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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어른이 되는 때 - 재주소년의 마지막

작성일201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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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재주소년이 11월 27일 단독공연을 끝으로 각자 뮤지션의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재주소년 박경환의 트위터에 올라온 이 글은 재주소년의 마지막 종을 울리고 있었다. 2002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2010년 4집 ‘유년에게’까지 많은 이들의 겨울을 달래던 재주소년의 마지막이 다가온 것이다. 그들의 마지막이 채 하루도 남지 않은 지금,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기분으로 그 발자취를 뒤따라 가 보았다.

 

 

◆ 1집 ‘재주소년’ - 귤

 

 

 재주 才, 제주도의 洲 자를 써서 재주소년. 실제 고향은 각자 서울과 부산. 제주도로는 대학 진학을 위해 오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던 그들은 제주도에서도 함께했고 결국 ‘재주소년’ 이 된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친구로 지내왔고 그 시간동안의 음악이 아낌없이 담긴 앨범이 바로 이 1집 앨범인 ‘재주소년’ 이다. ‘조깅’ 으로 시작된 그들의 앨범은 소년의 감성이 잘 녹아있었다. 특히나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곡은 ‘눈 오던 날’ 과 ‘귤’ 이다. 소년의 연정이 담긴 ‘눈 오던 날’은 재주소년은 이런 남성 듀오입니다-를 알리는 것만 같은 곡이다. 잔잔하고 섬세한 이 곡을 지나면 곧장 나오는 곡이 ‘귤’ 이다. 언뜻 윤종신의 ‘팥빙수’ 나 뜨거운 감자의 ‘풋사과’ 같은 푸드송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곡은 귤을 통해 자연스럽게 `맞아 그랬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치 귤을 계속 먹다보면 어느샌가 손끝을 물들이는 노란색처럼 말이다.

 

 

◆ 2집 ‘PEACE` - 이 분단 셋째 줄

 


 모든 앨범들이 그렇지만 15곡으로 이루어진 이 2집 앨범은 어느 곡 딱 하나만 이야기하기에는 모든 곡들이 다 좋다. 그래도 2집 수록곡들 중 좋아하는 곡을 한 곡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 분단 셋째 줄’을 고를 것이다. 조금은 발랄한 듯 하면서 두근거리는 감성을 잘 표현한 곡이다. 1집의 ‘눈 오던 날’ 이 좀 더 진한 느낌이라면 이 곡은 듣기만 해도 누구나 순식간에 교복을 입고 즐겁게 재잘대던 그 옛날의 교실로 돌아가게 만든다. 관심 없는 척,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는 남학생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지극히 소년스러운 감성의 곡이라 정말 이런 남학생을 아는 듯 노래를 듣게 된다. 재주소년의 기타 연주가 늘 그렇듯 잘 어우러져 흔히들 말하는 ‘엄마미소’를 절로 짓게 만드는 노래다. 채 3분이 되지 않는 곡임에도 ‘앨범 사길 잘했다!’ 라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다.

 

 

◆ 3집 ‘꿈의 일부’ - 팅커벨


 그 이전까지의 감성을 소년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3집은 ‘성장’ 의 느낌이 가미되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이 3집 앨범을 발매하고 소년들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송’ 이 절절한 곡으로 다가온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때부터 성장기를 지나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누구나 언제까지 소년, 소녀일 수는 없으니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팅커벨’ 이라는 곡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릴 적부터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던 팅커벨과 재회한 후 다시금 나를 그 동화의 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말하는 노래가 말이다. 이 노래의 가사 때문에 군대송 보다도 팅커벨에서 그들의 심정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 EP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제대 후 발매한 미니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는 3집의 소년보다는 좀 더 성숙한 소년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표현할 길을 몰라 쩔쩔매던 소년이 이제는 부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하자고 말하게 된 것이다. 이제 소년티가 사라져가는 것이다. 여전히 감성적이고 추억 같은 음악이지만 조금은 더 자란 소년이 노래를 하고 있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기타소리는 ‘기타치고 싶다’라는 마음을 절실히 들게 한다. 이 곡을 지나 모든 노래를 다 들었다 생각하는 순간 숨겨진 음악이 한 곡 더 등장한다. 이 미니앨범의 Hidden Track은 자켓의 돌고래 같은 음악이다. 저 바다 아래 유유히 헤엄치는 돌고래가 부르는 노래 같다. 이어폰을 끼고 듣다보면 딱 Hidden Track 에 맞는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소년들이 만들어낼 법한 음악이다.

 

 

◆ 4집 ‘유년에게’ - ‘밤새 달리다.’

 


 재주소년의 마지막 앨범이 될 ‘유년에게’ 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잔잔하고 부드러웠던 그들의 음악이 조금은 더 다양하게 뻗어나가고 있다. FOLK라는 틀 안이 아니라 어디로든 가고 싶은 곳으로 나간 것이다. 그런 느낌이 ‘밤새 달리다.’를 통해 전해졌다. 그들의 가사처럼 겁낼 것 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듯 자연스럽게 음악이 커진 것이다. 수록곡의 이름과도 같은 4집 앨범 타이틀인 ‘유년에게’ 라는 말도 재주소년의 마침표로 들어맞는 것이다. 소년이 자신의 유년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소년은 어른이 되어 그리운 유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고 그것이 이 4집 앨범이 아닐까 한다. 이제 30살이 더 가까운 나이의 그들에게 끊임없이 소년의 감성을 강요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깨달음을 4집 앨범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곡 하나하나가 잘 어우러지고 마무리까지 좋은 앨범이다. 자신들의 유년에게 이렇게 솔직하고 자상하게 마지막 하고픈 말을 했다는 것이 이 앨범이 다른 앨범들보다도 깊게 마음을 울린 이유이다.

 

 

 오늘 7시, 그러니까 바로 몇 분 전부터 재주소년의 마지막 공연 ‘소년, 소녀를 만나다 PART 5` <비밀의 방>이 시작됐다. 그들의 공연을 보러가지 않고 이 곳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마도 아직까지 그들의 마지막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일 것이다. 또는 유년의 마지막을 보기 싫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담담히 끝을 준비했고 그 끝은 누가 뭐래도 재주소년 그 자체일 것이다. 너무도 아쉬워서 그들을 붙잡고 계속 소년의 음악을 하라고 칭얼대고 싶지만 이제는 수긍할 때다. 이제는 재주소년들이 소년으로 다시 음악을 하고 싶을 때가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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