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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ilton Industries Lamp 외

작성일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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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정섭’s choice   Hamilton Industries Lamp

빈티지 데스크 램프

낡았고 기능은 떨어지는데 가격은 비싼 물건이 있다면 그렇게 말도 안 될 것 같은 물건들이 ‘빈티지’라고 불리며 팔리고 있다. 빈티지는 단순히 옛날 물건이 아니다. 시간이 어떤 물건의 가치를 끌어 올렸다는 의미가 더 붙는다. 가전제품은 표준이 달라졌거나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사용하기 어려운 일이 잦기 때문인데, 오히려 기능이 단순한 데스크 램프(탁상 전등) 같은 게 빈티지로 남게 된다. 사진 속 귀여운 오렌지 색 전등은 해밀턴 인더스트리에서 만든 데스크 램프다. 목을 쭉 폈을 때 39cm로 아담하고 완전히 접으면 남자 주먹보다 조금 큰 수준이다. 책상 전등 하려고 키스마이하우스라는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했는데 빛이 그렇게 밝지 않아서 침대 사이드 테이블에 두고 잠자기 전 독서 때 쓰는 중이다. ‘빈티지 스타일’이라고 나온 저렴한 물건도 많다. 그럼에도 구태여 진짜 옛날 물건을 산 이유는 옛 물건 특유의 디자인과 색깔 때문이다. 과거 산업시대의 투박한 디자인과 당시 제품에만 썼던 페인트에서 나오는 느낌이 안락하고 차분하다. 자정쯤 되면 침대에 누워 램프의 스위치를 또깍 올리고 새로 산 소설책을 펼치게 된다. 몇 쪽 읽다가 눈이 감겨오면 다시 또깍 스위치를 내리고 잠을 잔다.

이정섭 기자 munchi@naeil.com

 

 

문정’s choice   샐러드 스파게티  

양푼이 파스타

스텐양푼에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 대신, 나는 샐러드와 스파게티 면을 한데 넣어 비벼 먹는다. 대학 때 단골카페에서 보고 ‘이런 근본 없는 음식이 있나’하고 먹어보고는 띠용, 상큼한 첫맛과 깔끔한 뒷맛에 반했다. 집에 돌아와 비슷하게 따라 한 후로 이 파스타는 여름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됐다.

제일 처음 움푹진 양푼에 담는 건 삶아 찬물에 헹궈 물기를 털어낸 스파게티면. 다시 소스에 볶을 게 아니니 푹 삶아도 좋다. 그 위엔 양상추와 적채,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등 냉장고를 뒤져 먹다 남은 각종 채소를 올린다. 체다 치즈나 모짜렐라 치즈를 잘라 올리면 제일 좋은데, 그게 없을 땐 피자를 시켜먹을 때 받아서 꿍쳐둔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린다. 양푼에 샐러드용 올리브유를 한 번 넓게 두른 후 발사믹 식초를 올리브유의 1/3 정도 뿌리고, 파슬리가루를 보슬보슬 흩뜨리고 통후추를 드륵드륵 갈아내면 완성!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 이제부터 열심히 해 먹을 요량으로 파스타와 올리브유를 넉넉히 사서 쟁여두었다. 신난다.

정문정 기자 tiger@naeil.com

 

 


승우’s choice   로미오 앤 줄리엣 ROMEO Y JULIETA

시가는 어떻게 끊나

2011년 5월 15일은 금연한 지 정확히 500일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어떻게 끊었느냐’는 질문부터 ‘독한 놈’이라는 비난까지 금연에 대한 무수한 핍박을 받아오며 꿋꿋이 담배를 멀리해 왔다. 그런데 우연히 시가를 맛볼 기회가 왔다. 쿠바를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얻은, 시가의 원조로 유명한 큐반시가 ‘로미오 앤 줄리엣’이었다. 비록 금연 중이었지만, 내가 아는 어떤 (여자)친구는 분명히 “시가는 담배가 아니다”라고 말한 걸 듣기도 했고, 나름 ‘500일 금연 성공’을 축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겹쳐버리자, 어느새 난 시가를 물고 있었다. 

와인 맛도 제대로 구별 못하는데 시가 맛이라고 잘 구별할 리가 있을까. 맛이 구수하다는 것은 느꼈지만, 사실 ‘담배와 아주 다르다’고는 못할 맛이었다. 시가의 매력 때문인지 오랜만에 ‘담배 맛’을 봤기 때문인지, 그저 ‘니코틴홀릭’이 된 기분을 느꼈을 뿐.

방송에서 영화배우 신현준이 말했다. “금연 껌 덕분에 담배는 끊었는데, 금연 껌 끊느라 6년 걸렸다”고. 담배 대신 시가를 피워본 것은 좋았다고 치자. 자꾸 생각나는 시가는 대체 어떻게 끊는 걸까. 

