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기록, 그 이상의 의미 -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

작성일2011.02.11

이미지 갯수image 9

작성자 : 기자단

 

 

    사진이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여전히 ‘시간의 기록’이라는 1차적인 의미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간’은 지금도 지나가고 있다. 그 어떤 힘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사진적인 어떤 것’을 꿈꿔왔다. 바로 ‘현실의 재현’, 기록이다. 과거에는 그림이 그것을 대신했고 오늘 날에는 사진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각종 여행지에서 일명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 졸업식, 입학식 등 중요한 행사마다 들리는 플래시(Electronic Flash) 터지는 소리는 바로 사진이 여전히 시간을 기록하는 1차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바로 그 시간과 공간에 존재했음을 남기기 위해 혹은 그 시간, 공간을 어떤 형태로든 남기기 위해 사진은 시작됐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전시는 사진이 여전히 그리고 충실히 시간을 기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사진이 담아내고 있는 개개인의 시간과 기록이 어떻게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그리고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의미를 만들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균관대 부총장을 역임한 故전몽각 선생은 토목공학자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성균관 대학 교수로 활동했다. 현대사진연구회를 창립하기도 한 사진작가이자 교수였던 그가 찍은 사진들, 그 중에서도 1990년 출간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책 ‘윤미네 집’에 실려 있는 사진들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다. 큰 딸 윤미가 갓 태어나 채 눈도 뜨지 않은 모습, 아장 아장 걸어 다니며 공원에서 뛰어다니는 모습, 엄마와 장을 보러 가는 모습 등 어찌 보면 사진기가 있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이들의 사진이다. 그럼에도 이번 ‘윤미네 집’이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바로 ‘시간의 기록’이라는 단순하고도 평범한 이유일 것이다.

 

 

 

 

    왠지 짠해진다. 방 한 구석에 처박혀 한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어릴 적 앨범들을 모조리 찾아서 보고 싶어진다. 사진 속 큰 딸 윤미가 있던 공간과 시간은 우리의 그것들과 달랐지만, 그 기록이 담고 있는 의미는 우리들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 태어난 사랑하는 아이, 우리 가족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우리들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 아래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꽃다발을 들고 웃는 윤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평범한 사진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추억과 기억을 환기하게 된다. 사진은 시간의 기록이자 기록된 시간의 재생이다.

 

    그 시대의 모든 가족들, 그리고 어쩌면 모든 시대의 가족들을 담담하고 소박하게 담아낸 그의 사진에는 어떤 사진적 기교도 없다. 심지어 초점이 나간 사진들도 고스란히 벽에 걸려있다. 중요한 것은 사진 기술이 아니라 `사진은 기록`이라는 단순한 기본이었다. 기록이 만들어낸 소박한 감동은 흔들린 초점에도 윤미네 집이라는 한 가족만의 이야기를 넘어서 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며 인간 보편적인 삶의 모습, 그리고 그 가장 기본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그들의 기억이 곧 우리에게 보편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윤미씨와 아버지가 함께 식장을 걸어 들어가는 사진으로 ‘윤미네 집’ 전시는 끝이 난다. 더 이상의 사진이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 과거의 윤미는 이제 없다. 훌쩍 커버린 윤미는 새로운 가족을 꾸려 나간다. 더 이상 윤미네 집 앞마당에서 구슬놀이를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엄마 젖을 빨고 인형을 쪼르르 눕혀놓고 함께 잠을 자지 않는다. 다 지나간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의 기록 속에서 윤미의 추억, 아니 윤미를 바라보는 아빠의 사랑과 윤미네 집의 추억은 여전하다. 그것이 영원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순간, 그리고 그 순간들을 바라보는 우리가 떠올린 우리들의 순간은 정말 사진처럼 아쉽고 애틋하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족`에 대한 보편적인 감성이 바로 ‘윤미네 집’을 보는 이유이며, ‘윤미네 집’이 계속해서 남아있는 이유일 것이다.

 

 

 

[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 ]

2010년 12월 12일~2011년 2월 19일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

02) 418-1315

 

[네이버 -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 감상하기 클릭]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

SNS 로그인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할 계정을 선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