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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로운, 길상사

작성일201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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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얼마전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관련된 사연이 소개되어, 알고계신 분들에겐 참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 곳, 성북동의 길상사(吉祥寺)입니다. 길상사는 참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 백석과 김영한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대원각

 

길상사는 삼각산 남쪽자락에 자리잡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사찰입니다. 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을 운영하던 김영한(법명 길상화) 보살이 대원각을 송광사에 시주하였고, 1997년에 이 길상사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김영한(金英韓), 그녀는 양반가문에서 태어났으나 가세가 기울자 16세에 진향 이라는 이름으로 기생으로 입문합니다. 엘리트 여성이자, 시를 발표하기도 하는 문학기생이던 그녀는 ‘백기행’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백기행’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인 ‘백석(白石)’입니다.

 

백석의 집안에서는 기생인 김영한을 반대하였고, 백석은 그녀에게 몇번의 도피를 제안합니다. 그러나 김영한은 백석이 부모님과 등지는 것을 원치않아 이를 거절합니다. 백석은 시 백편을 써오리라 다짐하며 홀로 만주로 떠나고, 김영한은 그가 돌아올것이라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한국전쟁이 발발하였고, 38선에 의해서 이 둘은 얘기치 못했던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백석은 재북 작가로서 활동하였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여러 시를 통해 그녀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하였습니다.

 

남쪽에 남은 김영한은 김영한대로 그의 시를 읽으며, 평생 그를 그리워하며 살아갔습니다. 둘의 가슴아린 러브스토리는 이생진 시인의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라는 시로 긴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 이생진(시)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 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 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천억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 태어나서 문학할거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데 시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김영한은 백석과의 이별 후에 열심히 일에 몰두합니다. 그녀는 배밭골을 사들여 한식당을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후에 다른사람들에 의해 대원각이 됩니다. 대원각은 제3공화국 시절 밀실정치의 핵심장소였던 국내 3대요정중 하나였습니다.

 

노년에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은 김영한은 스님을 찾아뵙고 대원각을 시주하겠으니 절로 만들어주시기를 청합니다. 10년에 걸쳐 이를 사양하던 법정스님은 결국 1995년에 그 뜻을 받아들이셨고, 1997년 대원각이 아름다운 사찰 길상사로 변하게 됩니다.

 

김영한은 그 당시 시가 1000억원을 호가하던 길상사 외의 나머지 재산도 카이스트에 기부하고, 길상사 설립 2년후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녀는 유언대로 길상사 구석구석에 뿌려졌습니다. 그리고 길상사에서는 <창건주 길상화불자 공덕비>를 세워 그녀를 기리고 있습니다.

 

서울시내의 아름다운 사찰, 길상사는 슬프지만 강렬했던 백석과 김영한의 아련한 러브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문화·휴식공간 길상사 

 

길상사는 공덕주 김영한의 바람대로 `누구에게나 열린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명상공간인 침묵의 집, 불교 관련 도서를 열람 및 대출할 수 있는 도서관, 군데 군데 앉아 쉬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되어있습니다. 다가가기 어려운 폐쇠적인 종교의 장소아니라, 꼭 불자가 아니어도 거부감 없이 찾을 수 있는 휴식과 문화공간으로 느껴집니다.

 

평일에 길상사에 찾아가보면 스님들과 예불을 드리러 온 불자들은 물론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곳을 찾은 젊은 2,30대 여성분들, 주변 산에 다녀오시는지 삼삼오오 등산복을 입고와서 차를 마시는 아주머니들, 외국인 관광객 등 많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정이었기 때문에 나무와 꽃들이 참 잘 가꾸어져있고, 건물들의 배치도 오밀조밀합니다. 이 점 때문에 부담없이 차분한 명상과 산책을 하고 가기에 더 좋습니다.

 

 

 

 

 


 

 

 

 


 

 


법정스님, 그리고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는 얼마전에 돌아가신, <무소유>의 저자인 법정스님이 주지스님으로 계셨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법정스님은 1994년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모임을 발족하셨습니다. 그리고 길상사는 ‘(사)시민모임 맑고향기롭게’의 근본도량으로 다양한 활동의 중심으로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시민모임 맑고향기롭게`는 장학금지급, 결식이웃 후원, 템플스테이지원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름의 길상사에서는 템플스테이를 하는 외국인들을 종종 만나볼 수도 있고, 초겨울에 길상사를 찾으면 결식이웃을 위한 대규모의 김장 풍경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길상사의 특징은 파리분원 길상사, 자매도량인 헝가리 원광사, 인도 천축선원, 호주 정혜사 등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한 사찰이라는 점 입니다.

 

 

 

 

 

찾아가는 방법

 

길상사(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동 323번지)는 삼청동에서 북악 스카이웨이로 올라가는길에서, 북악산 자락이 끝나는 성북동 기슭에 있습니다.

 

성북동의 주택가(꿩의바다마을)의 길은 꽤나 복잡합니다. 게다가 길상사 바로 앞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그러나 길상사는 조금의 번거로운 노력에 대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랍니다. ^.^

 

(지도 원본 출처: 다음)

 

길상사는 한성대 입구역 6번출구로 나와 택시를 탈 경우 기본요금이 소요됩니다. 혹은 길상사 자체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버스는 삼선교에서 하루 8회 운행됩니다. (08:30, 09:20, 09:40, 10:00, 12:00, 13:00, 15:00, 16:30)

 

더 자세한 사항은 길상사 공식 홈페이지(http://www.kilsangsa.or.kr) 또는 전화(02-3672-5945)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길상사는 참으로 알면 알수록 참여 할 수 있는 좋은 일도 많고, 재미있는 사연도 많은 곳이랍니다. 단풍놀이 가지 못했다고 시무룩해지기엔 아직 너무 이르지 않나요!

 

올 가을 단풍이 다 떨어져 없어지기 전에, 연인과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 혹은 나른한 평일 오후의 나들이 장소로 길상사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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