홍승우 기자 sseung@naeil.com

 

 


진아’s choice   재즈 보컬리스트 게이코 리 Keiko Lee, 이경자

게이코 씨에게 3년 만에 빚 갚은 사연
‘대중을 사로잡은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들이 음악의 다양성을 주장하면서도 보컬리스트들만 주목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 제 몸을 악기로 쓰는 보컬을 유독 좋아하는 나는 꿈속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간의 생이 폐에서 가슴을 긁고 목으로, 코로, 정수리로 뿜어져 나와 그토록 명징해질 수 있다는 게 주술 같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몇 해 전 어두운 밤, 나는 대학로 KFC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 서서 어느 무명의 뮤지션을 두 시간 동안 기다렸다. 날뛰지 않고 미련(혹은 마법)을 접는 법을 알려준 것은 일본의 재즈보컬리스트 게이코 리의 ‘Distance’였다. ‘우주적인 거리로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이런 노래를 할 수 있게 한 당신의 인생에 고맙습니다, 게이코’ 하고 집으로 향하는 2백 몇 번 버스에 겨우 올라탔다. 그리고 지난 12일, 서울재즈페스티벌 마지막 날 1부 공연에 선 그녀는 즐거워 보였고 드디어 내 감사의 박수를 들었다. “여러분 정말 사랑해요. 이경자입니다!” 재일교포 3세인 그가 자신의 한국 이름과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하는 순간, 가슴에서 뭔가 ‘훅’ 하고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Distance’를 들을 순 없었지만 그동안 아파서 듣지 못했던 이 곡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블루노트,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영적인 카산드라 윌슨의 2부 공연 앵콜곡 ‘Time After Time’ 라이브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도 눈물 나게 감사한 일이었다. 누군가 미련을 풀고 있지 못하다면 재즈보컬을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클럽 에반스 아카데미www.evansacademy.com, 서울재즈아카데미www.sja.co.kr 취미반에서 감정을 건강하게 쓰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나의 노래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다시는 ‘사랑과 가장 가까운 감정이 연민’이라는 유명 문학가의 조언만 믿고 편도로 내달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수는 있었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아론’s choice   닥터마틴 테슬 로퍼

뛰어보자 팔짝

나는 스물다섯 살부터 구두를 신고 걸을 줄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구두를 신으면 아장거리거나 뒤뚱거리거나 자빠질 줄밖에 몰랐다. 스무 살의 내게 구두는 넘지 못할 산보다 더 위험했다. 나는 아직도, 구두가 썩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내 신발장에는 낮은 형태로 가능한 거의 모든 종류의 신발들이 모여 있다. 그중 ‘로퍼’의 자리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결국 나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오랫동안 비어 있던 로퍼의 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마음에 두고 있던 윙팁 슈즈와 핑크색 에나멜 빛을 뽐내던 3홀 워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찾아갔던 닥터 마틴 매장에서. 깜찍한 테슬과 상큼한 하늘색을 뽐내던 녀석은 주저 없이 내 품에 안겼다. 곧 더워지는데 워커는 무슨, 여름엔 로퍼지!

이렇게 밝은색의 테슬 로퍼를 신는 여자는 보타이를 메거나 뉴스 보이 캡을 쓰는 여자만큼 보기 드물다. 다소 ‘남성용’이라고 인식되는 아이템들을 고를 때는, 내가 여자란 것이 조금 짜증이 난다. 닥터마틴 테슬 로퍼도 그렇다. 밑창도 남성용과 다르게 어두운 색이고, 컬러도 두 가지밖에 없다. 하지만 투덜거릴 점은 그것뿐. 내 마음은, 지금 무릎 위에 고이 올려둔 이 테슬 로퍼로 온통 쏠려 있다.

전아론 기자 aron@naeil.com

 

 


희진’s choice   생일쾌악 生日快樂

Happy Birthday

너와 나와 그들의 공통점을 찾기 바빴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은 다른 달 같은 날에 태어났고, 우리도 그랬지.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는 것도, 그 시간 동안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했다는 것도 같았어. 친구보다 좋은 친구라는 것도.

생일마다 텍스트를 보내거나 노래를 불러 주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의 생일을 떠올리려 애썼어. 열세 번 중에 그려지는 건 단 두 개뿐이었는데, 하나는 내가 물품보관함에 넣어뒀던 운동화를 보고 웃는 네 얼굴이었고 다른 하나는 네가 뒤늦게 건네준 이어폰을 받고 우는 내 얼굴이었어. 아마 함께 맞은 첫 생일과 마지막 생일이었을 거야.

계절처럼 다시 돌아왔구나. 무사히 살아남아 오늘을 보내면, 어제의 마지막은 사라지겠지. 다시 태어난 것처럼, 내일은 네 생일. 그러니 생일 축하해.

안희진 기자 ana@naeil.com

 

 

 

본 기사는 대학내일에서 영현대에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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