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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NR을 받은 길고양이 입니다.

작성일20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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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몇 해 전 날씨가 슬슬 차가워지던 즈음에 있었던 일이다. 외출을 하고 돌아와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날따라 이상하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해봤자 뭐가 더 이상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침대 아래에서 검은 물체 하나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와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놀란 마음에 소리도 못 지르고 저게 무엇인가 가만 살펴 보았더니 집 근처에서 가끔 마주치던 길고양이가 그 아래 겁먹은 눈을 하고 들어가 있었다. 퍼뜩 정신이 들고 저도 모르게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자 고양이도 지레 겁을 먹고는 침대와 책상 밑을 왕복해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바탕 소동 끝에 고양이는 현관 문을 통해 도망쳤다. 놀라고 어이가 없는 한편으로 추워지는 날씨를 피해 슬그머니 사람 사는 집 현관문에 앞 발을 얹었을 고양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 때부터였다. 지나가다 보이는 길고양이에게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가기 시작한 것이.

 

 

 

 ● 도시 속 길고양이들의 삶

 

△ 어디선가 물어 온 먹이를 빼앗길까 빠르게 도망치고 있는 길고양이.

 

 

 얼마전 ‘남자의 자격’ 이라는 KBS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기견들 이야기가 나왔다. 새 주인을 만난 강아지들의 새로운 삶을 축하하면서도 이런 이야기가 강아지들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씁쓸했다. 안타깝게도 강아지 뿐만이 아니라 고양이들도 그러한 슬픈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길고양이들은 꽤나 극단적인 두 가지 몸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앙상할 정도로 마르거나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거나. 둘 다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이다. 마른 길고양이들은 제대로 된 영양섭취를 하지 못한 나머지 돌이나 나뭇가지들을 씹어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다 내장기관 어디 하나가 잘못되어 죽는 경우가 많다. 제법 덩치가 있는 고양이들은 인간이 남긴 음식들을 주워먹다 염분 과다 섭취로 온 몸이 부어 그런 몸매가 된 것이다. 먹을 것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해 죽어가는 고양이의 삶은 ‘도둑고양이’ 로 비춰진 채 외면받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싫어하는 고양이들의 교미 소리도 고양이들 자신에게 있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분별한 교미로 인해 몸은 한계치에 도달한다. 수도없이 많은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 결국 자궁이 약해져 세균 감염 등의 이유로 그나마 짧은 생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하게 된다.

 

 

 그렇게 길 위에서 태어난 고양이들은 끊임없이 서러운 삶을 되풀이 하고 있다.
 

 

 

 

 ● 고양이 중성화 사업, TNR
 


 이러한 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2008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작했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고양이 개체수 조절과 길고양이들의 건강을 위해 시행된 사업으로 인간과 보다 조화로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TNR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포획-중성화수술-방사 후 관리’가 바로 그것이다. 선정된 용역업체들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포획을 통해 중성화수술을 받는 고양이들은 그 표시로 한 쪽 귀를 조금 자른다. 이전에는 택을 다는 형식이었으나 쉽게 떨어져 나가 구별하기 어려워 많은 논의 끝에 결정된 방법이다.

 

 

 수술 후 48시간의 회복 시간이 지나면 방사를 하게 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방사를 할 때는 그 고양이가 포획되었던 곳, 그러니까 그 고양이의 본 서식처에 방사해야한다는 것이다. 생식 능력이 사라진 고양이가 다른 곳에 방사된다면 그 곳에 살던 다른 고양이들의 표적이 되어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본 서식처에 방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러한 규정을 어기고 야산에 고양이들을 방사하는 경우가 생겨나 많은 고양이들의 아까운 목숨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먼지처럼 사라지고 있다. 인간이라는 변수가 만들어 낸 환경 속에서 사라져가는 고양이들. 아직 확실히 정비되지 못한 TNR 사업이 안타깝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 인간과 고양이의 공생

 

△ 모 대학 내 키 작은 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놓아 둔 고양이 집이 보인다. 길고양이들은 차가운 겨울을 이 곳에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며 지내게 될 것이다. 집 앞에는 꾸준하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놓아둔 그릇이 놓여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쉽지 않다. 내키는대로 먹이를 주다 말다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TNR 사업에 대해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게 정말 맞는 방법인가’ 라는 의구심을 품게 마련이다. 고양이들에게 억지로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것은 그저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만은 아닐까 인간이 환경을 이토록 엄청난 속도로 바꾸지만 않았더라면 길고양이들은 이런 이름을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울음소리를 내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가정은 안타까운 상상일 뿐이다. 현실은 저 차가운 길 한 구석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지금도 생떼같은 고양이들의 목숨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환경을 온전히 그들에게 돌려줄 수 없다면 이 도시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TNR이다.

 

 

 TNR 사업은 단순히 인간의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지위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길고양이들과의 공생을 위해서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TNR 사업을 넘어서 그 이후 관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일명 ‘캣맘’ 으로 통하는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고 많은 동물보호단체에서도 TNR 운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접어들었다.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작은 생명들의 삶 앞에 희망의 불씨들이 놓이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고양이들의 삶이 어떻게 될 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길고양이들이 삶의 기로에 놓이기 보다는 그저 하루하루가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낼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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