작은 원작 나름대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의 작품성을 가지는 시도가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

SNS 로그인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할 계정을 선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