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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이면 하루 3끼 뚝딱! 노량진에서만 가능한 마법

작성일201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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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노량진역에서 내리자 마치 항구에 다다른 듯 바다냄새가 코를 찔렀다. 과거에 노량진하면 수산시장이 바로 연상되었지만, 우리네 대학생들에게 노량진은 고시학원의 메카로써 굳건한 입지를 다져놓았다. 비릿한 바다냄새를 뒤로 하고 역과 이어진 육교에 올라서자 역시나 건물마다 고시학원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 노량진 학원가 

 

 

노량진 학원가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오후 12시 반을 갓 넘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원이 12시 반부터 1시 반까지 점심시간이기 때문에 거리는 점심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하는 고시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런데 무질서해 보이는 고시생들의 이동을 가만히 살펴보니 길거리에 일렬로 늘어선 포장마차들로 향하는 것이었다. 포장마차 안은 이미 손님으로 가득 차 포장마차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줄 서있는 풍경까지 연출되었다.

 

▲ 길가에 일렬로 늘어선 포장마차들  

 

 

간단하게 떡볶이나 토스트로 끼니를 때우려나 하고 슬쩍 봤더니 다들 한 손엔 숟가락, 한 손엔 용기를 들고 밥을 먹고 있었다. 포장마차를 다시 자세히 보니 간단한 분식이 아닌 엄연히 을 파는 밥집이었다. 줄지어 늘어선 모든 포장마차가 밥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고시학원 천국인 노량진이기에 가능한 걸까. 앉아서 먹을 수도 없는 불편한 포장마차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고시생들을 끄는 힘은 무엇일까.

 

▲ 밥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학생들  

 

 

하나. 1,000원대부터 3,000원을 넘지 않는 밥 한끼! 싸다 싸!

 

노량진 학원가에 줄지어선 포장마차의 메뉴 가격은 대부분 1,000원 후반에서 2,000원 초반대이며 곱빼기 주문 시 500원이 추가되는 식이다. 2,000원도 채 되지 않는 가격이 떡볶이 1인분이 아닌 밥 한끼의 가격인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물가 상승으로 식재료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밥 한끼를 먹을 수 있다니, 과연 남는 게 있긴 할까

 

▲ 노량진 밥집 포장마차의 메뉴판  

 

 

노량진 밥집 포장마차의 원조격인 엄마손 주먹밥을 운영하는 장경복(60)씨는 작년 봄까지는 원래 주먹밥 하나에 1,000원에 판매하던 것을 물가가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하게 되었다힘든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판매하여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긴다고 하였다. 아무리 다매(多賣)라도 정말 박리(薄利)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장기간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장경복씨는 매일 포장마차에서 밥을 사먹던 고시생이 시험에 합격하여 인사를 하러 찾아오면 또 다시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하였다.

 

▲ 주먹밥을 만드는 장경복씨  

 

 

둘. 가격이 저렴하면 맛도 저렴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라! 맛까지 챙겼다!

 

아무래도 가격이 지나치게 착한 만큼 맛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임의로 고른 두 밥집에서 직접 맛을 보았다. 첫 번째 방문한 곳에선 폭탄밥이라 불리는 메뉴를 주문하였다. 주문한지 20초도 되지 않아 완성된 폭탄밥은 김이 모락모락한 것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고기, 날치알, 코코넛가루 등을 듬뿍 넣고 과일숙성 비법소스로 마무리한 폭탄밥의 맛은 맛있게 매콤하면서도 고기와 코코넛가루가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폭탄밥을 파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태화(54)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싸도 맛없으면 안 와요. 그러니까 비법소스를 연구해서 맛으로 차별화를 시킨거죠라며 저렴할지라도 절대 맛에 소홀하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 폭탄밥  

 

 

두 번째 방문한 곳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뤄졌을 만큼 유명세를 탄 엄마손 주먹밥’. 대학생 기자임을 밝히자 주인 장경복(60)씨는 가장 인기가 많다는 날치알이라는 메뉴를 선뜻 만들어주었다. ‘날치알에 들어간 재료는 날치알, 닭갈비, 참치마요네즈, 소스 등으로 재료들의 조화가 낯설어 호기심이 일었다. 슥슥 비벼 먹어 보니 역시나 이유 없는 베스트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치마요네즈의 고소한 맛과 닭갈비의 매콤함이 이루는 궁합과 날치알이 톡톡 터지는 것은 환상의 조합이었다. 원래 반찬 만드는 것을 좋아해 직접 메뉴까지 개발하게 되었다는 장경복씨의 땀방울을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 날치알  

 

 

셋. 포만감이 없는 끼니는 끼니가 아니다! 푸짐한 양과 푸짐한 인심!

 

1인분이지만 다 먹어도 배가 차오르지 않는 1인분이 있다. 분명 다 먹었는데 뭔가 기분이 썩 좋진 않다. 특히 젊은 남성들에게 이는 가히 분노를 일으킬 만한 일이다. 고시공부에 치여 사는 고시생들에게 식사시간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찰나의 해방시간이다. 노량진 밥집 포장마차는 이렇게 고생하는 고시생들을 넉넉한 인심으로 맞이한다. 보통 양으로 시켜도 든든한 1인분이지만 곱빼기로 시키면 인심은 곱빼기가 아닌 제곱이 된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박재민(26)씨는 곱빼기로 주문하면 밥이랑 재료랑 원하는 대로 주셔서 진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요라며 밥집의 푸짐한 인심을 이야기했다.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운 후 포장마차를 나서는 고시생들의 표정이 밝았다.

 

 

넷. 위생 없인 아무것도 없다! 극도의 청결 상태를 유지하라!

 

보통 포장마차의 위생에 대해 생각하면 부정적이기 마련이다. 기름 때 묻은 천막부터 찌른 때가 낀 조리도구까지 애초에 위생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낮다. 하지만 투명한 경영을 하는 기업만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건재하듯이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맛있어도 위생상 문제가 있으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는 것이다. 노량진 밥집 포장마차는 이를 정확히 캐치하여 이전부터 위생관리에 여념이 없다.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사용한 숟가락을 뜨거운 물에 삶는 등 포장마차라고 청결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게다가 밥에 들어가는 재료에 대한 청결유지는 더더욱 각별하다. 깨끗하게 관리된 깨끗한 재료를 손님이 보는 앞에서 담아 그 누구도 위생에 대해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 밥집 포장마차의 청결한 관리  

 

 

노량진 거리에 있는 밥집 포장마차 전체적으로 행해지는 노력도 있다. 위생관리에 대한 의견교환을 통해 앞치마착용, 1달에 2번 위생검열 등을 자체적으로 약속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하절기엔 더욱 철저한 위생관리를 요하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검사 받아 고시생들의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

 

 

 

노량진 고시촌엔 꿈을 이루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고시생이 많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숨막히는 고시공부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면서 겪는 외로움일 것이다. 노량진 학원가에 줄지어선 밥집 포장마차는 이들에게 단지 밥을 파는 곳이 아니다. 공부에 외로움에 치여 하루하루가 힘든 시절,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는 곳이다. 이윤은 적지만 고생한 학생들이 다시 찾아와주는 보람에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한 밥집 아주머니의 말에서 이들 간의 보이지 않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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