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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풍경

작성일201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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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23일. 또 다시 폭설이다. 올 겨울은 그 어느 때 보다 추웠고, 눈도 참 많이 왔다.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겨울을 그토록 그리워했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다. 집밖에 나가는게 무섭기까지하다. 대체 체 이 폭설과 추위, 이 계절은 언제 끝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제는 모든 잎들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 계절 겨울. 계절의 끝을 알리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겨울. 지금 우리가 만나는 겨울은 단순히 추운 계절, 그 이상이다.

 

 

 

 

    겨울에 가장 뜨거운 곳은 아마 시장일 것이다. 월동준비로 북적이는 사람들부터 장갑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추운 날씨에도 하루 종일 바깥에 서있는 상인들, 그 틈새에서 뜨거운 국물을 파는 사람들, 아빠에게 매달려 장갑을 사러나온 아이까지. 사람들로 가득한 겨울의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꼭 추운 길거리에서 먹어야만 맛있는 떡볶이, 어묵은 겨울의 낭만이다. 입김을 불며, 추위에 빨개진 손으로 떡볶이 한입을 베어무는 아이의 표정에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남대문 시장의 북적이는 인파는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겨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눈`이다. 아마 `눈`을 생각하니 벌써 미간에 주름이 생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난 눈이 너무 좋았다. 돋보기로 눈의 결정을 확인해서 그려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난 눈이 오자 숙제를 하기 위해 그릇에 눈을 한가득 담아왔는데, 방에 들어오면 결정이 녹아버리곤 했다. 결국 밖에서 그림을 그릴수 밖에 없었는데, 날은 추워서 손발이 꽁꽁 어는 것도 잊은 채 가만히 눈만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늘에서 저렇게 하얀게 마구 떨어지는지 너무나도 궁금했고, 조그만 눈들이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동네를 하얗게 덮어버리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눈을 한 손에 뭉칠 때의 그 미묘한 기분도 왠지 모르게 좋았다.

 

 

 

 

     한 손에 꼭 뭉쳐지는 눈. 그 눈은 참 많은 것들을 주었다. 길을 지나가는 동네 아이에게 던진 눈뭉치로 나는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처음 보는 친구와도 아무 스스럼 없이 눈사람을 만들며 이야기를 했고, 동네 남자애들과는 눈싸움을 하면서 울기도 웃기도 했다. 또 오빠와 실컷 싸우다가도 눈이오면 말없이 나가서 각자 굴린 눈덩이로 눈사람을 만들며 금새 다시 웃기도 했다. 설날,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내리던 눈은 아빠에겐 고생이었을지 몰라도 나와 오빠에겐 설 기분을 잔뜩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첫눈이 오면, 손끝에 아직 남은 봉선화 물을 보며 괜시리 설레기도 했다.

 

    올 겨울, 하루걸러 내리는 눈, 그리고 한번 내릴때 마다 기록적인 눈의 양 때문에 사람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통사고에 교통 체증도 심해져 요즘은 눈을 마냥 달갑게만 느끼지는 않는 모양이다. 게다가 도로에 시커멓게 때묻은 눈을 보면, 이걸 내가 왜 좋아했지 하면서도, 한편으론 새 하얀 눈을 보며 무작정 집밖으로 뛰어나갔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대한, 소한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겨울의 시작을 알렸던 시장에도 이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상인들은 얼어붙은 과일, 채소 때문에 줄줄이 가게문을 걸어잠갔다. 일요일인데도 평일보다 사람이 훨씬 줄었다며 설이 코앞인데 장사가 안된다는 아주머니는 오늘은 이만 집에 가야겠다고 말씀하신다. 시장 밖, 다른 아주머니는 눈이 쌓이고 얼어붙은 생선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선들은 크게 입을 내밀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엊그제 내렸던 많던 눈이 다 녹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도 조금씩 풀리는것 같다. 나뭇 가지에는 어느새 새순이 돋고 있다. 이제 익숙해지는가 싶었는데 봄이 온단다. 언제끝나나 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분명 또 겨울이 올테지만, 지금 이 겨울은 이제 끝이다. 참 많은 일들이 시작되고 끝난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무언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봄이 올것이다. 겨울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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